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속탄 논란 속 바이든, 영국 도착해 유럽 순방 돌입
리투아니아서 나토 동맹결속 확인…핀란드까지 3개국 방문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이 살상무기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결정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영국에 도착, 유럽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로이터·AP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마린원 헬기에 올라 런던 중심부로 출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실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변화, 중국, 인공지능(AI) 문제 등을 논의한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수낵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회동은 이번이 6번째다.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튀르키예의 반대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은 수낵 총리에게 이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런던 근교 윈저성에서 찰스 3세 국왕도 만날 계획이다. 찰스 3세가 미국 정상을 만나는 것은 지난 5월 즉위식 이후 처음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6월 찰스 3세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윈저성에서 만나 함께 차를 마셨는데 당시 주요 화제는 러시아와 중국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찰스 3세의 화제는 기후 대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찰스 3세는 재임기 13명의 미국 대통령을 만난 엘리자베스 2세 여왕만큼 '스타파워'가 있지는 않지만, 환경 분야에서는 좋은 평판을 쌓아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밤 영국을 떠나 11∼12일 이번 유럽 방문의 주 목적지인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머물며 나토 31개국 정상을 만난다.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며 이를 둘러싸고 동맹간 결속이 얼마나 굳건한지 확인하게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유럽으로 출발하기 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스웨덴을 나토 회원국으로 환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2일 밤에는 빌뉴스대학에서 연설한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강하고 자신감 있는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부터 기후 위기까지 우리 시대의 중대한 문제점들에 맞서 강하고 자신감 있는 동맹 및 파트너들과 나란히 한다"는 비전이 연설에 담길 것이라고 이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지막으로는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해 이번에 새로 나토에 가입한 핀란드 지도자들을 비롯해 북유럽 정상들과 만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유럽 방문은 집속탄 지원 결정으로 영국과 캐나다 등 동맹국들로부터 우려를 산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폭탄 하나에 든 작은 폭탄 여러 개를 흩뿌려 공격 범위를 넓히는 집속탄은 다수 국가가 민간인 피해 우려로 사용을 금지한 살상무기다.
우크라이나에 무기가 부족해지고 있어 집속탄 지원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주장에도 여러 동맹국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낵 총리는 미국의 이 결정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8일 영국이 집속탄 사용과 이전 등을 금지하는 국제 협약인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한 123개국 중 하나라는 점을 짚었다.
다른 동맹국들은 그보다 강한 언급을 내놓았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나토 파트너 국가 뉴질랜드는 9일 집속탄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크나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집속탄 지원 결정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 간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 문제가 동맹의 결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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