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왜 박원순의 묘역에 범죄혐의 기재 안 하나… 언젠가 민주화유공자로 부활할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10일 “왜 박원순 시장의 묘역에 그의 부끄러운 범죄혐의를 기재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박원순의 확인된 ‘과’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백선엽의 있지도 않은 ‘과’는 침소봉대하는 특정 진영의 편협한 시각으로 국가유공자 문제를 바라보는 일은 더 이상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처럼 말하기 전 박 장관은 “지난 토요일 3주기 추모식이 치러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는 이미 인권위와 법원이 성추행 혐의를 공인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박원순 전 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지고 이제 민주열사 묘역에 안장돼 그의 범죄혐의는 어느덧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9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묘역에서 박 전 시장 지지자 모임 회원 200여명과 박 전 시장의 배우자 강난희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3주기 추모제가 진행됐다. 자리에서 강씨는 “올봄 시장님을 이곳 민주열사 묘역에 모신 후 3주기를 치르게 돼 조금은 안도가 된다”며 “같이 비 맞으면서 (박 전 시장을) 만나는 시간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고(故) 백선엽 장군의 안장자 기록이 편협한 시각의 반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박 전 시장 추모제를 끌어온 것으로 보였다.
박 장관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마무리 수순”이라는 말로 해당 문구 삭제 방안을 검토 중인 보훈부 계획이 막바지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면서, 가당치 않은 ‘친일파 프레임’에 휩싸인 백 장군이 6·25 전쟁이라는 최대 국난을 극복한 최고의 영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019년 당시 보훈처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정한 명단을 기준으로 현충원 홈페이지의 백 장군 안장 기록에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적었으며, 위원회는 백 장군이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만주국군 장교로 침략 전쟁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었다.
박 장관은 라디오에서 자신의 직을 걸고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면서 “공부를 해볼수록 이분(백선엽 장군)은 친일파가 아니다”라고 내세우고, 특히 위원회를 놓고는 “위원들의 사회적 이력을 보면 역사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더라”면서 “그 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그것이 역사적 진실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박 장관은 SNS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국가유공자가 아닌데 왜 그렇게 단순 비교하냐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며,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단독 의결한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했던 비판도 함께 언급했다.
이른바 ‘민주유공자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이미 관련 법령이 있는 4·19, 5·18 이외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사망·부상·유죄 판결 등 피해를 본 이들을 예우하는 내용이다.
이는 ‘공적 과대평가’와 ‘국가의 힘으로 추모 역사화’ 나아가 ‘보상금 지급’과 ‘유공자 인정’ 수순으로 소위 민주당의 ‘역사 가로채기’가 될 거라는 게 박 장관의 주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 장관은 “이 법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도 언젠가 민주화에 대한 공만 추켜세워지다가 민주화유공자로 부활할지 모르는 것”이라며 “이를 방관한다면 지대한 공을 세운 백선엽 같은 진짜 유공자는 좌파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집요하게 짓밟히고 죽이기를 당할 것이고, 가짜 유공자는 무한정 복제돼 득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야권 주류인 운동권을 위한 ‘셀프 특혜 법’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대표적 공안 사건이자 반국가단체로 판결받은 남민전 사건, 7명의 경찰이 사망한 부산 동의대 사건, 김영삼 정권 반대 운동을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과 동등한 유공 행위로 인정받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이건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싸움이고, 가짜와 진짜의 싸움”이라고 의미를 규정했다. 아울러 “백선엽의 문제는 누가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만들고 지키고 이끌어갔는지 공정한 잣대를 세우는 일”이라며 “결코 과거 역사의 문제만이 아닌 미래 세대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주느냐의 문제”라는 말로 백 장군 문제에 관해 거듭 자신이 직을 내거는 이유를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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