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멤버 그대로! 저조한 시청률에도 '부산촌놈' 시즌2를 바라는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예능 <부산촌놈 in 시드니(이하 부산촌놈)>가 종영을 앞두고 있다. 허성태, 이시언, 배정남, 안보현, 곽튜브가 시드니에서 보낸 일주일간의 워킹 홀리데이 체험기는 어떤 특별함이 있었을까.
시청률은 아쉽다. 최고 시청률이 2.4%(닐슨 코리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렇게 된 데는 불리한 편성시간도 한 몫을 차지한 것 같다. 애초 일요일 밤에 편성됐지만 월요일 밤으로 시간대를 옮겼다. 기대보다 낮은 시청률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변경은 그 자체로도 시청률에는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부산촌놈>은 2%대 시청률로 쉽게 폄하하기 어려운 예능 프로그램이다. 해외로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프로그램만큼 보다 깊숙이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뛰어 들어간 예능이 없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해진 건 워킹 홀리데이라는 콘셉트가 가져온 '일의 세계' 덕분이다.
유호진 PD가 <어쩌다 사장>을 통해 한 지역을 일을 중심으로 들여다봄으로써 보다 현지인들과의 밀접한 소통을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부산촌놈>은 이 경험을 해외로 옮겨온 것이었다. 시드니 근교의 농장, 도심의 카페 그리고 건물 청소와 타일 작업 같은 워킹 홀리데이의 일의 세계로 뛰어 들어간 출연자들은 그 일을 통해 현지인들의 삶을 똑같이 경험했다.
농장에서 안보현, 곽튜브가 만난 리타나 그의 딸 크리스티나 그리고 선배 베테랑 농부인 샤오마 같은 이들이 보여준 건 힘겨운 노동 속에서도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강인함이었다. 하루하루 고된 노동이었지만, 차츰 적응해가며 그들과 나누는 교감은 그들의 삶을 이해해가는 과정이었고, 그래서 헤어질 때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말에는 따뜻한 진심이 느껴졌다.
시드니 도심의 카페에서 허성태, 배정남이 만난 그곳을 맨손으로 일궈낸 터키 출신 사장님이나, 공부하러 왔다가 정착한 한국인 사수 에스더와 나눈 교감도 마찬가지였다. 못했던 결혼식을 할 거라는 에스더에게 허성태가 선뜻 사회를 봐주겠다고 하는데서 이들이 얼마나 함께 일하며 친숙한 관계가 됐는가를 잘 보여줬다. 무엇보다 터키에서 온 사장님이 자신 같은 외국에서 온 이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이유가 그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라는 말은, 낯선 외지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들이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그런 도와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실감하게 했다.
언어가 서툴러 한국인 사장들을 만나 청소와 타일 작업을 했던 이시언은 한국인 청년들이 해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줬다. 하루 따라 하기도 쉽지 않은 그 일들을 매일 같이 하며 살면서도 그들은 밝은 모습이었다. 큰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곳에서 살고 정착하고 싶어 일을 한다는 청년들에게서 건강함이 느껴졌다.
일의 세계를 통해 들여다 본 시드니는 그저 관광의 차원으로 보는 풍경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건 출근길과 퇴근길 그리고 휴일의 풍경이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웠던 출근길이 점점 설렘을 동반하게 되고, 고된 하루를 보내고 퇴근길에 마주하는 시드니의 풍경들은 더할 나위 없는 감흥을 전해줬다. 또 쉬는 날 자전거를 타고 안보현과 곽튜브가 찾아간 시드니 천문대의 풍광은 '일하는 자'들이어서 잠깐 동안의 망중한이 주는 소회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출근길, 퇴근길, 휴일은 결국 일을 전제해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또 저마다의 일의 세계에서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과정도 중요한 재미요소였다. 처음에는 말도 일도 낯설었던 허성태가 차츰 익숙해져 나중에는 손님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러시아워에도 당황하지 않고 척척 해내는 모습은 보는 시청자들도 흐뭇하게 만들었다. 농장에서 일하는 안보현과 곽튜브 그리고 청소와 타일에서 점점 능력을 발휘한 이시언도 마찬가지였다.
시즌1 하나로 끝내기에는 아쉬운 <부산촌놈>이다. 확실한 매력을 드러낸 이 멤버들 그대로 또 다른 지역에서의 <부산촌놈>을 기대하는 건, 이러한 일의 세계로 들여다보는 현지인의 삶이 흥미롭고 가치 있게 느껴져서다. 적당한 휴지기를 거쳐 시즌2로 돌아오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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