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수익’ 벗어난 은행 퇴직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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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이 예정된 가운데, 시범운영 중인 은행 디폴트옵션 상품이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애초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 자체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단기 수익률이지만 비교적 좋은 수익률이 나왔고, 물가상승 등 외부적 요인도 위험 감수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원금비보장형 상품의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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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보장형 쏠림 해소될지 주목
오는 12일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이 예정된 가운데, 시범운영 중인 은행 디폴트옵션 상품이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며 실적이 저조했던 원금비보장 유형의 수익률이 높아졌다. 이에 디폴트옵션 도입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됐던 ‘초저위험(원금보장형)’ 쏠림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줄곧 ‘마이너스’ 였는데...퇴직연금, 1분기 수익률 껑충=10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취급하고 있는 디폴트옵션 상품 49개의 1분기 평균 수익률은 약 2.9%로 집계됐다. 위험도별로는 ▷초저위험(원리금보장) 1.08% ▷저위험 2.26% ▷중위험 3.22% ▷고위험 4.74% 등으로 나타났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방법을 지시하지 않으면 미리 정해둔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고객의 미진한 운용관리를 지적해 왔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수단이다. 디폴트 옵션은 1년간 시범운영 기간을 거치고 12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사실상 ‘적자’에 가까웠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산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다수 상품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타났다.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 중인 국내 12개 은행의 지난해 기준 원리금 비보장형 DC·IRP 상품 평균 수익률은 최저-20.0%에서 최대 -13.66%로 집계됐다.
장기 수익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최근 5년과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각각 1.96%, 2.39%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수익률’ 중요성 커진다...‘초저위험’ 비중 줄어들까=사정이 이렇다 보니 1분기 첫 성적표를 받은 은행권 디폴트옵션 상품의 수익률은 비교적 ‘호실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최근 마이너스에 머물렀던 원금비보장형(저·중·고위험) 상품의 수익률 회복이 눈에 띄게 나타나며, 퇴직연금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는 ‘원금보장형(초저위험)’ 쏠림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1분기 디폴트옵션 상품 적립금은 3012억원으로, 이 중 약 2544억원(84%)이 원리금보장형(초저위험) 상품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 불안정에 따른 안전투자 선호가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안정성’을 추구하는 고객이 많은 은행권은 해당 비율이 더 높다. 1분기 은행 디폴트옵션 상품에 가입된 금액은 총 2436억원으로, 그중 90%에 달하는 2172억원의 적립금이 초저위험 상품에 몰렸다.
은행권에서는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되며, 고객들의 위험 선호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애초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 자체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단기 수익률이지만 비교적 좋은 수익률이 나왔고, 물가상승 등 외부적 요인도 위험 감수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원금비보장형 상품의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증권사로의 고객 이탈을 염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본격적인 수익률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은행에 비해 증권사의 운용 수익률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분기 디폴트옵션 상품 수익률 상위 5개 사에 포함된 은행 수는 ▷저위험 2개 ▷중위험 1개 ▷고위험 1개 등으로 증권사(▷저위험 3개 ▷중위험 2개 ▷고위험 3개)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장기적인 수익률로 승패가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기간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이나 퇴직연금 운용 규모 등이 더 큰 고객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현재 은행들의 퇴직연금 적립 규모가 가장 크고 금융 업무 편의성도 높다는 장점이 있어, 급작스러운 고객 이탈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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