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재판 앞둔 정유정, 법원에 반성문 제출…재판 영향은?

오는 14일 재판 앞두고 지난 7일 담당 재판부에 반성문
사실관계만 인정…'계획적 살인'까지 인정 여부 미지수
法 "범행 잔혹성 고려할 때 양형에 영향 있지 않을듯"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정유정이 오는 14일 첫 재판을 앞두고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유정은 지난 7일 담당 재판부인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재판장 김태업)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정유정이 제출한 반성문에는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분노 해소를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인정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반성문이 실제 양형에 큰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한 법조인은 “계획적이고 매우 잔혹한 범행의 내용을 고려할 때, 정유정이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이 양형에 영향을 끼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검거 직후 “우발적 범행” 주장했지만 ‘계획적’ 범행 드러나

정유정은 지난 5월26일 오후 5시50분 과외앱을 통해 ‘중학생 학부모’로 피해자에게 접근했던 피해자 집을 방문해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정유정은 당시 과외를 받으러 온 중학교 3학년 학생인척 피해자 집에 들어간 후 피해자와 대화를 나눴다. 집안을 들어간 직후 피해자가 나이를 묻자 정유정은 “사실은 25살이다”고 답변한 후,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피해자에게 얘기했다.

정유정은 “자살을 하고 싶은데 혼자 죽기는 너무 억울해 같이 죽을 사람을 찾아왔다”고 피해자에게 말했다. 살기 어린 모습에 피해자가 놀라 도망가려고 하자, 정유정은 “장난이에요”라고 말하며 피해자를 안심시켜 방심하게 했다.

정유정은 피해자가 방심했다고 생각하고 들고 온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피해자에게 휘둘렀다. 정유정은 무려 10분 넘게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정유정은 이후 미리 준비한 다른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의 사체를 훼손한 후, 피가 묻은 자신의 옷을 벗어 피해자의 옷으로 갈아입은 후 27일 새벽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의 한 공원에 사체 일부를 유기했다.

정유정은 유기 당일인 27일 경찰에 체포된 이후부터 “과외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다가 다툼이 생겨 발생한 우발적 살인”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계획적 살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개인적 분노를 애먼 피해자에게 표출…사이코패스

정유정이 계획적으로 혼자 거주하는 여성을 물색한 후, 중학생 딸이 과외를 받으러 가는 것처럼 말해 피해자를 안심시킨 후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살해했다는 사실이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정유정은 과외앱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하며 피해자를 포함해 무려 54명의 과외강사들에게 대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정에 대한 압수수색에선 정유정이 작성한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는 내용의 메모와 ‘살인방법’, ‘사체 유기’ 등의 인터넷 검색내역이 확인됐다.

검찰은 정유정의 범행 동기에 대해 “불우한 성장 과장, 가족과의 불화, 대학 진학 및 취업 실패 등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어우러져 범행을 이르렀다”고 결론 내렸다.

통합심리분석 결과 정유정은 억눌린 내적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러한 행동을 하는 데에 거리낌 없는, 사이코패스적 성격적 특성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소위 ‘묻지마 살인’을 통해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범행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혼자 사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물색했다는 판단이다.

정유정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14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린다. 본격적인 공판에 앞서 준비절차로 진행되는 당일 재판에 정유정의 출석 여부는 불확실하다. 공판기일과 달리 공판준비절차의 경우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