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명가 재건 꿈꾸는 프랜차이즈 스타 사령탑 원주 DB 김주성 감독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먼저, 감독 취임 소감은?
지난 시즌에 정신없이 감독대행을 했다. 이제 정식 감독이 되어 오프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기분이 좋고, 기대도 된다. 동시에 부담감도 있어서 복잡 미묘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원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원주는 정말 특별한 곳이다. 2002년에 TG에 입단해서 21년째 원주에 있다. 내 고향이 부산인데 15년을 살았다. 원주가 부산보다 더 고향인 것 같을 정도로 오래 있었다. 정말 익숙하고, 원주 톨게이트에 들어갈 때 마음이 편하다.
아직도 원주 팬들이 많이 알아보는지?
많이 알아봐주신다. 먼저 인사 해주시고, 음식점에 가면 서비스도 주신다. 어릴 때는 택시를 공짜로 많이 타고 다녔다. 내가 돈을 드리려고 해도 받지 않으셨다. 원주의 농구 인기가 높아서 그런지 정말 많이 알아봐주셨다.
원주가 특별한 곳이라 감독을 맡는 게 더 부담이 될 것 같은데?
당연히 부담된다. 밖에서 보시는 팬들이 큰 기대를 안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나와 팬들이 꿈꾸는 이상은 같을 거라 생각한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꿈꿔왔던 것들을 이룰 수 있게끔 더 노력해야 될 것 같다.
DB가 3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해서 마음이 좋지 않았을 것 같다.
코치로 있으면서 갈수록 성적이 좋지 못했다. 나도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코치 역할을 잘 못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다. 오프시즌 훈련을 잘해서 내가 선수로 있을 때 느꼈던 DB의 명성을 되찾고 싶다. 당장 성적이 나면 좋겠지만 늦더라도 팀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도록 노력하겠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누구나 처음은 있다는 거다. 코치 생활을 안 한 게 아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내가 대학 시절 프로에 진출할 때도 너무 말라서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성적이 우선이지만 안 되더라도 그 다음에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는 튼튼한 팀을 만드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 이미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논쟁은 의미가 없다. 결과가 말해줄 것 같다. 나도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과정을 잘 만들겠다.
서울 SK 한상민 코치를 수석코치로 영입했는데?
내가 한상민 코치와 친해서 데려왔다는 이야기가 많다. 선수 시절에 친하게 지낸 건 맞다. 은퇴 후에는 서로 다른 팀 코치로 있었기 때문에 연락을 많이 하지 못했다. 수석코치 후보가 2, 3명 정도 있었는데 능력을 우선시 했다. 그래서 한상민 코치를 선택한 것이다. 타 팀 코치라서 데려올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전희철 감독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한상민 코치도 도전에 대한 의지가 있더라. 여러모로 잘 맞아떨어져서 데려오게 됐다.
감독이 된 후 코치 시절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직 팀 훈련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지만 내가 스케줄을 만들고, 어떤 훈련을 할지 생각이 많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 수집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팀이 나아갈지 결정하는 게 가장 큰 변화다. 우리 팀의 색깔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선수 구성과 의견 수집을 통해 천천히 입혀가고 싶다. 과정이 필요하고 잘 되어야 색깔이 입혀진다. 한 시즌 만에 내가 추구하는 농구가 심어지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감독대행? 한번 부딪쳐보자는 생각이었다”
지난 시즌 하위권을 맴돌던 DB는 이상범 감독과 김성철 수석코치가 자진 사퇴하는 악재를 맞이했다. 당시 코치였던 김주성 감독은 갑작스럽게 감독대행을 맡게 됐다. 감독대행이 된 후 빠르게 팀을 추슬렀지만 외국선수 교체에 실패, 7위(22승 32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전주 KCC, 수원 KT와 막판까지 6위 경쟁을 펼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중반 갑작스럽게 감독대행을 맡게 됐다.
경기 이틀 전에 감독대행을 맡게 됐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까지 나가면 팀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하겠다, 못 하겠다 결정할 수가 없었다. 경기 수가 많이 남아서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정신이 없었지만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부딪쳐보자는 생각이 컸다. 빨리 받아들여서 팀을 추스르려고 했다.
첫 경기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는데?
솔직히 어떤 생각으로 경기를 치렀는지 모르겠다. 코치 시절 벤치에 앉아서 보고, D리그 선수들을 지휘했던 게 도움이 됐다. 이왕 하게 된 거 잘하고 싶어서 선수들에게 큰 소리를 지르며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내 의지가 선수들에게도 잘 전달이 된 것 같다. 운도 많이 따라줬다.
주변에서 (강)상재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시는데 원래 능력이 있는 선수였다. 공을 다룰 줄 알고, 코트를 읽을 수 있는 눈도 있다.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는데 상재가 그 능력이 있었다. 내가 잘 활용했다기보다 빈자리에 잘 채워 넣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수는 공 소유가 많아지면 컨디션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감각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졌다. 절대 내가 지휘봉을 잡았다고 해서 좋아진 건 아니다.
경기 전 미팅 시간을 변경한 것도 한 가지 변화였는데?
