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라이이프스타일 플랫폼 스텔라 스토리즈 이지선 대표
2007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이지선 씨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의 엄마이자 키즈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스텔라 스토리즈’ 대표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패션 전문가로 오랫동안 필드에서 일한 노하우를 살려 사업을 시작한 그는 “같은 엄마의 마음으로 소통하다 보니 소비자들과 자연스레 공감대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한다.
‘키즈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라는 명칭이 생소한데요.
쉽게 말씀드리면 유아동 프리미엄 편집 숍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옷, 신발, 액세서리, 화장품, 장난감 등 아이들을 위한 모든 아이템을 제안하죠. 가격이나 상품의 품질 등을 직접 체크하고 시착도 해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도 3곳 있어요. 온라인에서는 자사 온라인몰과 모바일 앱을 전개 중이에요. 온라인에는 150개 정도의 브랜드가 입점돼 있고, 그중에서 20여 개 정도의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어요.
직접 키즈 브랜드 론칭도 한 걸로 아는데요.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에는 당연히 미국에서 패션업계에 취직하려고 했죠. '알렉산더 왕’이라는 패션 디자이너가 파슨스디자인스쿨 선배인데 학교 다니다가 갑자기 자퇴를 했어요. 그러더니 의상을 제작해서 패션위크 트레이드 쇼에 참가하더라고요. 몇 가지 안 되는 아이템으로도 바이어들을 직접 만나고 매출을 올리면서 B2B 서비스도 할 수 있다는 걸 그때 눈으로 직접 확인했어요. 굳이 취직을 하지 않고 내 브랜드를 바로 만드는 길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제이어퍼스트로피’라는 여성복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그리고 다양한 해외 트레이드 쇼를 다니면서 비즈니스를 진행했고, 서울 패션위크에도 참가했어요. 그렇게 꾸준히 활동하다가 2011년에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죠. 아이가 생기니까 자연스레 키즈복 시장이 보이더라고요. 어느 날 아이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갔는데 제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가 어렸을 때 접했던 브랜드와 크게 차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수입 브랜드로 눈을 돌렸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싼 거예요. 여성복은 브랜드도, 디자인도 선택의 폭이 넓은데 키즈 카테고리는 다양성이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을 실감했죠. 그래서 딸의 영어 이름인 '스텔라’를 따서 '리틀스텔라’라는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디자이너 감성 키즈 브랜드가 부재하던 시대에 큰 이슈였죠.
SNS로 소통하는 CEO
딸아이를 위한 옷을 몇 벌 만들어서 보여줬더니 다들 좋다고 해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출시하자마자 완판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한두 스타일씩 계속 추가하다 보니까 주변에서 아예 브랜드를 론칭하라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에 다른 키즈 브랜드들도 많이 알게 됐어요. 온라인을 뒤져보니 예쁘고 정체성 있는 키즈 브랜드가 많더라고요.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들이다 보니 고객들이 직접 검색하고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브랜드 대표님들도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어떤 마케팅으로 어떻게 고객들에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사실 브랜드가 제품 생산부터 마케팅, 유통, 영업,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해내려면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거대한 조직이 필요해요. 그렇지만 규모가 작은 브랜드들은 그런 조직을 갖추기가 쉽지는 않죠. 이 일을 내가 직접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브랜드와 소비자, 그 사이 접점에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그렇게 '키즈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사업성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2021년 7월 론칭 당시에는 7개 브랜드로 시작했는데, 2년여 만에 150개 브랜드를 확보했어요. 의류를 비롯해 코즈메틱, 리빙 제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갖추면서 온라인 회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매출도 작년 상반기 대비 올해는 약 7배 정도 올랐고요.
스텔라 스토리즈의 주요 타깃층은 누구인가요.
SNS 활용에 능통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 엄마들이 주요 타깃이에요. 스텔라 스토리즈의 가장 큰 메리트는 상품의 희소성이거든요. 기존 키즈 브랜드들은 엄청 많은 물량을 제작해서 다 팔리지 않으면 내년에 또 팔고 남으면 또 팔고를 반복하지만 스텔라 스토리즈 입점 브랜드들은 매 시즌 트렌디한 디자인을 정제해서 출시하기 때문에 솔드 아웃도 빨라요.
입점 브랜드 선별은 어떻게 하나요.
SNS에서 MZ세대 맘들이 좋아하고 팬덤이 형성된,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 위주로 구성해요. 온라인 이커머스 팀 소속의 브랜드 소싱 담당들이 계속 서칭을 하죠. 그리고 회의를 거쳐 이 브랜드는 정말 입점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나면 브랜드에 제안을 드려요. 론칭 초기에는 저희가 직접 브랜드 담당자를 찾아가서 어떻게 브랜드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 설득하고 PT도 하면서 입점 제안을 했어요. 이런 사업은 브랜드 유치가 관건인데 대기업이 아닌 이상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론칭 1년 만에 입점 브랜드 100개를 돌파했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요즘 핫한 키즈 브랜드를 추천해주신다면요.
‘럭키트라이’는 2022년 명품 의류 셀렉트 플랫폼인 센스(SSENSE)의 러브 콜을 받고 입점한 국내 대표 프리미엄 키즈 패션 브랜드예요. 유니크한 디자인에 풍부한 컬러를 더해 프렌치 감성이 돋보이는 의상이 많은데, 국내에서는 스텔라 스토리즈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어요. 마이리틀스타, 디망쉬 키즈 등 디자이너 역량도 뛰어나고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도 인기가 많고, 슈슈앤쎄씨 같은 키즈 코즈메틱 브랜드도 많이 찾으세요.
