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신지애 클래스’… 4년 만에 나선 US오픈서 2위
“미국에서 오랜만의 경기인데 너무 많은 팬들이 환영해주셔서 경기하는 내내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하고 행복했다.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
마지막 라운드에 무서운 집중력으로 승부를 뒤집곤 해 ‘파이널 퀸(Final Queen)’이라 불리던 신지애(35)는 전성기 그대로 모습이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고는 주먹을 불끈 쥔 오른손을 들어올리고, 박수를 보내는 팬들에 손 키스를 날리며 화답했다. 그보다 훨씬 장타에 힘이 강한 선수들도 쩔쩔매는 난코스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를 정교한 샷과 경기 운영능력으로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자신감 넘치는 신지애의 모습은 예전의 힘을 잃어가는 한국 여자골프에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응원같았다.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제78회 US 여자오픈(총상금 11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 신지애는 이날 버디 5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한 신지애는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전날 3라운드까지 공동 5위(2언더파)였던 순위를 더 끌어 올렸다. 앨리슨 코푸즈(미국)가 9언더파 279타로 우승을 차지했고, 찰리 헐(잉글랜드)이 신지애와 공동 2위였다. 이날 나란히 2타씩 잃은 김효주가 공동 6위(2언더파)로, 유해란이 8위(이븐파)로 대회를 마쳤다.
신지애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것은 2019년 US 여자오픈(컷 탈락) 이후 4년 만이다. 신지애는 경기후 “꿈에만 그리던 페블비치에서 경기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고 너무나 영광이었다”며 “미국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져 다양한 후배 선수들을 만나 또 다른 자극을 받은것 같다. 함께 어울려 멋진 경기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움직이겠다”고 했다.
그는 “생전에 할머니께 이곳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지난달 돌아가셨다”며 “이곳에서 손녀딸이 플레이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실 것”이라며 이 대회에 출전했다. 신지애는 2014년부터 일본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도 여전히 경쟁력을 발휘하며 올시즌 2승을 거둬 상금왕 경쟁을 하고 있다. 신지애는 프로 통산 64회 우승을 기록중이다. 한국 투어 20승, 일본에서 28승, 미국에서 11승을 올렸다.
신지애는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페블비치는 내 꿈의 코스 중 하나였고 마침내 이곳에 왔기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힘과 스피드에서 어린 선수들을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그저 내 게임을 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최종일에 보기를 하지 않는다면 (우승) 기회가 약간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지애는 드라이버 235.6야드로 63위에 그쳤지만 페어웨이 적중률 89%(2위), 그린 적중률 65%(공동 4위), 그린 적중시 퍼트수 1.7개(7위)를 기록하며 선두 경쟁을 벌였다. 파5홀 4곳 중 3곳에서 버디를 잡아냈고, 10번 홀(파4)에서 보기를 하자 바로 다음 홀인 11번홀(파4)에서 만회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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