원래 미팅을 하고 선수단이 워밍업을 하러 나갔다. 근데 몸 푸는 사이에 선발 라인업이 나온다. 만약,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선발로 나오면 경기 시작 직전에 선수들에게 다시 짚어줘야 한다. 이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아예 워밍업을 하고 미팅을 해서 한번에 선수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 해준다. 선수들 반응도 괜찮아서 새 시즌에도 지금처럼 하려고 한다.
말콤 토마스로 외국선수를 교체한 뒤에 6연패를 당했다.
토마스는 KBL에서 뛰었고, 최근 영상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제 베테랑이 됐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중거리슛, 개인기, 동료들을 살려주는 능력까지 있기 때문에 우리 팀에 적합한 선수라고 생각했다. 근데 몸이 안 만들어져 있더라. 검증된 선수라고 판단했는데 나도 당황스러웠다. 사실 잘하고 있던 드완 에르난데스를 교체한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훈련할 때 너무 절뚝거리더라. 트레이너 또한 부상의 위험이 높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교체한 것이다. 당시에는 말하지 못했던 내부 사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플레이오프 경쟁을 했다.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은데?
감독대행을 하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사례가 없더라. 개인적으로 한번 올라가보고 싶었다. 만약,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면 나에게 큰 자산으로 남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끝까지 6위 경쟁을 했던 게 큰 경험이었다.
감독대행을 하며 가장 느낀 점이 있다면?
정말 어렵다. 주위에서는 나에게 결정권이 있으니 재밌지 않냐고 하시는데 이건 나중 문제다. 팀이라는 건 많은 사람들의 집합체고 맞춰가야 한다. 각 파트별로 미팅을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 이게 잘 된다면 재밌다. 중요한 건 이겨야 한다. 승리까지 따라온다면 재밌을 것 같다.
“새 시즌에도 빠른 농구 보여줄 것”
두 달여의 휴가를 마친 DB는 6월 1일부터 새 시즌을 위한 팀 훈련에 돌입했다. 무릎 재활 중인 두경민을 제외한 전 선수단에 함께 하고 있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영입한 서민수와 김영현도 팀 적응에 한창이다. 김주성 감독은 빠른 농구를 구상해 2023-2024시즌 도약을 노리고 있다.
소집하자마자 체력 테스트를 봤는데 선수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감독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선수들에게 휴가 기간 숙제를 제대로 내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행히 선수들이 내 마음을 알았는지 2주 차부터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 새 시즌 강상재를 주장으로 임명했는데 다 같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FA 시장에서 김영현과 서민수를 영입했다.
(서)민수는 신장 대비 플레이가 좋다. 선수 시절 나와 함께 뛴 적도 있다. 장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보조 역할을 잘 해줄 거라 생각한다. (김)종규, (강)상재의 백업 등 활용도가 높다. (김)영현이는 자타공인 수비에 특화된 선수다. 외곽슛 능력도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 팀에 악착 같이 수비하는 선수가 필요해서 데려오게 됐다. 지난 시즌에 (이선) 알바노를 많이 괴롭혔는데 이제는 다른 선수들을 괴롭혀줬으면 한다(웃음).
올 시즌 어떤 스타일의 농구를 보여주고 싶은지?
수비가 꼭 잘 되어야 한다. 수비가 돼야 공격도 좋아진다. 그리고 수비와 리바운드를 통한 속공이 돼야 공격도 풀린다. 몇 가지 수비를 가져갈지 오프시즌에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다. 또한 빠른 농구를 구상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득점이 여부와 관계없이 공격 전개를 빨리 했다. 아마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트리플 포스트는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지?
지난 시즌에 감독대행하면서 기용해봤지만 쉽지 않다. 동부 시절 트리플 포스트는 (윤)호영이가 내가 내외곽 플레이를 할 줄 알았다. 지금 상재와 종규는 좀 다르다. 위험도가 있을 것 같은데 외국선수가 누가 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확실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상황이 된다면 올 시즌에도 사용해보려고 한다.
두경민과 알바노는 함께 기용할 것인지?
같이 뛰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둘이 공 소유를 많이 하지만 내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현재 (두)경민이가 외부 재활 중이라 언제 합류할지 모르지만 맞춰가야 한다. 같이 뛰면 큰 장점이 있고, 번갈아 출전해도 다른 스타일의 농구를 보여줄 수 있다. 여러 가지 유형의 전술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오프시즌 훈련 계획은?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체력 훈련을 7~8주까지 끌고 가려 한다. 7월에는 강릉으로 국내 전지훈련을 떠난다. 연습경기는 8월부터 치를 생각이다. 선수들이 튼튼해지는 오프시즌이 됐으면 한다. 해외 전지훈련을 일본으로 알아보고 있다. 9월 초 정도에 가지 않을까 싶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팬들이 옛날 동부의 향수를 느끼실 수 있게끔 최대한 노력해보겠다. 원주종합체육관을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모두 함께 즐겁게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승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경기 내용도 좋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끝까지 응원해주신다면 나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이 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김주성 감독
생년월일
1979년 11월 9일
신장/체중
205cm/92kg
학력
해동초-해운대중-동아고-중앙대
선수 경력
2002~2018 원주 TG-원주 TG삼보-원주 동부-원주 DB
지도자 경력
2019~2023 원주 DB 코치
2023 원주 DB 감독대행
2023~현재 원주 DB 감독
# 사진_문복주 기자,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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