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집속탄 지원 논란…러 "전쟁범죄 스스로 인정한 것" 비난

김민수 기자 2023. 7. 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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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크라 탄약 부족한 상태, 집속탄이 전장 판도 바꿀 수 있어"
영국, 독일 등 동맹국 "민간인, 특히 어린이 피해 발생할 수 있어"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해 10월21일(현지시간)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한 로켓 파편들 중 MSLR 미사일에서 분리된 집속탄을 들고 있다. 2022.10.21/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자 이를 두고 미국 내부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등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위해 필요한 무기임을 강조하고 있고, 반대 측에선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의원은 CNN 프로그램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집속탄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며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에 집속탄을 투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이 무기를 러시아 본토에서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집속탄은 가공할 살상 능력과 높은 불발탄 비율 때문에 2010년 유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이 발효돼 12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러시아와 미국, 중국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또한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집속탄 지원에 대해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반격에 탄약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ABC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부족한 155mm 포탄 생산에 시간이 걸린다면서 "공백을 채우기 위해" 집속탄을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째서 민간인 피해 우려에도 미국이 집속탄을 금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커비 조정관은 "민간인 피해 우려를 매우 유념하고 있다"면서 "집속탄은 전장에서 유용한 역량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맥콜 의원과 함께 CNN 방송에 출연한 민주당 소속 바바라 리 하원의원은 집속탄에 대해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 이는 선을 넘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는 이 무기가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잘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은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20개국 이상이 집속탄에 관한 협약에 서명한 사실은 언급하면서 미국이 자칫 도덕적 리더십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팀 케인 상원의원도 역시 같은 주장을 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집속탄을 금지하기로 한 협약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미국이 집속탄을 지원한다면 결국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다른 국가도 예외적인 상황을 근거로 미국처럼 집속탄을 지원하거나, 나아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외곽 숲 한 무덤 근처에 금지무기인 집속탄이 탑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로켓 파편이 박혀있다. 2022.03.23/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미국의 결정에 독일과 영국 등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현지 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집속탄 사용에 반대하는 독일의 입장은 그 어느 때보다 정당하다"며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미국을 막을 순 없다"고 밝혔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자신이 외교부 장관이던 시절 독일을 대표해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했던 것을 회상하면서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희생자들의 편에 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독일 정부는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이 가볍게 내려지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며 이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집속탄을 사용한 사실을 언급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영국은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한 120여개국 중 하나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캐내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집속탄 사용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집속탄이 민간인, 특히 어린이에게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도 기자들에게 "스페인은 우크라이나에 어떤 상황에도 특정 무기와 폭탄을 지원할 수 없다는 확고한 약속을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미 러시아 대사관은 9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사실상 전쟁 범죄를 저지른 것을 자백했다며 비난했다.

러시아 대사관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속탄 지원 관련 커비 조정관의 발언에 주목했다"면서 "그는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미국이 전쟁 범죄를 저질럿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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