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퀸’ 신지애, US 여자오픈 준우승…한국계 코푸즈 정상(종합)

주미희 2023. 7. 10. 11: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지애 제78회 US 여자오픈에서 준우승
최종 라운드서 4타 줄여 합계 6언더파 282타
‘파이널 퀸’ 면모…공동 2위 상금만 12억6천만원
내년 US 여자오픈 출전권도 따내
LPGA 투어 2년차 코푸즈가 첫 우승…상금 20억원
필리핀인 아버지·한국인계 어머니 둔 하와이 출신
신지애가 10일 열린 제78회 US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마지막 홀 버디를 잡아낸 뒤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2000년대 후반 한국 여자골프에서 신지애(35)는 ‘지존’으로 불렸다. 200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9승을 거뒀으며 이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당시 마지막 날 상위권에 그의 이름이 있으면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그래서 ‘파이널 퀸’이라고 불렸다.

신지애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파72)에서 열린 2023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 번째 메이저 대회 US 여자오픈(총상금 11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파이널 퀸’의 면모를 선보였다. 우승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엮어 4언더파 68타를 치고 분전해, 공동 2위(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다.

현재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앞서는 LPGA 투어 무대를 누볐다. 신지애는 2008년 LPGA 투어 정식 회원이 아니었음에도 10개 대회에 출전해 3승을 따냈다. 2009년 LPGA 투어에 정식으로 데뷔했고 그해 3승을 올리며 신인상과 상금왕에 올랐다. 2010년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생각보다 빨리 많은 걸 이룬 데다가 부상까지 겹친 신지애는 미국에서 11승을 거둔 뒤 LPGA 투어 회원 카드를 반납하고 2014년부터 JLPGA 투어에서 뛰었다. 그의 우승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올해 일본에서 2승, 호주에서 1승을 거두며 프로 통산 64승을 기록하고 있다.

‘리빙 레전드’의 기록을 써내려가는 신지애는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 나서는 새로운 도전을 펼쳤다. 신지애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건 2019년 US 여자오픈 이후 4년 만이다. “지난달에 돌아가신 할머니께 미국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새로운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다”는 것이 US 여자오픈에 참가한 배경이다.

오랜만에 나선 미국 원정이지만 신지애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선두와 5타 차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신지애는 6번홀(파5)에서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라간 뒤 첫 버디를 잡았고 8번홀(파4)에서 4m 버디를 더했다.

10번홀(파4)에서 샷이 흔들려 이날 첫 보기가 나왔지만, 11번홀(파4)에서 다시 4m 버디를 잡으며 실수를 만회했고 14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공동 3위를 달리던 신지애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티 샷을 페어웨이 벙커에 빠트렸지만 벙커에서 페어웨이로 공을 잘 빼냈고, 111야드를 남기고 웨지로 공을 핀 왼쪽 4.5m 거리에 보내 버디 기회를 남겼다. 신중하게 퍼트를 굴린 신지애는 오르막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주먹을 크게 들어올리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18번홀을 떠나면서는 갤러리들에 손키스를 날렸다.

마지막 홀 버디로 공동 2위로 올라선 신지애는 상금으로 무려 97만4572 달러(12억6000만원)를 획득했다. 또 10위 안에 들어 내년 US 여자오픈 출전권도 확보했다.

신지애의 드라이버 티 샷(사진=AP/뉴시스)
우승은 올해 LPGA 투어 2년 차를 맞은 앨리슨 코푸즈(미국)가 차지했다. 코푸즈는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타를 줄이고, 합계 9언더파 279타로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나흘 동안 69-70-71-69타를 기록한 코푸즈는 4라운드 내내 언더파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였다. US 여자오픈에서 자신의 첫 우승을 기록한 그는 우승 상금으로만 200만 달러(약 26억원)를 획득했다. 이는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상금이다.

코푸즈는 우승 후 “비현실적”이라며 “꿈이 이뤄졌다. 페블비치에서 경기하는 것도 정말 멋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와이 출신으로 호놀룰루에 있는 푸나후 고등학교를 졸업한 코푸즈는 학교 선배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축하까지 받았다. 코푸즈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캘리포니아의 명문 사립대학교인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경영학 학위와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그는 2008년 10세 3개월 9일의 나이에 미국 여자 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 역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워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여기에는 필리핀 출신의 아버지, 한국계 어머니의 헌신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 마르코스 코푸즈는 30년 이상 근무한 퇴역 미군 대령으로 독일, 한국,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코푸즈가 풍부한 삶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어머니 메이는 호놀룰루의 육군 의료 센터에서 일했던 간호사로 코푸즈에게 늘 규율과 근면의 가치를 가르쳤다고 한다. 아버지 마르코스는 여러 차례 딸의 캐디 백을 메고 선수 생활을 돕기도 했다.

코푸즈의 부모는 “앨리슨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몸이 좋지 않아 기권을 권유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우승까지 해냈다. 딸이 목표를 이뤄냈다. 모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가운데 앨리슨 코푸즈와 양옆에 선 아버지 마르코스, 어머니 메이(사진=AP/뉴시스)
마지막 날 6타를 줄이고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작성한 찰리 헐(잉글랜드)이 신지애와 함께 공동 2위(6언더파 282타)에 올랐다.

3라운드 단독 선두였던 하타오카 나사(일본)는 4타를 잃고 부진해 베일리 타디(미국)와 공동 4위(3언더파 285타)를 기록했다. 전날 공동 3위였던 김효주(28)는 3, 4라운드에서 퍼팅에 고전하며 이날도 2타를 잃고 공동 6위(2언더파 286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유해란(22)이 2오버파를 쳤지만 단독 8위(이븐파 288타)에 자리해 톱 10에 성공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 1위 박민지(25)는 1타를 줄여 김세영(30)과 함께 공동 13위(4오버파 292타)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전인지(29)는 5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달성했다. 지난 4월 셰브론 챔피언십 이후 올해만 메이저 대회에서 두 번째 홀인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3타를 잃어 공동 27위(6오버파 294타)에 자리했다.
우승 트로피에 키스하는 코푸즈(사진=AP/뉴시스)

주미희 (joomh@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