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상 끝?… 4연속 동결에 무게 실리는 이유는

박슬기 기자 2023. 7. 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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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2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 기준금리 3회 연속 동결 결정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여는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3.50%로 동결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2%대로 하락한 데다 새마을금고 위기설에 따른 금융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은 금통위가 4회 연속 동결에 나설것이란 관측이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 긴축에 발맞춰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전례 없는 7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제로금리 시대를 끝내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21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약 1년6개월동안 기준금리를 10차례, 총 3.0%포인트 끌어올린 한국은행은 올 2월부터 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다. 이어 올 4월과 5월 3.50%인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적자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상황을 감안해 통화정책방향을 기준금리 동결로 전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7월 금통위에서도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대로 떨어진 물가


우선 물가가 한은의 예상 경로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금리 동결론의 근거로 꼽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7월 6.3%로 고점을 찍은 뒤 올 1월 5.2%,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 등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11월 4.3%에서 지난달3.5%로 낮아졌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6월19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예상했던 경로를 크게 벗어나면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며 "아직까지는 그런 징후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불안과 경기 회복 감안


새마을금고 위기설도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다.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자칫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커질 가능성은 낮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이 굳이 금리 인상을 강행해 금융불안을 키우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굳이 금리를 올려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을 내리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5월 경상수지는 19억3000만달러 흑자를 내면서 한달 만에 흑자 전환하며 개선세를 보였다.

부진했던 반도체 수출도 회복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88억9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0%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가장 양호한 실적을 냈다. 지난 4월과 5월 반도체 수출액은 각각 63억7900만달러, 73억6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취약차주 가계빚 상환 부담 확대 우려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이 커지는 점도 금리 동결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3월 말 기준 226만명에 달한다. 이들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2.0%로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

전체 다중채무자 가운데 29.1%(129만명)는 DSR이 70% 이상이다. DSR이 70%이상이면 최저 생계비만을 빼고 거의 모든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상황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취약차주의 평균 DSR은 67%로 다중채무자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자이거나 신용점수 664점 이하의 저신용자를 말한다.


한·미 금리 역전차 2%p가 걸림돌


다만 한국(3.50%)과 미국(연 5.00∼5.25%)의 기준금리 역전 차가 1.75%포인트에 달하는 상황에서 2.0%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시장에선 미 연준이 7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수록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흔들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한은은 한미 금리 역전차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언급해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열린 물가안정 목표 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연준이 점도표상 금리를 두 번 더 올릴 것이란 전망을 내놨던 것과 관련해 "(연준이 금리를) 한 번 더 올리는 것은 5월 전망에서도 전제했고 시장도 그렇게 판단했지만 두 번 올릴지는 불확실하다"며 "두 번 올리더라도 연속으로 올릴지 어떨지는 봐야 하고 연준의 금리 결정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어떤 메시지를 줄지, 환율과 자본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그 사이 한국 경제 변수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2~3개월 지켜보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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