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의 신’ 이승현 프로의 새로운 도전

노현주 골프포위민 기자(roh11@mk.co.kr) 2023. 7. 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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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팅 하나로 KLPGA투어를 휩쓴 이승현이 은퇴했다. 이제는 후배 양성에 몰두하며 육아를 병행하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지난 5월 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이승현의 공식 은퇴식이 열렸다. 그는 2010년 KLPGA에 데뷔해 12년간 정규 투어를 뛰며 통산 7승(메이저 대회 2승 포함)을 거뒀다. 2018년까지 9년 연속 KLPGA 상금 순위 30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한 경기력을 뽐냈던 선수다.

화려한 성적을 거둔 이승현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퍼팅의 신’ ‘퍼팅의 달인’이다. 그는 정확한 퍼팅으로 2017년 K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최다 타수 차인 9타 차 우승을 거뒀고, 2018년 S-OIL 챔피언십에서는 KLPGA투어 역대 5번째 노 보기 플레이 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아직도 실력은 출중하다. 하지만 2022년 출산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투어 선수들의 ‘퍼팅 코치’로 새롭게 도약 꿈꾼다

그는 국내 투어에서 퍼트를 가장 잘하는 선수로 꼽힌다. 데뷔 이후 2018년까지 평균 퍼트수 5위 이내에 들면서 선수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대회 중에도 동료들이 ‘이럴 때는 어떻게 퍼팅하느냐’고 레슨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현역시절 하루 1시간 이상 매일 퍼트 연습을 빼놓지 않았다는 그는 은퇴 후에도 퍼팅에 헌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선수들의 퍼팅’을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이승현은 퍼팅 전문 아카데미를 차렸다. 실내 스튜디오에서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신개념 골프 퍼팅 훈련 장비 펏뷰를 활용해 코칭을 하고 있다. 그는 “같이 경기했던 선후배들이 하나둘씩 퍼팅을 가르쳐 달라고 찾아왔다. 레슨 수요가 늘어나니 내 공간이 필요하더라. 그래서 아카데미를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아가 퍼팅 전문 코치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인생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좋은 코치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 그는 “은퇴를 결심했지만 골프업계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골프와 관련된 공부를 더 많이 하고, KLPGA협회에서 투어 프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또 투어 프로 출신 유일의 퍼팅 지도자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가르치는 선수들이 우승을 하면 자연스레 ‘이승현’ 이름 석 자가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며 이를 기대한다고. 골프팬들에게 오래도록 ‘퍼팅의 신’ 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와의 일문일답을 공개한다.

2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했다. 시원하기도, 섭섭하기도 하다. 사실 은퇴는 2년 전에 했고 은퇴식만 최근에 한것이다. 요즘은 감정이 많이 희석됐다. 치열하게 투어 무대를 뛰는 선수들을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던 것 같다. ‘나도 저렇게 몰입할 때가 있었지’ 하고 추억을 회상했다. 기쁜 마음으로 은퇴식을 마무리했다.

은퇴 결정을 내린 이유를 듣고 싶다. 2020년 7월 결혼을 하고 투어를 뛰었는데 출산을 계획하며 자연스럽게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투어 시드를 연장할 수 있었지만 가족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결정했다. 지금도 그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 부모님은 굉장히 서운해 했다. 반면 남편은 굉장히 기뻐했다(웃음). 주말에 항상 경기장에 있었는데 은퇴하면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그 점을 좋아했다. 친구들과 동료들은 격려를 많이 해줬다. 즐겁게 잘살길 진심으로 바라줬다. 돌이켜보면 은퇴 1년간은 힘들었던 것 같다. 프로 데뷔 후 한 달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 생활에 적응을 못했던 듯하다.

현재 후배 양성에 몰두하고 있다고 들었다. 실내 골프스튜디오를 차리고 퍼팅 전문 레슨을 하고 있다. 벌써 1년이 다 돼간다. 퍼터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터라 퍼팅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그 부탁을 들어주다 보니 ‘내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다. 오로지 선수를 위한 티칭을 하고 있다. 주니어 선수를 비롯해 프로 준비생, 정회원까지 폭넓게 가르치고 있다.

‘퍼팅의 신’의 레슨은 뭔가 다를 것 같다. 투어 프로 출신으로 퍼팅 레슨을 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평소 퍼팅을 잘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경기 중 압박감이 심한 상황에서 어떻게 그린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추어 골퍼를 위한 레슨도 할 예정인지? 아직까지는 미정 이다. 레슨을 처음 시작할 때 주변 선수들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해?’라는 질문을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티칭을 하게 됐다. 아마추어 골퍼들을 가르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준비된 게 없다. 언제 시작할지 고민은 된다.

SNS를 통해 비법을 전수할 생각이 있는지. 지금 인스타그램에 조금씩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SNS 운영이 말처럼 쉽지 않다. 더 확장하려고 하니 만만치 않더라. 생각난 김에 오늘 인터뷰한 내용과 퍼팅 레슨 콘텐츠를 인스타그램에 올려야겠다(웃음).

요즘은 ‘감’이 아닌 데이터를 통한 레슨이 대세다. 맞다. 스튜디오에 AR을 활용한 첨단 장비 ‘펏뷰’를 설치했고 최대한 실제 그린과 비슷한 환경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홀까지의 거리와 높낮이, 에이밍 라인 등을 표시하고 퍼팅의 원리와 감을 익힐 수 있게 하고 있다. 여기에 감각을 끌어올리는 특별 레슨이 더해진다.

골프 선수의 삶을 내려놓으니 어떤가? 옛날부터 동료, 선후배 등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선수의 삶을 내려놓으니 그 마음이 더 커졌다. 현역 시절에 어떤 방향으로 인생을 설계하면 좋을지 고민을 나누고 싶어졌고, 이와 관련한 강의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생겼다. 현재는 퍼팅 코치만 하고 있지만 공부를 더 하고 영역을 확장해 선수 라이프를 전반적으로 코칭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고 싶다.

골프계에서 계속 이승현의 이름이 언급될 것 같다.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퍼팅 코치를 하다 보면 내가 지도한 선수가 우승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때 내 이름이 언급된다면 골프팬들이 나를 떠올려주지 않을까 한다. ‘옛날에 퍼팅을 참 잘했던 선수인데 지금은 퍼팅을 잘 가르치는구나’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퍼팅의 신’이라는 수식어를 뺏기면 어떨 것 같나? 퍼팅의 신, 퍼팅의 달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 좋았다. 그 타이틀을 뺏겼을 때의 감정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냥 잊혀지지 않고 퍼팅을 잘했던 선수로 남고 싶은 욕심은 있다.

마지막으로 골프팬들에게 한마디. 2년의 공백기 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다. 은퇴를 결심하고 이렇다 저렇다 말을 전하지 못했던 것도 안타깝다. 이제는 퍼팅 지도자로 나서며 골프팬들에게 간간히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퍼팅의 신’ 이승현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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