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 기술력 6년 뒤처지는데… '녹색성장' 신기술 될까 [탄소포집, 희망일까 환상일까]
지난 4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발표를 계기로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부문이 국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이 계획에서 CCUS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2030년까지 1,120만 톤으로 설정했는데, 이는 위원회가 2년 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 밝힌 목표치 1,030만 톤보다 늘어난 수치다. 기후·환경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후위기 핵심 대응책에 기술적·경제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분야의 비중을 확대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CCUS를 NDC에 포함시킨 국가가 한국뿐인 건 아니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주정부와 협업해 탄소포집을 통해 발전소 탄소 배출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CCUS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고, 호주는 관련 기술에 200억 호주달러(17조4,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도 CCUS 활용 계획을 세운 나라들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CCUS를 별도 부문으로 구분하고 구체적 감축량을 할당한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국가는 재생에너지 증량을 뜻하는 '전환 부문'이나 기업의 탄소 저감 노력과 결부된 '산업 부문'의 일부로 CCUS를 취급한다. 현행 CCUS 기술은 주로 산업·발전 시설에서 배출되는 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NDC에 '이산화탄소 제거' 부문을 따로 두고 있지만 이는 탄소포집·저장(CCS)은 물론 산림·해양 흡수를 포괄한다.
탄녹위는 CCUS 부문 설정 이유에 대해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탄녹위 관계자는 "기본계획은 '탄소중립'에 한정하지 않고 '녹색성장'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새로운 혁신산업과 핵심 기술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CCUS 부문을 따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기본계획이 의결된 4월 12일 탄녹위 전체회의에서는 실제로 'CCUS 산업 활성화 및 기술혁신 추진안'이 논의됐다. SK E&S, 삼성엔지니어링 등 민간기업 5곳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 8곳이 작성한 방안이다. 정부는 "기업과 출연연의 비전과 목표, 추진과제를 담은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올해 하반기에 해당 내용이 반영된 정부 차원의 CCUS 추진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문제는 정부가 CCUS에 보이는 의욕을 기술 수준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 한국은 CCUS 기술에서 미국 유럽 등 선도국에 비해 4~6년 뒤지고, 일본 중국과도 1~2년 격차가 난다. 2021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기연)이 전문가 26명에게 분석을 의뢰했더니, 우리나라의 탄소포집 기술 수준은 선도국의 83.9%로 4.5년 뒤처져 있다. 탄소활용 기술은 선도국의 78.0%, 저장 기술은 6.5년 뒤진 75.0% 수준이다.
에기연은 기술 격차 원인에 대해 "미국과 유럽은 이미 대규모 상용화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고, 일본과 중국도 중대형 실증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은 실증 사업도 파일럿 단계에 머물고 있고, 대규모 저장소는 아직 탐색 중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 주도의 CCUS 육성은 섣부른 정책이란 지적이 많다. 박지혜 플랜1.5 변호사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어떤 투자를 할지는 산업 및 시장 동향을 잘 아는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CUS라는 신기술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이를 장려하는 건 기업에 '당장은 탄소배출량 감축에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CCUS 선도국은 정부의 직접 지원이 아닌 간접 규제를 통해 기술이 발전해왔다. 노르웨이는 2000년대 초반 탄소배출권과 탄소세 도입 정책이 기업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투자로 이어져 다른 국가보다 앞서 상업적 규모의 CCS 실현에 성공했다. 영국 역시 석탄발전소 등에 보수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허용 기준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CCS 설치를 유도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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