하나금융, KDB생명 인수 참전… 비은행권 경쟁력 강화 나선다
하나금융, 하나생명 합병 시너지 노리나
부채 16.6조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KDB산업은행이 5번째 매각을 시도하는 KDB생명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가 조만간 결정된다. 현재로선 하나금융그룹의 인수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의 새 주인이 되면, 보험업계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컨서스자산운용이 KDB생명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이번 주 내 KDB생명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해 발표한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컨서스자산운용이 함께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 전량으로, 예상 가격은 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금을 수혈하며 매각을 위한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협상 가격을 두고 접점을 찾아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하나금융, 하나생명 적자 속 보험업 몸집 키우나
지난 7일 KDB생명 매각 본입찰 마감 이후,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하나금융 측은 KDB생명 본입찰 참여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으나,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이 인수의향서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금융이 보험 계열사인 하나생명과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KDB생명 인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산 6조원대 하나생명과 20조원대 KDB생명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단순 계산시 생명보험업의 자산 규모가 26조원으로 커지게 된다. KDB생명 인수로 보험업계 자산규모 10위권 내로 진입하며 몸집을 커지게 된다. 커진 존재감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게 하나금융 전략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상위 3개 사가 자본력 등 규모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영업하면서 상위 3개 사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한 반면 중소 보험사들이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라면서 “하나생명도 시장 경쟁력 저하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하나생명의 수익성 지표는 악화했다. 하나생명 경영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2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으나 지난해 31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지난해 총자산 수익률(ROA)은 -0.05%로, 전년 0.05%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에 반해 KDB생명의 경우, 2021년 232억원, 2022년 483억원으로 순이익이 증가세를 보이며 수익 개선 흐름을 보였다.
올해 새회계기준 IFRS17 도입 영향으로 보험사들이 미래 수익성 지표 개선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위주로 주력 상품과 영업 구조를 재편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하나생명과 KDB생명의 합병이 이뤄지면, 보장성보험 비중이 기존보다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KDB생명 인수는 하나금융그룹의 구조적 취약점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비은행 사업 부문 강화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계열사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통해 보험업에 진출했지만 은행에 비해 실적 기여도는 낮다. 실제 지난해 하나은행이 거둔 순이익이 3조1692억원인데, 이는 하나금융지주의 연결 기준 당기 순이익(3조6212억원)의 87.5%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함영주 회장도 신년사와 비전 선포식 등을 통해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부문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 본입찰 전후 온도 차…KDB생명 정상화 부담
KDB생명 인수에 따른 우려와 부담도 있다. 막상 KDB생명 매각 본입찰 결과를 열어 보니 그동안 산업은행 내부의 기대와 예상을 고려하면 다소 온도 차가 있는 상황이다. 본입찰 마감 전까지 산업은행 안팎에서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참여 가능성과 함께 파운틴헤드PE, WWG자산운용, 캑터스PE를 비롯한 사모펀드 운용사 5곳가량의 참여를 점치는 관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본입찰 마감 이후 IB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냈다는 설과 사모펀드 운용사 한 곳도 본입찰에 참여했다는 얘기가 동시에 나왔다. 사실상 예비입찰 단계에서 인수를 검토했던 기관이 대부분 본입찰에서 발을 뺀 격인데, 계산기를 두드려 본 결과 인수 매력이 약하다는 평가와 KDB생명 정상화를 위한 자금 투입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나금융의 단독 입찰 여부에 대해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측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본입찰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KDB생명을 사들이는 원매자 입장에선 인수 시점부터 자본 확충 부담이 생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KDB생명 부채는 약 16조6210억원 규모다. KDB생명의 자본 구조상 후순위사채와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앞서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자금 조달 방안을 찾아 수혈을 해야 한다.
물론 산업은행이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책을 내놓긴 했다. 지난 5월 KDB생명이 발행한 2150억원대 신종자본증권은 산업은행이 모두 인수했는데, 이는 콜옵션이 도래한 신종자본증권 차환용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KDB생명은 이날 75% 비율로 무상감자를 한다. 감자 전 4743억원이었던 자본금은 감자 후 1186억원으로 줄어든다. 감자 차익을 활용해 결손금을 보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게 주목적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전략상 후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KDB생명을 인수를 위해 넘어야 하는 관문인 대주주 적격성 평가에서 하나금융지주가 사모펀드 운용사에 비해 강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 2020년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인수하려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걸려 무산된 바 있다.
이와 더해 매각을 염두에 두고 보험사 인수를 고려하는 원매자 입장에서는 기업가치와 성장성 측면에서 우선순위를 따지면서 손해보험사 인수를 노리는 게 더 낫겠다는 셈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손해보험 시장과 비교해 생명보험 시장의 성장성이 더 약하다는 게 보험업계 안팎의 평가다. M&A 시장에 나올 잠재 매물 중에는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AXA손해보험 등 손보사들이 제법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세부 협상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산업은행 측과 우선협상대상자가 인수 가격 등 세부 조건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되면 다시 KDB생명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선협상대상자와 매각 측 간 협상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돼 인수 협상이 타결되면,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해, 금융위가 접수일로부터 60일 내로 통과 여부를 결정해 승인하게 된다.
앞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본입찰에서는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KDB생명 매각에 대해 “매각 도전만 5번째지만, 과거 매각 시도와는 상황이 다르다”라면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하나로 지난 5월 75%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줄이고 이월 결손금을 축소하는 한편, 산업은행이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분 2160억원 전액을 매입해, 가용자본 관리가 용이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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