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뱀 때문에 골치 아픈 롯데… 이완신 책임론까지 불거져
2대 주주 올랐지만 별다른 시너지 내지 못해
1년 만에 장부가격 95억원으로 급감
롯데그룹이 2021년 말 투자한 초록뱀미디어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초록뱀미디어와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투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까지 제기되면서다.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투자를 주도했던 이완신 호텔롯데 사장(당시 롯데홈쇼핑 사장)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최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공식적인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 때문이다. 이 사장은 서울 모처의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 사장의 결근이 초록뱀미디어 투자건에 대한 책임과 연관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투자와 관련해 여러 구설이 이어지면서 이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는 풍문도 전해진다. 다만 롯데그룹 측은 이 사장의 사임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은 2021년 11월 초록뱀미디어에 25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 4.02%를 확보해 초록뱀컴퍼니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빗썸코리아, 버킷스튜디오, 비덴트, 와이지플러스 등과 초록뱀미디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빗썸 관계사가 초록뱀미디어에 투자하는 과정에 롯데홈쇼핑이 끼여 있는 모양새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를 지배하는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다. 버킷스튜디오는 비덴트의 최대주주인 인바이오젠을 지배하는 회사다. 빗썸의 실소유로 알려진 강종현 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원 회장은 버킷스튜디오와 비덴트 등이 발행한 전환사채(CB)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 검찰은 원 회장이 이 과정에서 주가 조작에 가담하고, 강 씨의 '돈줄'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신사업 확장을 위해 초록뱀미디어에 투자를 단행했다. 홈쇼핑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당시 롯데홈쇼핑을 이끌던 이 사장은 미디어커머스를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다. 미디어커머스는 예능과 드라마 등 미디어 콘텐츠를 커머스에 접목하는 개념이다. 미디어 콘텐츠에 강점을 보인 초록뱀미디어에 투자를 결정한 배경이다.
이 사장은 2021년 산업계의 화두였던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등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초록뱀미디어 투자를 통해 이런 신사업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메타버스에 큰 관심을 보여 업계에선 롯데홈쇼핑이 그룹의 신사업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은 초록뱀미디어 투자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초록뱀미디어와 함께 뷰티·골프 예능을 제작하고, 롯데홈쇼핑이 개발한 가상 인간 '루시'가 초록뱀미디어 소속 아티스트로 전속 계약을 맺는 등 협업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초록뱀미디어의 실적이 악화하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롯데홈쇼핑이 투자한 초록뱀미디어의 장부가격은 1년 만에 253억원에서 95억원으로 급감했다. 초록뱀미디어는 지난해에만 50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손실 규모가 전년(25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롯데홈쇼핑은 지분법 손실로 12억원을 인식했다. 주가가 흘러내리면서 142억원의 손상차손도 반영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분 매입 후 1년간의 의무보유기간이 끝난 뒤 지난해 말부터 골칫거리가 된 초록뱀미디어의 지분 매각을 시도했다. 그러나 원매자를 찾지 못해 매각 작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홈쇼핑의 지분 투자로 결국 초록뱀미디어만 이득을 봤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롯데가 투자하면서 초록뱀미디어의 성장성을 롯데가 보장해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초록뱀미디어는 투자 시장에서 롯데의 후광을 등에 업고 적극적으로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하기도 했다.
롯데의 투자 소식이 알려진 뒤 초록뱀미디어의 주가는 2021년 11월 19일 4만2700원까지 치솟았다. 초록뱀미디어의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 현재는 8분의 1 토막이 났다. 지난 28일부터 거래정지 상태인 초록뱀미디어의 주가는 5400원이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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