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보다 무서운 비상장주식 사기의 덫

강서구 기자 2023. 7. 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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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금융사건해결사
비상장주식 사기사건 1편
증시 부진에도 늘어난 투자자
주식 투자자 노린 사기도 증가
최근 비상장주식 사기로 확산
황금알 낳는 기업공개 시장
높기만 한 공모주 청약 경쟁률
큰 돈 투자해도 몇주 못 받아

돈이 모이는 곳엔 사기꾼이 판을 친다. 많은 투자자가 대박을 꿈꾸는 주식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는 이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기꾼이 도처에 널려 있다. 최근 성행하는 수법은 비상장주식 사기다. 곧 상장이 된다는 말로 투자자를 속여 비상장주식을 비싼 값에 팔고 잠적하는 수법이다. 문제는 비상장주식 사기의 덫이 리딩방보다 더 날카롭다는 점이다. 더스쿠프가 비상장주식 사기의 민낯을 추적했다. '금융사건 해결사-비상장주식사기' 첫번째 편이다.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뜨거웠던 2020년의 열기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주식시장은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투자시장이다. 고금리·고물가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한푼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투자시장밖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투자금이 적은 서민이 목돈이 필요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긴 어렵다.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성이 높은 가상화폐는 리스크가 높아 꺼려진다. 이런 면에서 주식시장은 좋은 대안임에 분명하다. 익히 알려진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고, 종목에 따라 단돈 1000원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주식시장을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여전히 높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는 주식시장의 흐름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2년 1월 70조원에서 12월 46조원으로 감소했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3일 기준 55조225억원으로 증가했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주식활동계좌 수는 5936만6297개에서 6580만3580개로 10.8%(643만7383개)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시장의 부진에도 증시를 찾는 투자자가 많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은 모두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기업 실적, 주도산업의 변화, 기준금리는 물론 작은 호재나 악재에도 주가는 크게 출렁인다. 개인투자자가 2500여개 종목을 모두 분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늘 오른 종목이 내일도 상승세를 탈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물론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버틸 수 있을 만큼 자금이 풍부하거나 시장을 보는 안목이 높은 투자자라면 괜찮겠지만 일반 투자자는 1~2%의 손실과 수익에도 일희일비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증시에서 수익을 올리긴 쉽지 않다는 거다.

실제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지난해 개인투자자(245만명)의 투자 수익률은 평균 -25.4%에 불과했다. 지난해 초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연말엔 75만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코스피지수의 하락률(-25.1%)보다 더 큰 수치다.

이처럼 어려운 주식시장에서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여겨지는 것이 있다. 바로 기업공개(IPO) 시장이다. 비상장주식이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IPO는 주식투자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6월 초까지 상장한 36개 종목(스팩상장 포함) 중 상장일 따상(공모가 두배로 시작한 시초가가 상한가 기록·공모가의 2.6배 상승)을 기록한 종목은 5개(미래반도체·오브젠·스튜디오미르·꿈비·이노진)다.

이를 포함해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종가가 30% 이상 상승한 종목은 절반이 넘는 19개를 기록했다.[※참고: 금융당국은 공모주의 상장일 '상한가 굳히기식' 행태를 막기 위해 가격 제한폭 규정을 개선했다. 금융당국은 공모주 상장일 가격제한 범위를 공모가의 60~400% 확대했고, 이 규정은 지난 6월 26일부터 적용됐다.]

하지만 공모주 투자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물론 절차는 간단하다. 공모주청약에 참여해서 주식을 받으면 끝이다. 문제는 높은 경쟁률 탓에 적은 돈으로는 주식을 배정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상장일 따상'을 달성한 종목의 청약 경쟁률만 살펴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27일 상장한 미래반도체의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938.27대 1을 기록했다. 일반투자자에게 배정한 공모 물량 90만주 모집에 11만7480명(8억4443만8950주)이 청약을 신청했다. 그나마 균등배정 물량과 비례배정 물량이 반반이라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는 균등배정으로 기본 3주(45만주÷11만7489명)를 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 비례배정 물량 1주를 받기 위해선 최소 2000주를 청약해야 했다. 이 회사의 공모가는 6000원이었다. 공모가의 50%를 청약증거금으로 내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비례배정 1주를 위해 600만원을 증거금을 내야 했다.[※참고: 미래반도체는 상장 당일 따상을 기록하며 1만5600원까지 상승했다. 600만원을 투자해 균등배정 3주까지 4주를 받은 투자자가 상장일 올린 수익은 3만8400원이었다.]

또 다른 따상주 스튜디오미르(2월 7일 상장)는 경쟁률이 높아 3500주 이상을 청약해야 비례배정 1주를 받을 수 있었다. 스튜디오미르의 공모가는 1만9500원이었다. 다시 말해 공모주 1주를 받기 위해 3412만5000원(공모가 50%×3500주)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쟁률이 0.53대 1이었던 균등배정으로 한주를 더 받았다고 해도 2주를 받는 게 전부였다.

꿈비는 최소 1000만원(4000주)을 청약했어야 2주(비례배정 1주+균등배정 1주)를 받을 수 있었다. 이노진은 비례배정 1주를 받기 위해 600만원(20주)의 청약증거금을 내야 했다. 공모주 시장의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거다.

이처럼 주식이든 IPO든 증시는 변화무쌍하고, 함부로 예측하기 어려운 곳이다.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늘고 있지만 그만큼 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투자 자산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2022년 66.2%였던 주식 투자자는 올해 57.5%로 8.7%포인트 감소했다. 전 연령층의 평균 20% 이상이 주식시장을 떠났다.

문제는 주식투자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투자자에게 접근해 돈을 노리는 사기꾼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 사기의 대명사가 된 주식 리딩방은 이제 익숙한 존재가 됐다. 수법은 여전하다. 높은 투자 수익률로 투자자를 유혹해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회원비를 요구한다. 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급등주나 유망주를 알려준다는 명목이다.

비상장주식 사기가 성행하고 있지만, 사정당국과 금융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리딩방 피해 민원 건수는 주식투자 열기가 한창이던 2021년 3442건을 기록했다.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불었던 2020년 1744건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2018년 905건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투자자를 속이는 사기꾼들의 수법은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다. 리딩방의 폐해가 알려지고, 투자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자 '비상장주식' 사기란 새로운 수법을 꺼내 들었다. 상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의 주식을 '상장 예정주'로 속여 투자자에 비싸게 파는 수법이다. 그렇다면 비상장주식 사기는 어떻게 투자자를 속이고, 돈을 가로챌까. 비상장주식 사기의 대략적인 내용은 2편에서 살펴보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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