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당첨 '승자의 저주'… 연체 1조원대, LH-건설업계 대책 논의

김노향 기자 2023. 7. 1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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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의 부동산톡] 고금리 여파에 대형사 입찰 기회 열어줘도 참여 기대 낮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동주택 용지 분양대금 연체 규모는 지난 6월 기준 7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연간 기준 연체 규모는 1조원대로 전망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정부가 공공택지 '벌떼 입찰'에 대해 칼을 빼들면서 그동안 주택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던 중견건설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선 택지 입찰 참여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대형건설업체들의 입찰이 늘어날 것으로도 예상하고 있지만 주요 기업들은 정비사업과 해외 수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현 시점에서 고금리로 수익성이 낮아진 택지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분위기다.

기존보다 공공택지 입찰 환경이 유리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지금 같은 사업 환경에서 리스크(위험) 높은 시행사업에 뛰어들 유인이 낮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 높은 경쟁률을 뚫고 택지를 낙찰받고도 대금을 치르지 못해 연체한 규모가 올 연말 1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일부 지역 입찰 증가 가능성 있어"


'벌떼 입찰'은 건설회사가 공공택지 입찰 때 계열사나 페이퍼컴퍼니 등을 참여시켜 낙찰률을 높이는 것으로 그동안 중견건설업체나 시행사들이 흔히 사용해온 수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공공택지 입찰을 교란한 건설업체를 상대로 환수조치와 고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현재까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국토부는 최근 3년 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추첨 방식의 공공택지 분양을 받은 101개사 133필지 가운데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81개사 111개 필지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행정처분과 경찰 수사 의뢰를 진행했다. 이어 올들어선 2013년부터 10년 동안 공공택지에 당첨된 건설업체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모기업과 계열사를 포함해 1개 업체만 1필지 추첨에 참여할 수 있는 '1사 1필지' 제도가 시행돼 적용 지역이 현재 규제지역과 과밀억제권역 등 수도권 일부에서 수도권 전역과 지방 광역시로 확대된다. 이를 위해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대형사의 공공택지 입찰 참여가 늘어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됐지만 올들어 고금리와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 수요가 일정하게 유지될 경우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등은 사업성이 있겠지만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 수익과 공사 수익이 둘 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무분별한 입찰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뉴시스


PF 금리 15~16%, 골칫거리된 택지


실제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한국주택협회와 간담회를 진행해 보유 택지에 대한 판매 촉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는 택지 감정가 인하와 분양가상한제 완화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건축비와 분양가 인상에도 택지 분양 후 대금 미납이 발생하는 등 금융조달이 어렵게 된 상황"이라면서 "택지 가격을 낮추거나 분양가상한제를 완화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대금 완납 이전에 전매를 허가하는 규정 변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기 브리지론 단계에서 본 PF(프로젝트파이낸싱)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15~16%대 이자를 물고 있다. LH가 공급한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 공동주택 용지는 2020년 A사와 계약을 체결했다가 중도금을 연체해 현재까지 미납된 분양대금이 100억원에 이른다. 디벨로퍼 B사도 해당 택지에서 연체된 분양대금이 2178억원(4개 필지)에 달했다.

올해 LH의 공동주택 용지 분양대금 연체 규모는 지난 6월 기준 7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 용지 분양대금 연체 규모는 ▲2020년 586억원(6개 필지) ▲2021년 1308억원(13개 필지) ▲2022년에는 7491억원(41개 필지) 등으로 급증했다. 올해 연간 기준 연체 규모는 1조원대로 전망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9536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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