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구의 빨간벙커] 아름다운 골프 스윙이란?

장보구 2023. 7. 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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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와 정확성을 겸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스타플레이어 방신실 프로가 골프 스윙을 하는 모습이다. 유연한 스윙 폼으로 그린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제공=KLPGA

 



 



[골프한국] 어느 골프 연습장에나 스윙 분석에 능통한 아마추어 전문가들이 한둘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연습장에 오래 다녀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했고 골프 실력도 만만치 않는 분들이다. 주로 '0프로'라고 불리는 이들은 예전엔 무료 교습도 하기도 했다. 



최근엔 레슨 프로가 상주하고 있어서 대놓고 하지는 않지만 간간이 아는 사람들끼리는 '원포인트 레슨' 개념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이 '0프로'는 골프에 관해 모르는 것이 거의 없어 골프 장비에서 골프장 예약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골프 철학도 확고한 분들이 많다. 그리고 이론도 뛰어나 스윙에 관한 나름의 견해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약점이 있는데… 그것은 정작 본인의 스윙은 이론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점이다.



 



얼마 전 '0프로' 출신(?)의 선배에게 들은 얘기다.



 



"한 번은 내 명성을 듣고 지인을 통해 찾아온 새내기 골퍼가 있었어. 지인의 부탁도 있고 본인의 의욕도 있어 보여 수락했지. 첫날과 둘째 날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연습을 하면서 눈빛과 말투에서 존경과 흠모가 물씬 느껴졌어.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 거야. 그날도 스윙 이론에 대해 설명한 뒤 쉬고 있는데 지인이 찾아와 고민을 토로하며 자기 스윙의 문제점을 찾아달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직접 공을 치면서 문제를 해결해 줬지. 



 



그런데 다음 날, 매일 나와서 혼자 연습하고 있던 제자(?)가 안 보이는 거야. 그 다음 날도 여전히 안 나오고 연락도 없어 부탁했던 지인에게 연락을 해봤지." 



 



지인의 말 "미안해. 아마, 얼마 전에 자네 스윙을 본 모양이야. 그러더니 가기 싫다고 하네."



 



주마다 TV에서 진행하는 '고교 동창 골프 대회'를 보면 아마추어 고수들의 스윙을 접할 수 있다. 프로 들과 비교하면 현저히 차이나는 스윙이지만 결과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여기 출전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은 각 지역에서 알아주는 실력자들이다. 촬영에 따른 부담과 대회가 주는 압박 때문에 평소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것뿐이지 언더파나 이븐파을 치는 아마추어 고수들이다.



 



스윙 폼이 아름답지 못해도 고수 골퍼들이 스코어가 좋은 이유는 그린 주변 플레이에 무척 능하다는 점이다. 



380m 이상의 긴 파 4홀에서 플레이해 보면 그들이 얼마나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는지 알 수 있다. 드라이버가 잘 맞았을 때는 투온을 시도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서드 샷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샷을 핀에 붙여 파세이브 한다. 그들은 어프로치와 퍼팅에 연습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그래서 2m 이하의 퍼팅에서는 거의 실수가 없다.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202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제78회 US여자오픈에 출전한 김효주 프로가 스윙을 하는 모습이다. 김효주의 스윙도 뛰어나기도 유명하다. 사진제공=USGA/James Gilbert

 



 



골프 스윙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용되기 마련이다. 처음 골프를 배우며 어색하게 아치를 그리던 시절을 떠올려 보자. 그 뻣뻣함과 낯섦이 기억날 것이다. 



반복된 노력과 시간으로 완성된 지금의 스윙은 그때에 비하면 얼마나 유려한가. 프로 선수를 지망하면서 골프를 배우는 어린 학생들의 연습 장면을 보면 그 유연함에 감탄이 나온다. 피니쉬 때 척추각이 활처럼 휘어진 동작은 부럽기도 한다. 



 



만약에 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다면 프로처럼 멋진 스윙을 하려고 애쓰지 말고 자신의 체형에 맞는 스윙을 찾든지, 스코어를 줄이는 방법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의 가장 아름다운 스윙은 빈 스윙이지만 그처럼 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아무런 욕심 없이 무심히 허공을 가르는 빈 스윙은 목적이 없기에 자유롭다. 하지만 목표가 생기면 의욕이 자유로움을 방해해서 스윙을 변용시킨다.



 



30년 이상 골프를 즐기며 여가나 취미가 아닌 신앙처럼 골프를 품은 사람들은 골프 고수가 되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장으로 출근하면서 자신의 샷을 가다듬고 감이 올 때마다 깨달음을 얻으면서 자신의 방식으로 스윙을 익힌 사람들. 꾸준함과 열정으로 반복적인 스윙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정진했던 사람들. 



골프에 진심이었던 사람들은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자신의 스윙을 연마하고 다듬어서 지금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그 스윙이 조금은 어색하고 보기에 좋지 않더라도 그것으로 그들을 평가해선 안 될 것이다. 그 스윙 속에 녹아있는 골프에 대한 사랑과 헌신만큼은 핀을 향해 날아가는 공처럼 아름다울 것이니.



 



*칼럼니스트 장보구: 필명 장보구 님은 강아지, 고양이, 커피, 그리고 골프를 좋아해서 글을 쓴다. 그의 골프 칼럼에는 아마추어 골퍼의 열정과 애환, 정서, 에피소드, 풍경 등이 담겨있으며 따뜻하고 유머가 느껴진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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