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최다우승자' 스롱, 안산서 새 역사... 다문화가정의 희망 "내 당구 보고 행복했으면"
스롱은 9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당구협회(PBA) 2023~2024시즌 2차 투어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용현지(22·하이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4-3(6-11, 11-3, 11-4, 5-11, 11-7, 7-11, 9-2)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당구 출범 2년차 5차 투어부터 참가한 스롱은 3번째 시즌 개막전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무려 6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LPBA 역대 최다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첫 대회 성적은 32강 탈락이었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다음 시즌 첫 대회부터 곧바로 우승을 차지한 그는 그 시즌에만 우승과 준우승을 두 차례씩 경험했다. 더 성장한 그는 지난 시즌 왕중왕전 격인 월드챔피언십까지 총 3차례 우승 트로피를 더했다.
결승 전까지는 특별한 어려움도 없었다. 8강에서 장혜리에게 한 세트를 내준 게 전부였다. 결승은 달랐다. 상대는 김가영-강지은 등 우승자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올라온 용현지. 첫 세트부터 빼앗기며 시작했고 2,3세트를 연속으로 따냈지만 달아날 만하면 용현지는 매섭게 추격했다.
결국 승부는 7세트로 향했다. 2시간이 넘게 이어진 경기 속에 양 선수는 다소 집중력을 잃은 듯 했지만 스롱은 막판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첫 이닝 5득점하며 기세를 올린 그는 2번째 이닝에서 4점을 몰아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인터넷을 통해 지켜본 4만여 시청자들 앞에서 챔피언샷을 성공시킨 스롱은 호쾌한 포효와 함께 두 팔을 쫙 펼치는 멋진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6번째 우승을 차지한 스롱은 "이제 어딜 다니든 저를 알아보는 걸 느낀다. 유명해진 만큼 더 잘하고 더 많이 우승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 체육관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응원 받으며 우승해서 더욱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롱은 "비시즌간 봉사활동을 많이 했는데 이제 당분간의 목표는 당구만 더 연습할 예정"이라며 "내 목표는 하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당구를 보고 행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두 시즌 2년 연속 개막전에서 정상에 올랐던 스롱은 이번 비시즌에 당구가 아닌 활동에 신경을 썼고 그 여파 때문인지 개막전에선 32강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후 더 많은 시간을 훈련에 쏟았고 2차 투어에서 곧바로 우승을 추가했다.
스롱에게도 평소와는 다른 환경이었다. 경기장 내에선 캄보디아 국기도 찾아볼 수 있었다. 스롱은 "사촌오빠다. 캄보디아 친구들은 일을 하느라 너무 바쁘다. 그래서 수원에 거주하는 사촌오빠와 아는 오빠가 응원해주러 온 거다. 캄보디아 국기를 보니 더 힘이 났다"고 전했다.
우승, 안산이라는 뜻 깊은 도시, 그에게 가장 특별했던 점은 그의 남편이 경기장을 찾았다는 사실이었다. 스롱은 "남편이 온 줄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몰랐다. 남편은 부끄러웠는지 자리를 피했다. 우승하고 사진도 같이 못 찍었다"며 "지금까지 5~6년 동안 한 번도 내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없다. 오늘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편은 항상 내게 잘해주는데 표현을 잘 안 한다. 매일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내가 계속 시합다니느라 1~2개월에 한 번씩 집에 갈 때도 많다. 남편은 매일 혼자 집에 있는데, 내가 집에 갈 때마다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고 요리를 해준다. 요리도 정말 잘 한다. 모든 살림을 혼자 다 한다. 내게는 당구에만 집중하라고 해준다.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첫 이닝에서 한 번에 다득점하며 세트를 마무리짓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TS샴푸 퍼펙트큐'의 주인공도 드디어 탄생했다. 26차례나 주인공이 탄생했던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에선 지금까지 퍼펙트큐의 주인공이 없었는데 16강에서 사카이 아야코(일본·하나카드)를 상대로 김가영이 3세트 첫 이닝에서 9득점을 몰아치며 그 주인공이 됐다. 상금 1000만 원도 손에 넣었다.
매 투어 한 경기에서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특별상 '웰뱅톱랭킹' 상은 PQ 라운드에서 황민지를 상대로 1.786을 기록한 권발해가 수상하며 상금 200만 원을 받았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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