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니스트에게 ‘발연주 잘 한다’는 욕 아니에요”
오는 26일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오딧세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5000여개의 파이프가 대나무 숲처럼 뻗어 오른 파이프 오르간. 음의 높이와 음색을 조절하는 68개의 스톱이 때론 장엄하고, 때론 신비로운 신의 음성을 들려준다. 4단의 건반으로 연주자의 두 손이 바삐 오가고, 탭댄서보다 부지런히 발을 움직여 하단의 발건반을 누른다.
“두 손, 두 발을 써서 연주하다 보면 자동으로 복근 운동까지 돼요. (웃음)”
오르가니스트 유아라(41)가 롯데콘서트홀의 ‘오르간 오딧세이’(7월 26일)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이제는 롯데콘서트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오르간 오딧세이’는 관객들에게 파이프 오르간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공연이다. 유아라는 이 공연의 시작 당시부터 함께 해온 ‘초대 오르가니스트’로 4년 만에 ‘복귀’를 알렸다.
파이프 오르간은 흥미로운 악기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과 함께 설치된 6단 짜리 파이프 오르간이 ‘동양 최대’ 크기를 자랑하며 관객과 만나왔다. 어느덧 중년이 된 세종문화회관의 파이프 오르간이 일찌감치 안식년에 접어든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해온 주인공이 바로 2016년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이다.
파이프 오르간의 ‘공연장의 얼굴’이다. 관객들이 롯데콘서트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파이프 오르간을 마주하게 된다. 오스트리아의 ‘빈 뮤직페라인 홀’의 파이프를 제작한 리거(Rieger)사에서 제작을 맡은 이 파이프 오르간은 디자인부터 설치까지 무려 2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제작 비용만 해도 약 25억원에 달한다.
오랜 제작기간만큼이나 복잡하고, 연주 방식도 까다롭다. 그 어떤 악기의 연주자보다 무대 위에서 바쁜 사람들이 바로 오르가니스트다. 유아라는 “오르간은 연주자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악기에서도 다른 소리가 나오는 매력적인 악기”라고 했다.
오르간 앞에서 연주자들은 손은 물론 발로도 소리를 만든다. 피아노와 달리 하단에도 독립적으로 음을 내는 발 건반이 있다는 것이 오르간이라는 악기의 특징 중 하나다. 연주자는 양팔로 의자를 딛고, 댄서들처럼 다리를 움직이면서 음악을 연주한다.
유아라는 “피아노 악보가 왼손과 오른손 연주를 표기한 2단으로 구성돼 있다면, 오르간 악보는 발 연주까지 포함해 3단으로 적혀있다”며 “바로크 시대엔 발 건반이 베이스 역할을 했는데, 낭만시대를 거쳐 현대에 오면서 발 건반도 독립된 성부로 연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 연주’만을 위한 음악도 많다. 다가올 공연에서 유아라는 발 건반만으로 연주하는 탈벤 볼의 ‘오르간 발 건반을 위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들려준다. 그는 “발 건반을 연주할 때는 3∼5㎝ 굽이 있는 ‘오르간 슈즈’를 신는다. 바닥이 부드러운 가죽으로 돼 있어서 건반을 이동할 때 뻑뻑한 느낌이 없도록 해준다”고 귀띔했다.
“발의 앞꿈치, 뒤꿈치를 이용해 건반을 누르는데 악보엔 어떻게 누르라고 적혀 있지는 않아요. 오르간을 처음 배울 때 발 건반을 오른발로 칠지, 왼발로 칠지, 앞쪽으로 칠지, 뒤쪽으로 칠지 감을 익혀요. 발 건반이 하나의 독립 성부인 만큼 ‘발연주 잘 들었다’는 말은 오르가니스트에게 욕이 아니에요.(웃음)”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 ‘발 연주’ 환경이 수월해졌다. 오르간 의자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 연주자의 신장이나 다리 길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연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과거엔 달랐다. 유서 깊은 오르간들은 의자 조절 기능이 없다. “유럽의 교회나 성당에 있는 오래된 오르간들에선 키가 작거나 다리가 짧은 연주자는 오르간에 매달려 연주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요.(웃음)”
오르간의 중요한 장치 중 하나인 스톱은 음의 높이와 음색을 결정한다. 오르간이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스톱 때문이다. 모든 스톱에는 숫자와 악기의 종류가 적혀 있다. 오르가니스트들은 각각의 곡을 연주할 때 스톱을 눌러두고 발로는 낮은 음을, 두 손으로는 4단의 건반을 아우르며 연주한다. 매번 스톱을 누를 수 없어 조합을 저장해둔 메모리 버튼도 있다. 파이프 오르간은 파이프와 스톱의 개수가 많을수록 더욱 다양한 소리를 낸다.
유아라는 “곡마다 다르지만, 다이내믹하게 변화가 많은 곡은 세 마디를 연주하는 동안에도 버튼을 6∼7개 쓸 수 있다”며 “보통 공연을 한 번 준비할 때 스톱의 조합을 저장하는 메모리 작업만 해도 3∼4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유아라는 이번 공연에서 바흐의 ‘토카타와 푸카’를 비롯해 오르간 버전의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오케스트라와 트럼펫 연주자의 협연 느낌이 나는 클라크의 ‘트럼펫 볼런터리’를 연주한다. 그는 “오른간을 종교적 악기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오르간으로 클래식 곡을 편곡해 연주하는 것에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도 많다”며 “하지만 오르간의 대중화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오르간을 즐길 수 있도록 적절한 균형을 맞춰나가려 한다”고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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