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서 탄소 뽑아 묻고 재활용… 탄소포집 어떻게 이뤄지나 [탄소포집, 희망일까 환상일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20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기술이 207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15%를 감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위기의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포집이 화력발전 산업에서 시작됐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1972년 미국 텍사스 발베르데 천연가스발전소에서 처음 배출원 포집(Point Source Capture) 기술이 적용됐다. 석탄·가스 발전소나 제철소, 시멘트공장 등에서 연소 시 배출되는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기술로, 탄소포집 방식으로 가장 역사가 깊고 널리 쓰인다.
① 포집: 굴뚝·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 선별
배출원 포집은 폐기물 선별장에서 플라스틱 같은 특정 재질을 골라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다만 선별장의 수작업보다는 다소 복잡한 방식이 사용된다. 아민 등 화학물질을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습식포집'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과 한국중부발전이 보령화력에 설치한 10㎿급 탄소포집 실증 플랜트도 이 기술을 사용한다. 이 플랜트는 2013년 시험운전을 시작해 2021년부터 상용운전을 시작했다.
분리막을 이용해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만을 투과시키는 '분리막포집' 기술도 있다. 일부 국가는 상용화 수준에 도달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배기가스 내 이산화탄소를 고체 입자를 통해 선택적으로 포집하는 '건식포집' 기술은 에너지 저감 잠재량이 높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정부가 2021년 발표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혁신 로드맵’에 따르면, 발전 및 산업 분야의 연소 배기가스 포집기술의 상용화 예상 시점은 2030~2040년 이후다.
직접공기포집(DACㆍDirect Air Capture)은 공장 배기가스가 아니라 일반 공기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로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다. 대기 중 탄소 농도는 0.042%로 석탄화력발전소 배기가스의 탄소 농도(10~18%)보다 매우 낮아서 포집 효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IEA에 따르면, 배출원 포집을 하는 설비는 상용화된 것만 전 세계 35개로 총 4,500만 톤을 포집할 수 있다. 그러나 DAC는 실험실 설비를 합쳐도 19개뿐이며 포집량은 1만 톤을 밑돈다.
② 저장: 탄소를 지하에, 안전하게 묻기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압축 및 냉각을 통해 액체 상태로 가공된다. 파이프라인이나 트럭, 선반 등으로 수송하기 위해서다. 이 액화 이산화탄소를 땅속이나 바닷속에 매립하는 것이 ‘저장’ 단계다. 폐기물에 비유한다면 소각 대신 매립하는 것과 같다.
폐기물을 아무 데나 묻지 않는 것처럼 탄소를 모든 땅에 가둘 수 있는 건 아니다. 권이균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적절한 저장소는 암석 틈 사이 빈 공간이 크고, 주입한 이산화탄소가 잘 퍼지도록 투수율이 높아야 한다. 이산화탄소가 새어 나오는 걸 막는 덮개 구조도 발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깊이도 중요하다. "지하 최소 800m 깊이의 심부 지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액체와 기체의 중간상태인 '초임계상태'로 저장해야 한다"는 것이 권 교수 설명이다.
조건을 충족하는 대표적 구조가 염류대수층이다. 염수로 가득 찬 다공성 암석층이다. 또 다른 방법은 원유·가스를 채굴하고 비어 있는 유전이나 가스전에 주입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석유·가스 기후 이니셔티브(OGCI)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852곳에 약 1만4,000기가톤(1기가톤=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묻을 수 있는 저장소가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95%는 탐사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0.7%(96.6기가톤) 정도만 확인돼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③ 활용: 탄소를 재활용하기
이산화탄소의 포집, 수송, 저장 과정을 탄소포집저장(CCS)이라고 부른다. CCUS는 여기에 더해 이산화탄소 재활용 기술까지 포괄한다. 보령화력 실증 플랜트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음료용 탄산가스, 드라이아이스, 농작물 생장활성제 등으로 활용한다. 이산화탄소를 다른 물질로 가공하지 않고 바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원유회수증진(EOR) 방식이 가장 오래,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지층으로 밀어 넣어 그 압력으로 그간 채굴하기 어려웠던 원유나 천연가스를 뽑아내는 기술이다. 50여 년 전 미국 발베르데 발전소가 포집한 탄소를 인근 유전에 주입한 것이 시초였다. 세계탄소포집저장협회(GSCCI)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가동 중이거나 가동됐던 CCS 프로젝트 32건 중 22건(68.7%)이 EOR에 쓰였다. 다만 EOR을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는 효과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화석연료 생산량이 늘어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를 화학적 전환을 통해 메탄올, 폴리우레탄 같은 고분자화합물을 만드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를 생산하는 생물학적 전환, 탄산칼슘이나 경화시멘트를 만드는 광물 탄산화 등도 연구 중이다. 상용화 시점은 기술별로 2030~2050년 이후로 예상된다.
CCUS의 모든 단계에는 비용과 에너지가 든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발전소에 탄소포집 설비를 추가하면 자본비용이 2배로 늘어나고, 필요한 연료가 최대 44%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탄소포집 기술 투자에 앞서 냉정한 손익계산이 필요한 이유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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