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옹알이도 갓 시작했는데… 생후 7개월에게 1000만원짜리 ‘럭셔리 영어’

권승현 기자 2023. 7. 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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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7개월 아들을 둔 임모 씨는 아들의 영어 감각을 길러주기 위해 큰마음 먹고 '영어 전집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1000만 원 상당의 전집을 파는 A 사와 계약했다.

임 씨는 아들의 영어 유치원(영유아 대상 영어학원) 진학을 위해선 미리부터 준비해두는 게 좋다고 믿는다.

임 씨는 "주변에 미친 패키지로 시작해서 영어 유치원에 들어간 뒤, 사립초까지 일사천리로 들어간 성공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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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유아 사교육’ 광풍
영어유치원 코스위한 조기교육
980만원짜리 명품전집 등 불티
원어민과 놀이수업 ‘키즈카페’
1년 회원권값 1000만원 달해
“초교 입학전 사교육 시작” 65%

생후 7개월 아들을 둔 임모 씨는 아들의 영어 감각을 길러주기 위해 큰마음 먹고 ‘영어 전집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1000만 원 상당의 전집을 파는 A 사와 계약했다. 임 씨가 계약한 프로그램은 부모 사이에서 ‘미친 패키지’로 불린다. 상품명의 앞글자를 따서 붙여진 별명이기도 하지만, 높은 가격을 비판하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겼다. 교구, CD, 세 단짜리 책장 등으로 구성된 미친 패키지의 가격은 980만 원. 임 씨의 아들은 ‘엄마’라는 말을 갓 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아직 옹알이하는 수준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 영어도 하고 있다. 임 씨는 아들의 영어 유치원(영유아 대상 영어학원) 진학을 위해선 미리부터 준비해두는 게 좋다고 믿는다.

‘영유 열풍’이 불면서 아직 한국어도 못 뗀 아이의 영유 준비를 위해 수백만 원을 들여 영어 전집을 사거나 영어 키즈카페, 영어 교육센터 등을 찾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영아 시기부터 영어 사교육을 시작해 영어 유치원, 명문 사립초 입학 등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기 위해서다.

10일 영유아 부모들로 구성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수백만 원에 달하는 영어 전집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부모들 사이에서 꼽히는 ‘3대 영어 전집’에는 임 씨가 이용 중인 A 사도 포함돼 있다. 3대 영어 전집별로 각종 프로그램을 패키지 형식으로 묶은 상품 가격을 비교해보니 적게는 약 170만 원, 많게는 약 980만 원에 달했다. 영어 유치원을 준비하는 시기인 3~4세 자녀를 둔 학부형들이 주 이용자지만, 최근엔 ‘언어 감각을 키워주겠다’는 이유로 돌 전후 자녀를 둔 부모들도 찾는 추세다.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엔 임 씨가 980만 원에 계약한 미친 패키지가 7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14개월 딸을 둔 문모 씨는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는데 ‘나보다 못한 자녀, 괜찮으시겠습니까?’라는 상담원의 말을 듣고 홀린 듯이 계약했다”고 했다.

임 씨는 “주변에 미친 패키지로 시작해서 영어 유치원에 들어간 뒤, 사립초까지 일사천리로 들어간 성공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직접 A 사에 상담 전화를 해보니 상담원은 “요새는 임산부도 태교용으로 구매한다”며 이용자 나이가 낮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원어민 선생님과 놀이 수업을 하며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프리미엄 ‘영어 키즈카페’도 인기다. 한 영어 키즈카페의 회원권 가격은 3개월 60시간에 약 190만 원, 1년 480시간에 약 1000만 원에 달한다. 영어 키즈카페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김모 씨는 “영어 유치원과 별도로 주말에 보내 아이가 일주일 내내 영어 감각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65.6%가 자녀를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사교육을 시켰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4.8%는 선행학습을 위해서 혹은 다른 아이들이 받기 때문에 안 받으면 불안해서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답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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