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탄소중립과 비즈니스 기회
얼마 전 우리 정부는 에너지 전환, 산업, 수송·교통, 건물·환경 부문과 관련된 17개 중점 분야를 대상으로 100대 핵심 기술 확정하고 한국형 탄소중립 기술 개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전략 발표의 특징은 기술 개발 정책의 구체성인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격차 기술은 선두를 유지하고 격차를 확대해나가는 전략을 수립한 반면 기술 개발 초기 단계의 신격차 기술은 신시장 창출과 선점을 위한 전략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기술 개발 고도화와 상용화를 위한 전략으로 구분해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는 정부투자의 결과가 경제적 성과 창출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중립이라는 이슈가 향후 지속 가능한 신기술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초?? 신격차, 감격차 기술로 세분화하여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은 향후 탄소중립이 단기 및 중장기적인 지속적인 혁신과 확산을 통해 일시적 유행이 아닌 트렌트가 되도록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조엘 베스트 교수는 단기적인 패드(fad: for a day)와 유행이 중장기적 흐름인 트렌드나 혁신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왜 우리가 일시적인 패드나 유행에 빠지며 어떻게 트렌드를 예측하고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 바 있다.
패드란 ‘짧은 기간 인기 얻고 정점에 도달한 뒤 곧바로 인기를 잃는다’는 특징을 가진 현상을 말한다.
베스트 교수에 따르면 신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자리 잡게 되는 성공적 혁신은 인기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개선하면서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아 기존 제품 대비 우위를 확보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장의 선택을 받은 신기술, 신제품은 지속적으로 연구 증거를 축적하면서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경쟁력을 갖게 되는 반면 선택을 받지 못한 제품은 소멸되며 일시적인 휴행, 즉 패드(fad)가 되고 만다.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 즉 지속적인 사업 기회 창출의 핵심 가치는 지속 가능성인데 제품과 기술의 경우 패드(fad)와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의 동인이 상이하다고 생각된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 탄소중립과 같은 다소 먼 미래 이슈와 관련된 기술의 경우 수요에 기반을 둔 지속적인 혁신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혁신제품의 경우 판매량의 급증에 따라 지배적 디자인으로 자리 잡게 되는데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는 혁신 초기 단계로 기술인지, 제품인지, 중장기적인 사업 기회 창출이 가능한 영역은 무엇인지의 개념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반면 무엇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점에서 탄소중립도 기술 개발과 더불어 시장의 관심과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단계적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들은 수익 창출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시장 진입을 꺼리게 되므로 단기적 성장성이 큰 과제를 제시하여 관심을 유도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겠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기술사업화연구센터 연구원들은 탈탄소·순환형 사회를 테마로 위키데이터를 활용하여 유망 기술 및 이슈를 추출하고 분석한 바 있다.
발굴된 아이템들은 순제로 에너지 건축, 에너지 관리 시스템, 무공해 자동차 및 인프라, 개인용 이동 수단, 탄소포집 및 저장장치부터 V2G, 탄소배출권 거래 서비스, 바이오매스 발전, E-Fuel, 대체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큰 틀에서 본다면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핵심 기술과 동일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다만 활용된 데이터의 특성을 볼 때 잠재적 수요자들의 관심을 갖고 있는 시장 중심의 우선순위를 갖는 아이템이라 할 수 있으며 초기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기업의 참여가 가시화된 영역이다.
물론 탄소중립이라는 중요한 어젠다가 패드(fad)처럼 사라질 리는 없지만 일반 사회구성원의 관심을 크게 가질 만한 제품은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한껏 달아오른 기술 차원의 관심과는 달리 시장의 관심은 식을 수도 있다.
즉, 대중 차원의 공감과 협력을 통한 ‘함께하는 탄소중립’이나 민간이 이끌어가는 ‘혁신적인 탄소중립’의 전략 실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때 당장 수익이 창출되지 않더라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유지하고 정책적 투자 결정을 통해 의도적으로 초기 시장을 창출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정부는 정책적 당위성을 확보하는 의도된 과정으로서 잠재적 수요자로서의 대중들의 기술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게 함으로서 혁신 제품이 출시될 때 수요자들을 묶어두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탄소중립이라는 이슈가 선언적 의미나 일시적 현상을 넘어 전략적 당위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정책과 로드맵은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청사진 제시뿐만 아니라 신시장에서 기업, 출연연, 대학 등의 혁신 주체들에 대한 역할을 어느 정도 부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이러한 잠재적 역할들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탄소중립이 가져올 미래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해낼 것으로 기대해본다.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살다살다 팬 속옷 검사 첨 본다, 가슴 만져" 하이브 아이돌 팬사인회 논란
- "속옷 뒤집혀 있어"…캄보디아 살해 BJ아영, 성폭행 정황 제기
- 송종국 "아들'지욱'에 1:1 축구 개인지도...영국 가고 싶다고해"
- “과욕 때문에 그랬다” 뜻밖에 등장한 황우석 충격 근황
- 소프라노 이상은 공연 직전 돌연 사망…경찰 "범죄 가능성 낮아"
- 대선공약이 ‘BTS 초청’…멕시코 대선 예비후보, ‘아미’ 겨냥한 이색 공약
- 잔액부족 뜬 20세 女승객에 “데이트 하자”…유사강간한 택시기사
- “범죄도시 마동석도 결국 당했다” 공짜 또 출현…시끌벅적 난리
- ‘킹더랜드’준호, 윤아에게 “허락해줘.날”에 이은 특별한 숨멎키스
- “우린 다 ‘또라이’”…지금껏 듣지 못한 방탄소년단의 10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