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 불안, 韓 기업에 기회…첨단 기술력 제고 위해 M&A 활성화 필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기술력을 제고하기 위해 M&A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SGI가 발표한 '국내 기업의 첨단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M&A 지원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M&A는 반도체, 컴퓨터 등 기술기업 대상 M&A가 전체의 25.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M&A도 이차전지, 에너지, 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첨단기술 분야로 시장진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많아진 것을 반영한다.
M&A는 기업의 구조조정과 신성장 산업 분야로의 시장진입을 용이하게 해 국내 경제의 성장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최근에는 첨단기술 부문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국내 기업의 첨단기술 관련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해외 기술기업과의 M&A가 주요한 수단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M&A 시장의 거래 규모는 크게 위축됐다. SGI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M&A 시장 거래금액은 전년 대비 39.5% 감소했고, 미국의 M&A 시장 거래금액은 전년 대비 41.3% 줄어들었다. 국내의 M&A 거래금액도 전년보다 41.0%나 감소해 M&A를 통한 기업의 기술력 제고 효과가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SGI는 "M&A를 활성화하고, M&A를 통해 국내 기업 및 경제의 성장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SGI는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 M&A의 경우 해외 기업으로부터의 기술이전 효과가 커서 국내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이는 국내 경제의 투자, 생산, 고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소벤처기업은 해외 기업과의 M&A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SGI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는 아직까지 기술 및 경영권 확보를 위한 M&A형 투자보다는 생산기지나 지점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그린필드형(greenfield) 투자가 중심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기준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중 그린필드형 투자 비중은 67%로, M&A형 해외투자에 비해 많다.
SGI는 "해외 기업로부터의 기술취득을 위해 정부가 국내기업의 아웃바운드 M&A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벤처 스타트업은 해외 M&A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M&A 추진 동안에 해외 인수기업 발굴, 법률 및 회계 자문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M&A 이후에도 벤처 스타트업은 조직 통합 및 운영 비용 등의 어려움으로 M&A의 긍정적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사후관리까지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SGI는 최근 자금조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스타트업 기술기업에 대한 아웃바운드 M&A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은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SVB 파산 등으로 금융 불안이 커지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 기술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국내기업이 미국의 유망한 스타트업 기술기업을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진다.
SGI는 "경제환경 변화에 맞춰 M&A를 통해 정상기업의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촉진해야 한다"며 "국내 경제의 성장성을 강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기업활력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통해 정상기업 중 과잉공급업종, 신사업진출기업, 산업위기지역업종 등의 기업에 대해 세제, 자금,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기업활력법을 통한 승인기업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보이지만, SGI는 기업활력법의 경우 내년 8월까지만 효력이 있는 한시법으로 법적 안정성과 정책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시화하고 적용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SGI는 보고서를 통해 산업구조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업활력법의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기업활력법의 적용대상 범위가 과잉공급업종에서 신사업진출, 산업위기지역, 디지털 전환 및 탄소중립 관련 기업들로 법률 개정을 통해 확대되고 있는데, 매번 법률 개정을 통해 적용대상 기업을 확대하는 방법으로는 경제환경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적용범위 및 대상을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적용해 기업들이 신속하게 기업활력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자금난이 지속되고 있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의 M&A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경제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M&A 시장에 접근해 관련 투자 자금이 크게 늘기는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SGI는 위축된 투자환경에서 민간자금만으로 M&A시장을 회복하는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구조혁신펀드, M&A벤처펀드의 규모를 늘리는 등 정책금융을 통해 M&A 시장에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사모펀드가 M&A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고 있는데, 정책금융이 사모펀드와의 협업을 통해서 자금 공급을 효율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더불어 최근 첨단기술 분야 기업 간 M&A가 조단위 이상의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 이어지자, SGI는 정책금융의 개별기업에 대한 지원자금 규모도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 기업에 한해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동일차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각각 자기자본의 50%, 25%)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경훈 SGI 연구위원은 "역설적이게도 M&A 시장 침체로 낮아진 기업 가치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회일 수 있다"며 "이러한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고, 이는 M&A 시장의 회복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내 경제의 활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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