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명가’ 신영자산운용도 수백억 물렸다…GS건설에 우는 운용사들

정해용 기자 2023. 7. 1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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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운용사, GS건설 보유
신영자산운용은 100만주 넘게 투자
평가 손실 500억원 육박 추산

GS건설이 건설 중인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로 아파트를 전면 재시공하기로 하면서 주요 자산운용사들도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용사들은 GS건설에 많게는 100만주가 넘게 투자했었는데 GS건설이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55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보게 됐고 주가도 급락했기 때문이다.

1분기 말 기준 국내 주요 운용사 10곳이 투자한 GS건설 주식은 전체 상장주식의 5%를 넘는다. 이를 현재까지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500억원에 가까운 평가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산된다. 가치투자의 명가로 불리는 신영자산운용이 GS건설 주식에 가장 많이 투자했다.

2일 오후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모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관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29일 지하 주차장 1∼2층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주요 운용사 가운데 GS건설 주식에 투자한 곳은 10개사다. 신영자산운용이 전체 GS건설 상장주식의 1.2%인 102만2970주를 보유해 투자 비중이 가장 컸다. 1분기 말 종가(2만650원)를 기준으로 평가액은 211억2400만원가량이다.

신영자산운용은 가치투자 개념을 실제 주식 운용에 적용한 대표적 자산운용사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 등으로 유명하다. 1996년 창립 이후 연간 기준으로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데, 신영자산운용 투자 포트폴리오의 0.58%가 GS건설이었다.

이어 삼성자산운용(1.04%‧89만4080주), 신한자산운용(0.82%‧69만9560주), 미래에셋자산운용(0.67%‧57만190주) 등 주요 운용사들도 GS건설에 투자했었다. 10개 운용사의 1분기 기준 GS건설 보유 물량은 446만7640주(5.2%)다.

운용사들이 1분기 보유 물량을 그대로 갖고 있다면 1분기 말 최고 주가(2만4450원·2월 21일 장중 고가)와 지난 7일 주가(1만3750원)를 기준으로 평가손실액만 478억원에 달한다. 다만 운용사들은 5% 이상 주요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손절매(로스컷)를 했어도 공시의무가 없다. GS건설 주가가 계속 하락했기에 운용사들이 주식을 손절매했을 가능성도 있다.

GS건설은 5500억원의 검단 아파트 재시공 관련 손실을 2분기 실적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 영향으로 2분기에는 적자 전환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적자 전환하면 2014년 1분기 이후 9년 만이다. 이 때문에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지난 7일 종가는 1만3750원이었는데 이는 1분기 말인 3월 31일 종가(2만650원)보다 51.8%(1만700원) 낮은 수준이다. 상장주식수(8558만1490주)를 고려하면 3개월 만에 시총 9157억원이 사라진 셈이다.

그래픽=손민균

주가는 이미 급락했지만 향후 주가 전망도 밝지 못하다. 이달 들어서만 4곳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2만3000원에서 1만6500원으로 한 번에 28.2%(6500원) 낮췄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공매도 수량은 7만3534주로 전일 2만6750주보다 2.7배 급증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일과 10일 GS건설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고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GS건설이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지만, 앞으로도 불확실성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다음 달 대표 시공사인 GS건설, 주차장 설계를 맡은 유선엔지니어링,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대한 징계 처분을 발표한다. 또 시공사가 GS건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부건설, 대보건설 등 컨소시엄 형태로 이뤄진 아파트이기 때문에 재시공 관련 비용의 배분 문제도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이 전면 재시공을 결정하며 해당 사고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으나 아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8월 발표하는 국토교통부의 처분과 구체적인 전면 재시공 관련 비용, 해당 비용에 대한 배분 문제 등이 남아있다”라고 분석했다.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는 “이렇게 기업 이익과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이 일어나면 이를 기회로 보는 기관투자자는 오히려 낮아진 주가를 활용해 매수 기회로 삼고, 위기로 보는 기관투자자는 손절매한다”라면서 “다만 아직 국토부의 전수 조사 결과 발표가 남아있어 당장 기관투자자들이 GS건설 주식 비중을 조정하기보다는 이 결과 발표를 본 후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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