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조국과 한동훈, '왕의 남자'가 보여주는 기시감

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2023. 7. 10. 12: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수저에 최고의 스펙을 가진 강남 좌우파 아이콘
이미 시작된 조국과 한동훈의 정치
팬덤에 기댄 검찰개혁과 검찰복원 구호
박철언, 안희정, 실패한 '왕의 남자'들
팬덤이 발목을 잡는 역설적 상황 올 수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창원·류영주 기자


현대사에서 조국과 한동훈처럼 같은 시대를 살며 서로 닮은 듯하지만 극적으로 대비되는 인물이 드물다.

두 사람은 모두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최고 대학의 학벌을 지녔고 이후 인생에서도 훌륭한 경력을 쌓아왔다. 

게다가, 멋진 외모와 나름의 패션 스타일까지 매력을 더하니 그야말로 '인싸'가 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 두 사람을 갈라놓은 것은 바로 정치과잉 대한민국의 진영논리다.

한 사람은 강남좌파, 또 한 사람은 강남우파의 상징같은 인물들이다. 당사자들은 부인할지라도 한국정치와 팬덤이 이렇게 규정한다.

또 한 가지, 두 사람이 가진 공통점이 있으니 이른바 '왕의 남자'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과 다음해 조국사태로 세상이 떠들썩할 때 자신의 남자를 향해 "조 전 장관이 지금껏 겪은 고초만으로 마음의 빚을 크게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도 그랬지만 지금 돌이켜봐도 참으로 뜬금없고 당황스러운 심경 표현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내로남불과 선택적 공정으로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등을 돌리게 한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애잔한 정을 표하니 공감은커녕 화가 날만 했다.

억지 눈물샘을 자극하는 최루성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심정이 이랬을 것이다.

진보편 '왕의 남자' 조국 전 법무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설로 정치권이 시끌하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10일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독주를 함께 마시는 사진도 곁들였다.

스스로 무간지옥의 시간을 지나왔다고 말했지만 이날 두 사람의 얼굴만큼은 행복하기 그지 없어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조국의 정치'가 시작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황진환 기자


자연스럽게 총선 출마설이 나오고 수도권과 고향인 영남은 물론 호남 출마설이 나오고 신당 창당설까지 나온다.

조국 전 장관의 출마설에 당황하는 것은 보수 보다는 진보쪽으로 보인다.

"명예회복의 기회다" "같이 망할 생각이냐?" 진보 내부에서 또 생각이 갈린다.

그가 어떤 판단을 할지 알 수 없지만 조국의 출마가 보수에게는 즐거운 일이고 진보에게는 과정은 물론 결과 모두 고통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덩달아 정치적 무게가 한껏 올라가는 사람은 한동훈 현 법무장관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장관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한 적은 없지만 누구나 그가 현 정권 '왕의 남자'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법률가나 행정가의 언어가 아닌 정치인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으며 보수의 내년 총선승리를 이끌 아이콘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장관은 그래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의 어떤 인물보다 보수에서 영향력이 높고 보수팬덤을 고취시킨다.

총선 출마설은 그의 등장 시기 때부터 따라다녔지만 한 장관은 한번도 명쾌하게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여론조사에서도 보수 정치인 중에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에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창원 기자


한동훈 장관은 이미 정치인의 행보를 시작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후계자처럼 인식돼 있다.

조국과 한동훈, 왕의 남자들이 내년에 어떤 길을 갈지 흥미롭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진영에서 강력한 팬덤을 가졌고 반대 진영의 어떤 공격에도 굴하지 않는 용감함을 가졌다.

한결같이 지난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을 주장하지만 한 사람은 검찰개혁, 또 한 사람은 검찰복원을 정치적 구호로 내세웠다. 

'왕의 남자'들이 어떤 길을 갈지 알 수 없지만 지난 역사를 거슬러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왕의 남자'들이 소환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현대사에서 왕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모두 실패했다.

박철언 전 장관(왼쪽),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연합뉴스


노태우 정권의 박철언과 노무현 정권의 안희정은 살아있는 역사일 뿐 헌정사에 한 페이지도 만들지 못했다.

적어도 민주주의 제도가 시행된 이후 '왕의 남자'가 권력을 차지한 적은 한번도 없다.

왕이 차기 권력을 선택하는 시대가 아닌 국민이 선택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말 40%대 중후반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30% 후반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한동훈 장관이 윤 대통령의 후광을 입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중요한 것은 보수와 진보에서 '왕의 남자'들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팬덤이 두 사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은 친문 팬덤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지 한동훈 장관은 검찰정치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지 가장 큰 과제다.

두 사람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출문제 같은 기시감을 넘어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내년 총선까지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