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땐 알았을까, 투수 금값시대 'FA 최대어' 예약…"SV 신기록 기분 좋죠"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개인 세이브 신기록인데 당연히 기분 좋죠."
두산 베어스 마무리투수 홍건희(31)가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9세이브를 달성한 뒤 활짝 웃어 보였다. 홍건희는 지난 8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 마지막 투수로 나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팀의 5-2 승리를 지켰다. 두산의 7월 8전 전승 행진에 힘을 보태는 활약이었다.
홍건희는 9일 잠실야구장에서 진행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개인 세이브 신기록인데, 당연히 기분 좋다. 아직 시즌 절반 정도밖에 안 왔고, 끝까지 좋은 기록을 쌓아 나가야 한다. 그 기록으로 너무 기분이 업돼서 방심할까 봐 가라앉히려 하고 있다. 시즌 끝까지 잘해서 그때 가서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예비 FA인 홍건희는 투수가 금값인 요즘 시대에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20년 시즌 도중 KIA 타이거즈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미래였다. 홍건희는 화순고를 졸업하고 2011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9순위로 KIA에 지명될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10년 가까이 선발과 불펜 어디서도 자리 잡지 못하면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있었다.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질 수 있으면서도 타이트한 상황에서는 제구가 안 돼 '새가슴'이라 불리던 시기도 있었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홍건희는 180도 달라졌다. 구단 전력분석팀의 조언을 바탕으로 하이패스트볼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자기 공에 믿음과 확신을 얻어 나갔다. 무엇보다 결과가 나오니 자신감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불펜으로 보직을 확실히 정하고 필승조로 자리 잡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158경기(마무리 78경기)에 구원 등판해 8승, 40세이브, 27홀드, 170⅓이닝,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했다. KIA에서 10년을 뛰어도 5300만원이었던 연봉이 두산에 와서 수직 상승했다. 2021년 1억1000만원, 2022년 2억5000만원, 올해는 3억원까지 올렸다. KIA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행보다.
10일 현재 세이브 부문 2위인 홍건희는 SSG 랜더스 서진용과 세이브왕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서진용은 25세이브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홍건희가 역전에 성공한다면, FA 시즌에 몸값을 더 끌어올릴 명분을 마련하게 된다.
요즘 KBO리그에서 홍건희급 불펜 투수를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지난해 취임식부터 포수 공개 트레이드를 선언하며 마운드 보강을 노렸는데, 10구단 모두 투수 한 명이 귀한 요즘 선뜻 카드를 맞춰주는 구단이 없었다. 조금은 아쉬워도 삼성이 지난 5일 KIA에 포수 김태군을 내주고 내야수 류지혁을 받아온 배경이다. 공급이 많지 않은 시장에서 수요가 있으면 당연히 몸값은 오르기 마련이다.
홍건희는 일단 차곡차곡 세이브를 쌓아 나가는 게 우선이다. FA 시장가는 이후에 자연히 결정될 테지만, 지금 기세면 불펜 최대어 대우는 충분히 받을 듯하다.
홍건희는 풀타임 마무리투수 첫 시즌에 20세이브 달성을 눈앞에 둔 것과 관련해 "원래 선발투수를 많이 욕심부린 편이었다. 세이브 20개까지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투수를 맡아 세이브를 쌓았고, 올해는 처음부터 마무리를 맡았다. 20세이브, 30세이브를 기대했다기보다는 내가 마무리를 잘 해낼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하다 보니 적응도 되고 개인 신기록도 세워 기분은 좋다"고 했다.
마무리투수로 가는 길이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올 시즌 1차례 블론세이브와 3패를 기록했다. 홍건희는 "근래 경기는 조금 불안했다. 솔직히 마무리인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니까 나한테 심적으로 데미지가 컸다. 중간 투수를 해봤는데도 마무리는 심적으로 압박감이 더 오는 것 같다. 어차피 내가 이겨내야 할 점이고, 깊게 안 빠져들고 넘겨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FA 생각이 들 겨를이 없다. 최근 8연승을 달리면서 자연히 필승조 핵심인 홍건희의 몫이 커지기도 해고, 투수 조장으로서 팀 사기를 유지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홍건희는 "개인적으로 잘되는 것도 좋지만, 투수들이 워낙 잘해 주고 있다. 투수 조장이 아니더라도 선배나 동료로서 뿌듯했을 것 같다. 특히 (김)명신이는 요즘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선배로서 뿌듯하기도 하고, 동료로서 고맙기도 하다. 명신이도 한 단계 올라서는 느낌이라 힘들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성장하는 거니까. 야수들도 계속 힘을 내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있다. 지금 3위까지 올라왔고, 남은 시즌이 기대된다"며 남은 시즌 팀의 상위권 싸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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