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와 약속 지킨 피아비, 여자당구 6승 최다승

2차 실크로드-안산 투어 용현지 제압
유튜브만 4만여명 접속 열기 확인

스롱 피아비가 9일 밤 열린 프로당구 대회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PBA 제공

“꼭 우승해요. 응원할게요.”(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알았어요.”(스롱 피아비)

캄보디아 출신 여자당구 선수 스롱 피아비(33·블루원리조트)가 9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3-2024 2차 투어 실크로드&안산 피비에이(PBA)-엘피비에이(LPBA) 챔피언십 엘피비에이 결승전서 용현지를 4-3(6:11 11:3 11:4 5:11 11:7 7:11 9:2)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통산 6승을 거둔 스롱은 엘피비에이 통산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우승상금 2천만원.

2020-2021 시즌 5차전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프로에 데뷔한 스롱은 입문 20개 대회만에 여섯 차례 정상에 오르는 괴력을 과시했다. 통산 5회 우승을 일군 김가영(하나카드)과 임정숙(크라운해태)을 제쳤다.

이날 결승전은 역대급 명승부로 팬들을 들썩이게 했다. 기선을 잡은 선수는 첫 세트에서 승리한 용현지. 하지만 스롱은 2~3세트를 잇달아 따내며 반격했고, 용현지가 4세트 맞불을 놓으면서 2-2의 균형이 이어졌다.

스롱 피아비(오른쪽)가 용현지와 다정하게 웃고 있다. PBA 제공

5~6세트를 나눠가진 둘의 최후의 승부는 7세트. 1~6세트의 11점제와 달리 9점만 따면 승패가 갈리는 결정적 국면에서 스롱의 관록이 빛났다. 스롱은 첫 이닝 5득점으로 5:2로 앞서 나갔고, 2이닝에 남은 4점을 추가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통산 두번째 결승에 진출한 용현지는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다음 대회를 기약하게 됐다. 용현지는 이날 정교한 타법과 집념으로 경기를 혼전으로 이끄는 등 예전보다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피비에이 쪽은 “이날 경기는 MBC 스포츠플러스, SBS스포츠, 빌리어즈TV, PBA&GOLF 채널 등 4개 케이블 방송에서 동시 생중계했고, 인터넷 유튜브에 4만여명 이상이 접속했다”고 밝혔다. 대미를 장식한 스롱도 이런 열기를 알고 있는 듯 인터뷰에서 성원해준 팬과 남편 등에게 감사를 전했다.

캄보디아 국기를 들고 기뻐하는 스롱 피아비와 팬. PBA 제공

특히 스롱은 이번 대회 기간 중 열린 포토콜 행사에서 안산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3명을 만났고, 이들에게 “우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약속을 지켰다. 안산에는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에서 온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이날 관중석에는 캄보디아 국기를 든 응원단도 보였다.

한편 대회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 상은 예선 라운드에서 1.786을 기록한 권발해(상금 200만원)가 받았고, 김가영(하나카드)도 엘피비에이 첫 퍼펙트큐에 따라 ‘TS샴푸 퍼펙트큐’ 상금 1천만원을 챙겼다.

대회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피비에이 4강전과 결승전이 열린다.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루피 체넷(하이원리조트), 프레데리크 쿠드롱(웰컴저축은행)-마민캄(NH농협카드)의 4강전 승자는 밤 10시부터 우승상금 1억원을 놓고 다툰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