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으로 할걸 그랬나”… 세무조사 걱정하는 ‘개인사업자’ 학원 강사들
“H씨 외 현장강의 강사들도 조사 받았다”
10억 벌면 개인사업자 45%, 법인 19%
법인 전환 않고 경비 가공한 강사도 표적
윤석열 대통령의 ‘사교육 카르텔’ 발언 이후 학원가를 대상으로 한 세무당국의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국세청은 대형 사교육 업체들은 물론 ‘일타 강사’ 개인들의 세금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다. H씨 등 소위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스타 강사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억대’ 수입을 올리는 서울 강남 대치동의 인기 현강(현장 강의) 강사들까지 모조리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업계에서는 세금을 최대 45%나 떼어가는데도 ‘개인사업자’ 신분을 고집하는 수십억원대 연봉의 강사들이 이번에 세무당국이 들여다 볼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일부 강사들이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법인으로 전환하지 않고 개인사업자 지위를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수입에 대한 사적 사용이 자유로운데다 비용(경비) 처리가 상대적으로 쉬워 가공 경비 작업으로 오히려 세금을 덜 낼 수도 있다는 것 등이 이유로 꼽힌다.
10일 과세당국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2·4국은 지난달 28일부터 메가스터디·시대인재(하이컨시)·대성학원·종로학원·유웨이(입시학원) 등 대형 입시학원에 수차례 조사원들을 보내 회계 장부와 세무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 6일까지 접수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관련 신고 중 탈세 의혹과 관련해서 국세청에 정보를 공유했다.
국세청은 특히 메가스터디 수학 대표 강사 H씨를 포함한 학원가 유명 강사 개인들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대치동에서 근무하는 한 강사는 “현장 강의로 유명한 여타 강사들도 모두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45% 떼도 법인보다 개인 “돈 마음대로 쓰고 경비 처리 쉬워”
업계에선 특히나 한해 수십억원의 소득을 올리면서도 법인으로 전환하지 않고 개인사업자 지위를 유지하는 강사들이 세무당국의 우선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상 학원가 세무사들은 강사들에게 연 매출 5억원(성실신고확인 대상 기준)이 넘어가면 법인으로 전환할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개인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종합소득세가 최대 45%(연소득 10억원 초과)의 세율을 적용받는 데 비해, 법인에 부과되는 법인세는 세율이 더 낮기 때문이다. 각 사업연도 소득이 2억원 이하라면 9%, 2억~200억원이라면 19%만 적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원 강사는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일타급 대형 강사들은 거의 법인 사업자”라며 “어차피 깨끗하게 세금을 낼 것이면 법인세 내는 게 절세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도 개인사업자를 유지하는 학원 강사도 있다.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단 이점이 있어서다. 한 세무사는 “법인 돈을 개인이 가져가려면 이자나 근로 소득으로 소득세를 빼고 가져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세금 부담이 훨씬 크다”며 “게다가 마음대로 썼다가 적발되면 횡령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되는 건 ‘가공 경비’(경비를 가공해 처리하는 것) 측면에서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개인사업자를 고수하는 경우다. 카드 사용이나 계좌 입금 내역에 대한 증빙서류를 적합한 항목에 쓴 것처럼 서류를 만드는 작업이 법인일 때 훨씬 까다롭고, 개인사업자일 때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가짜 경비 처리를 통해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은 탈세 행위다.
또 다른 세무사는 “결국 비용으로 반영할 항목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절세의 관건인데, ‘사업상 연관성’을 증명하는 것이 법인일 때 더욱 까다롭다”며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사업자는 돌아다니면서 쓰는 것들이 모두 비용 처리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만약 원생들에게 간식을 주려고 마트에서 20만원어치 장을 봤다면, 법인 카드로 긁었을 경우 거기서부터 국세청의 문제제기가 바로 들어온다”며 “상세 영수증으로 모든 내역이 간식임이 드러나야 하고, 그 밑에 ‘아이들 간식비로 쓰였다’라고 적어놔야 넘어갈 정도로 법인의 비용 처리와 입증은 매우 깐깐하다”라고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강사 개인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등 자격에 따라 차등을 두고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개인사업자를 유지하며 가공비용 처리하는) 사례를 포함해 명백한 탈루 혐의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들에 대해선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것”고 했다.
◇ “‘매출 누락’ 의심 사례와 재력 과시 강사들도 겨냥될 듯”
이 밖에도 세무 전문가들은 이번 기획 세무조사를 통해 강사들의 ‘매출 누락’ 여부를 더욱 촘촘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집이나 외부 특별강의 비용을 현금으로 수취해 이를 신고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세무사는 “강사들이 매출 누락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라며 “더욱이 법인의 경우 매출 누락액이 3억원 이상이면 검찰에 고발되는데 이 역시 횡령이 적용된다”고 했다.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 재력을 과시한 강사들도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서울 시내 세무법인 대표는 “한 강사는 통장 잔액으로 130억원을 인증하기도 했고, 집도 수입차도 많다고 밝혔는데, 이런 구입 비용이 어디서 나온 건지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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