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 파크스, '어쩔 줄 몰라하는 청춘'서 길어올린 내면적 보편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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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연이 기승전결을 가지면서 극적일 필요는 없다.
지난 8일 오후 홍대 앞 무신사 개러지에서 첫 내한공연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알로 파크스(23·Alro Parks)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여유 있게 펼쳐내 보여준 사실이다.
2000년생인 Z세대 뮤지션 파크스는 스스로 자신들의 세대라 대변자라고 얘기한 적이 없지만,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흔들리는 삶의 어쩔 줄 모르는 언어들을 노래로 치환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수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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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모든 공연이 기승전결을 가지면서 극적일 필요는 없다. 자연스러움을 통해서도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지난 8일 오후 홍대 앞 무신사 개러지에서 첫 내한공연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알로 파크스(23·Alro Parks)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여유 있게 펼쳐내 보여준 사실이다.
로파이(Lo-fi) 인디 팝 질감의 곡들이 탄탄한 세션들과 함께 근사한 밴드 세트 구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말랑말랑하면서 단도직입하는 파크스의 보컬은 몽환의 곡선과 명료함의 직선을 오갔다. 70분 남짓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이었지만, 만족감이 크게 깃든 여운은 길었다.
최근 발매한 2집 '마이 소프트 머신(My Soft Machine)'(2023) 첫 트랙 '브루즈리스(Bruiseless)'로 출발한 공연의 세트리스트는 2집과 명반으로 자미래김한 데뷔 스튜디오 앨범 '컬랩스드 인 선빔즈(Collapsed in Sunbeams)'(2021) 수록곡 등을 골고루 섞였다.
비트와 로파이 기타를 주무기로 사용한 1집보다 2집의 사운드스케이프가 더 다채롭기는 하다. 1집 수록곡들의 새로운 편곡도 좋았지만, 2집 수록곡들의 공연장 내 물리적 현현의 질감이 더 풍성했다. '퍼플 페이즈'의 이국적 사운드, '디보션(Devotion)'의 활기찬 기타 소리가 그렇다. 파크스는 '소피(SOPHIE)'와 '디보션'에서 직접 현란한 기타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노랫말을 쓰는 시인이기도 한 파크스의 공연에서 또 특기할 만한 지점은 무중력 같은 목소리로 메시지를 환기하는 운율감과 어감이다.
"넌 내 비누 속의 무지개야 / 넌 많은 것들보다 더 많은 형태로 아름다움을 알아채"(You're the rainbow in my soap / You noticе beauty in more forms than most), "네가 나의 모든 불순물을 받아들일 때 / 그리고 난 다시 깨끗함을 느껴"(When you embrace all my impurities / And I feel clean again)처럼 주옥 같은 문장을 접할 땐, 짧은 영어 실력을 자책할 수밖에 없다.
2000년생인 Z세대 뮤지션 파크스는 스스로 자신들의 세대라 대변자라고 얘기한 적이 없지만,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흔들리는 삶의 어쩔 줄 모르는 언어들을 노래로 치환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수식을 얻었다. 알지 못하는 삶의 낯섦에 대해 노래하면서 새로워진 것이 아니라 새롭게 노래하면서 낯선 삶에 대해 알게 돼 간다는 것. 노래는 그렇게 충분히 알지 못하는 세계로 다 같이 들어가는 것임을 파크스는 증명한다.
그런데 그런 노래에 대한 감각은 방 안에서 고민한 경련만을 통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충분히 무대 위에서 정련된 듯 재기발랄함을 선보이는 파크스에게서 자연스레 뿜어져 나오는 밝은 에너지는, 삶의 도로를 우회하지 않고 직진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 경쾌함이 삶을 무사통과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준다.
젊을 때 혼란의 내밀한 경험이 순진무구한 파크스의 목소리와 무대 매너의 에너지와 만나 모든 청춘의 보편적인 경험이 된다. 그래서 공연은 체험이 되고 드라마가 된다. 극적인 삶이 있는 게 아니라 삶이 극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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