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건넨 주스는 '졸피뎀'이였다… 끔찍한 그날의 기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느 날과 다름없는 하루였다. 지난해 1월 가벼운 술자리로 여기고 회식 자리에 나선 간호조무사 A 씨는 그 날로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A 씨에게 회식을 제안한 사람은 같은 병원의 행정원장 B 씨였다. 회식은 A 씨의 동료 직원 C 씨까지 세 명이 함께했다.

사건은 1차 회식이 종료된 시점부터 시작됐다.

A 씨와 C 씨에게 2차 회식을 제안한 B 씨는 이들을 병원 VIP 병실로 데리고 갔다.

B 씨는 이들에게 "양주에 오렌지 주스를 탔다"며 음료를 건넸고 이를 마신 둘은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이 음료에는 마약성 약품인 졸피뎀이 섞여 있었다. B 씨는 정신을 잃은 이들을 성추행하고 이들의 나체를 불법 촬영했다.

자칫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던 B 씨의 범행은 A 씨의 남자친구에 의해 발각됐다.

2차 회식에 나선 이후 연락이 두절되자, 이를 수상히 여긴 A 씨의 남자친구는 급히 병원을 찾았고 현장에서 B 씨의 범죄 행위를 목격, 곧바로 신고했다.

수사 과정에서 B 씨의 과거 범죄 행위도 드러났다. 2019년 다른 여성의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한 사실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 3월 23일 B 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죄목은 강제추행 상해와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다. 재판부는 B 씨에게 법정구속과 함께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이 구형했던 9년의 형량보다 낮은 형량이다.

이에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최근 항소심이 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도 동일했다.

지난 6일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1-1형사부(신종오 부장판사)는 B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장애인 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자기 성적 만족을 위해 기본 윤리를 저버렸고, 직장 내 부하 직원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죄질이 좋지 않은 데다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이 크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한편 피해자인 A 씨와 동료 직원 C씨의 삶은 그날을 기준으로 모든 것이 멈춰있다. 사건 충격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던 이들은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주기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