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자물가, 마이너스 코앞까지 왔다… 28개월 만에 최저
디플레이션 우려 확대… “물가 하락폭 커질 것”
기준금리 찔끔 낮춘 中, 대규모 부양책은 ‘주저’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까지 떨어지며 마이너스 문턱에 섰다.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는 도매물가 역시 -5.4%로 9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며 경기 둔화 경고음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데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0%로 집계됐다. 즉 지난해 같은 기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으로, 하락세 전환 코앞까지 내려온 것이다. 앞서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0.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국 CPI는 ‘제로 코로나’ 폐지 직후인 올해 1월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2월 1.0%, 3월 0.7%, 4월 0.1%까지 뚝뚝 떨어졌다. 5월 들어 0.2%로 소폭 반등했지만, 한 달만에 다시 고꾸라졌다. 특히 6월 0.0%에 그치면서, 2021년 2월(-0.2%) 이후 2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식품·담배·주류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2.0% 상승해 전체 CPI를 0.55%포인트 끌어올렸다. 식품 중에서도 신선야채(10.8%), 신선과일(6.4%)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돼지고기(-7.2%) 가격이 고꾸라지면서 전체 상승 폭을 제한했다. 비식품 중에선 운송용 연료(-17.6%)를 포함한 교통 및 통신 부문이 -6.5% 하락했다. 임대료 등 거주 부문은 전년 동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고, 여행(6.4%) 등 교육·문화·엔터테인먼트(1.5%), 의료(1.1%) 등의 가격은 상승했다.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6월 전년 동기 대비 5.4% 하락했다. 지난 5월 -4.6%로 7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한 달 만에 그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CPI와 마찬가지로 차이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5.1%)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월간 PPI는 지난해 10월(-1.3%) 이후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지속하고 있고, 낙폭 역시 6개월 연속 확대되고 있다. 이번 6월 수치는 2016년 12월(-5.9%) 이후 9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분간 중국 물가는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다. PPI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면 통상 디플레이션 전조로 해석한다. PPI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물건값을 반영하는 CPI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중국 경기 회복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생산자들은 낮은 원자재 가격, 국내외 수요 약세와 씨름해야 했다”며 “소비자와 기업은 가격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해 지출이나 투자를 계속 억제한다면, 물가 하락의 소용돌이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0개월 만에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낮췄다. 일반대출인 1년 만기 LPR은 물론, 주택담보대출 기준인 5년 만기 LPR까지 같이 0.1%포인트 조정했는데,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구매에 대한 세금 감면 조치를 2027년까지 연장한 것 외에는 직접적인 소비 진작 정책도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 7일 조만간 가계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 초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6일 경제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안정 속에서 성장을 추구하는 총체적인 기조를 견지하면서 효과적인 질적 향상과 합리적인 양적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경기부양책의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라고 봤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