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선관위 ‘소쿠리 투표’···추가 감사 필요성 낮다” 용두사미 결론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에 대해 “추가적인 감사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10일 밝혔다. 감사에 착수한 지 1년 만에 선관위 자체 감사와 조치로 충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선관위의 반발에도 감사를 강행한 결과가 용두사미에 그친 꼴이다. 감사원 감사가 선관위 압박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 배경에 대해 “2022년 3월 실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선거 부실관리 문제가 대두되는 등 선거관리위원회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의 필요성이 증대돼 선관위의 기관운영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이번 감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2022년 3월5일 발생한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의 경우 중앙선관위에서 자체 진상조사 후 결과를 감사원에 제출했다”며 “감사원은 이를 검토해 추가적인 감사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 추후 지속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투표용지를 소쿠리나 쓰레기 봉투 등에 담아 옮기는 등 관리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감사원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3월 선관위의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에 대한 직무 감찰 계획을 밝히고 지난해 6월부터 정보 수집에 들어갔다. “강도 높은 감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비닐봉투, 소쿠리에 투표지가 들어가 있다는 황당한 선거가 이뤄졌다”며 “선관위가 자정능력이 없고 반성하는 모습이 없으면 외부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여론을 조성했다. 이에 당시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발하며 자체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이번에 발표한 감사 결과에서 “선관위 자체감사 결과 사전투표 부실관리의 주요 원인은 확진자 투표 수요 예측 부실, 임시기표소 투표방식 고수 등으로 선관위는 혼잡 사전투표소 특별관리, 사전투표 매뉴얼 정비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책 마련했다”며 선관위 자체 감사 결과를 그대로 인용했다. 선관위는 또 당시 사무차장을 엄중 경고하고 당시 선거업무 담당자 등에 대해서는 중징계 조치했다. 감사원은 “선관위 자체감사 내용이 주요 감사 초점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어 추가적인 감사의 필요성은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한 이날 예산·회계 분야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선관위 비상임위원에게 실비보상 외의 월정액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선관위법 위반이라고 지적해왔음에도 선관위가 2013년도부터 비상임위원인 위원장에게 매월 290만원, 위원 7명에게 매월 215만원의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비상임위원(15명)에게 총 6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감사원은 선관위에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고 주의를 촉구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2013년에 만들어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수당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명선거 추진 활동 수당을 지급해온 것”이라며 “실제로 기획재정부에 예산 요구를 하고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돼 지급한 거라 근거가 없이 준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감사원 쪽에서는 아니라고 지적하니까 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잘 안 돼서 올해부터는 지급을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또한 구·시·군 선관위 직원 128명이 구·시·군 선거관리위원(비상임·명예직)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행위를 확인해 중앙선관위에 자체조사 후 과태료 재판 관할 법원에 비위 행위를 통보하도록 조치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구·시·군 선관위는 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선관위원에게 1인당 6만원씩 회의 참석수당을 지급했는데 이를 각각이 아닌 총무위원 1명에게 일괄 지급했다. 감사원은 또 선관위 직원들이 선관위원으로부터 여행 경비 100여만원을 지급받거나 전별금, 명절기념금 등을 받은 것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봤다.
선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선관위원들이 소속 직원에게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의 격려금 등을 지급하는 것은 하급 직원에 대한 위로나 격려로 보아 청탁금지법상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만 해외여행 동행의 경우 금액적인 측면 등 사회통념상 지나친 점이 있다는 것에 공감해 올해 초 더 이상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또 “이번 감사원의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내년부터 감사관에 개방형 직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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