SNS로 소통을 잘하는 CEO로도 유명해요.
매주 수요일 11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요. 신상 품평회도 하고, 브랜드 특집전으로 판매도 해요. 회사 대표가 직접 진행하는데, 패션에 대해서 잘 알고 무엇보다 같은 엄마 마음으로 소통하다 보니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는 것 같아요.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직접 제품을 만져보거나 입혀볼 수 없으니까, 저희가 라이브 방송 외에도 스텔라 스토리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재미있는 브랜드 콘텐츠나 정보를 상세하게 전해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서도 회사 스토리나 일상생활에 대해서 소통을 활발하게 하고요. 제가 딸을 키우다 보니 같이 딸을 키우는 엄마들과 서로 고민 상담도 하고 편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19 팬데믹 버텨낸 시간들이 성공의 밑거름
아무래도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가 제일 힘들었죠. 그때는 분야를 막론하고 다 위축된 상태였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하는 분들은 다 힘드셨을 거예요.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내일 그리고 그다음 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으니까요. 조금 잠잠하다 싶으면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고,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면 오프라인 매장은 손님이 거의 없었어요. 외출할 일이 없으니 옷을 구매하는 온라인 고객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요. 생산 관련해서도 문제가 많았죠. 공장이 셧다운되니 물량 공급도 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엉망이었어요. 정말 사방이 다 막혀버린 기분이었죠. 많이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버티면서 내적으로 탄탄해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겪었던 일들, 잘 버텨온 시간들이 너무 값진 경험이었어요.
일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항상 자신이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리면 사업가들은 다 재벌이 됐겠죠(웃음)? 일을 하다 보면 항상 문제점이 많이 생겨요. 예전에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 이런 생각은 나만 할 수 있고 대단한 것 같았는데 사실 나보다 먼저 그 계획을 세우고 실행까지 한 사람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훌륭한 전략을 짜도 그대로 진행되지 않게끔 하는 방해물이 많더라고요. 저는 어떤 어려운 상황을 만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이끌어가면서 문제점을 해결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짧고 굵게’ 딸과 교감
밸런스 유지가 제대로 될까요(웃음). 잘 안 되는데 어떻게 어떻게 굴러는 가고 있어요. 방학하면 아이는 좋지만 엄마는 힘들잖아요. 제가 일 때문에 집을 비우면 그 시간에 아이 혼자 있는 것보다 학원에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니까 학원 스케줄을 많이 잡는 편이에요. 딸이 "나 방학한 거 맞냐"고 물어볼 때도 있어요. 가끔 바람도 쐬야 하는데, 친정 엄마와 시부모님이 항상 먼저 손을 내밀어주세요.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이나 박물관에도 자주 가주시고요.
대표님은 어떤 엄마인가요.
딸 태희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또래에 비해 야무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친구 집에 다녀오면 엄마가 항상 집에 있어서 부럽다면서 "나도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었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미안하고 안타까웠어요. 저도 친정 엄마가 워킹 맘이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알거든요. 그래서 같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잘해주려고 노력하죠.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이런저런 잔소리를 많이 할 텐데 저는 아이 학교 보내기 전 1시간 30분, 퇴근하고 들어가면 잘 때까지 2~3시간 정도 같이 있으니까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보이고 나쁜 모습은 볼 틈이 없어서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웃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는 주로 뭘 하나요.
아침밥은 꼭 차려주려고 해요. 아이 역시 아침밥에 대한 기대가 커요. 내일은 뭐 먹고 싶다고 미리 말해주기도 하고 잘 먹어줘서 고맙죠. 저녁에는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줘요. 제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랑 있었던 이야기, 속상했던 일, 뭘 먹었지 등등 밀렸던 일상 이야기를 쏟아내죠. 아이가 이야기하면 호응을 잘해주는 게 중요해요.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 대화해요. 그리고 자기 전에는 같이 책을 봐요. 이건 어렸을 때부터 항상 같이 해왔던 습관이에요.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사실 저는 30대 때 자신만을 위한 힐링 타임이 많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런 시간을 가져야 정신적으로도 몸에도 좋다는 사실을 아니까 억지로라도 챙기려고 노력하죠. 그렇지만 일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아이까지 챙기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아이가 얼마 전에 학교를 옮겼는데 등교하려면 집에서 오전 7시 15분에 출발해야 해요. 그 전에 밥을 챙기려면 저는 오전 6시에 기상해야 하죠. 제가 아침잠이 진짜 많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생각하니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출근하기까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나는데, 그때 고된 하루를 버텨낼 수 있게끔 저만의 힐링 타임을 가져요.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커피도 한잔하면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겠다 계획을 세우죠.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SNS에서 유명한, 트렌디하고 희소성 있는 브랜드 위주로 전개해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그런 브랜드를 발굴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그리고 6월 중순에는 플랫폼의 포지셔닝을 한 단계 끌어올려 키즈 럭셔리관을 오프라인에 오픈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브랜드도 고객들께 제안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SNS에서만 보던 상품들을 실제로 만져보고 입혀보고 색감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고객이 많거든요. 우리 제품을 실제로 보면 많은 고객이 더 좋아할 거라 생각해요. 품질이나 디자인에 자신감이 넘치는 브랜드가 많거든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에는 오프라인 4호점을 오픈할 예정이에요. 4호점을 통해 더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체험형 공간도 함께 갖춘 새로운 형식의 매장으로 구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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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초롱 기자 chor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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