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도병 이끌고 하동 진출 北 6사단 저지 6·25전쟁 숨은 영웅 정태경 예비역 중령 별세

정충신 기자 2023. 7. 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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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도병 183명을 이끌고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뒷산전투에서 경남 하동과 부산 방면으로 진출하던 북한군 6사단 선봉을 저지한 6·25전쟁의 숨은 영웅 정태경 예비역 육군 중령이 노환으로 10일 별세했다.

남은 학도병을 이끌고 미군과 함께 싸운 고인은, 6·25전쟁 초전 패배의 책임을 지고 육군참모총장에서 물러나 이 전투에 참가했던 채병덕 장군의 전사 장면을 옆에서 목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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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도병 투입, 최초의 전투서 학도병 183명 이끌고 인민군 선봉 저지
北 6사단, 화개장터 전투서 학도병 막히고 해병대·미 25사단과 진동전투서 패배
학도병 183명을 이끌고 경남 하동, 부산 방면으로 진출하려된 북한 6사단 선봉을 저지한 6·25전쟁의 숨은 영웅인 정태경 예비역 중령.

학도병 183명을 이끌고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뒷산전투에서 경남 하동과 부산 방면으로 진출하던 북한군 6사단 선봉을 저지한 6·25전쟁의 숨은 영웅 정태경 예비역 육군 중령이 노환으로 10일 별세했다. 95세.

1928년 부농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 광산학과를 졸업하고 육사 8기생으로 임관한 고인은 전주에서 5사단과 7사단의 낙오 병력으로 급조된 15연대 소속으로 전남 여수 순천 지역의 학도병을 모아 국군의 서부 측면 최전선에서 7월 25일 새벽 적과 맞섰다. 화개장터전투는 학도병이 투입된 최초의 전투로 꼽힌다.

낙동강 방어선에 주력을 투입했던 국군과 미군은 오랜 장마 뒤에 정찰기를 띄우고서야 인민군 6사단이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한 채 경남 하동 부근까지 내려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대경실색했다. 중국 홍군 출신의 방호산이 지휘한 북한 6사단은 전략적 기동으로 부산을 향해 진출했다. 6·25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북한 6사단은 지리산을 남쪽으로 우회하기 위해 전남 남원에서 하동으로 진출하려고 했다.

하동과 마산이 뚫리면 피난 수도 부산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적과 조우한 정 예비역 중령(당시 중위)이 이끄는 학도병들은 화개장터 뒷산 전투에서 압도적 화력의 적을 만나 50명이 죽거나 실종되면서까지 3시간 30분을 버텼다.

급히 달려온 미군은 이틀 뒤인 27일 하동 쇠고개에서 전투를 시작, 30일 경남 진주로 후퇴하기까지 전사와 실종 349명, 부상 52명, 포로 100여명이라는 최악의 희생을 치렀지만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남은 학도병을 이끌고 미군과 함께 싸운 고인은, 6·25전쟁 초전 패배의 책임을 지고 육군참모총장에서 물러나 이 전투에 참가했던 채병덕 장군의 전사 장면을 옆에서 목도하기도 했다.

경남 하동 야산에 서 있는 6·25 참전 학도병 위령비. 화개장터 뒷산 전투는 학도병 참전 최초의 전투로 기록됐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인민군 진격은 진동전투에서 우리 해병대와 미 25사단에 의해 결국 막혔다. 미군 정보당국이 ‘splendid(인상적인)’ 기동이라고 평가했던 적의 진격을 학도병들이 3시간 30분 저지한 덕분에 한·미 양국은 병력을 급파할 시간을 벌어 부산 서쪽을 방어할 수 있었다.

학도병들과 함께 공비 토벌작전에 투입되기도 했던 고인은 정전협정 후 주로 군 교육기관에서 교수 요원으로 지내다가 1968년 중령으로 예편, 광업공사에서 일했다.

유족은 부인 최용란(90)씨와 정헌(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정권(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계원씨 부친상, 신창재(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김효명(전 고려대 의료부총장)씨 장인상, 박은경·김호연씨 시아버지상, 정세라·세연·원영·지나 씨 조부상, 신중하·중현씨·김은지·승헌씨 외조부상, 10일 서울삼성병원, 발인 12일 오전 7시30분, 장지 국립 서울현충원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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