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촬영 예방” 가슴 만지고 속옷 검사한 아이돌 팬사인회 시끌
하이브가 일본에서 선보인 글로벌 아이돌그룹 ‘앤팀(&TEAM)’의 팬사인회에서 팬들을 대상으로 속옷 검사까지 이뤄져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팬사인회 주최 측이 사과했지만, 반복되는 과도한 신체수색과 과잉 경호 논란에 대한 재발 방지 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이브 산하 팬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은 9일 “전날 앤팀 대면 팬사인회에서 있었던 여성 보안요원에 의한 보안 신체검사와 관련해 현장에 참여하셨던 팬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하이브 재팬 소속 보이그룹 앤팀은 두 번째 미니앨범 발매 기념 대면 팬사인회를 개최했다. 이후 온라인에는 팬사인회 스태프들이 ‘녹음 또는 촬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스마트워치 등 전자기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팬들에 대한 과도한 몸수색을 벌였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네티즌 A씨는 “살다살다 팬사인회에서 브래지어 검사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우리 엄마도 안만지는 내 가슴을 팬매니저들이…”라고 했다. 이에 다른 네티즌은 “우리가 브래지어에 애플워치를 숨기고 있을 수도 있는 잠재적 범죄자라고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네티즌 B씨는 속옷을 보여줘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슴 좀 만지다가 ‘스마트 워치죠?’ 하면서 날 작은 공간으로 끌고 갔다”며 “옷을 올리라고 밀어붙여서 어쩔 수 없이 올렸는데, 어떤 사람이 문 열고 들어와서 내가 속옷검사 당하는 걸 봤다”고 했다. 이어 “너무 수치스럽고 인권 바닥된 기분이었다”고 했다. B씨는 “진짜 억울한 건 앞에서 여는 지퍼 형식 속옷이어서 처음부터 ‘지퍼 때문’이라고 말했는데도 무시당했다”며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속옷 디자인까지 밝혀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네티즌 C씨는 “그냥 훑는 수준이 아니라 여기저기 만지고 찌르고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D씨는 “가슴 만지는 건 바로 옆에서 했고, 벗겨야겠다 싶거나 더 만져봐야 알겠다 싶으면 뒤로 데리고 갔다”며 “아무것도 못 찾더니 사과 한마디 없이 ‘나가실게요’ 이러더라”고 했다.
이 같은 팬사인회 후기들이 이슈가 되면서 트위터에선 ‘속옷검사’가 실시간 트렌드 키워드로 떠올랐다. 10일 오전 8시까지 이와 관련 33만건 이상의 글이 작성됐다.
위버스샵이 공식 사과했지만, ‘반쪽짜리 사과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위버스샵은 “녹음 내용이 외부에 유출돼 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곤란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장비 반입을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며 “그동안 많은 팬분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셨으나 8일 전자 장비를 몸에 숨겨 반입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여 이를 확인하는 보안 보디체크가 여성 보안요원에 의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보안상의 이유라고 해도, 그것이 팬분들을 불편하게 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현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보안 목적 검색에 비접촉 방식을 도입하는 등 개선안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본 네티즌들은 “팬들이 잘못해서 속옷검사 한 거고, 그동안은 협조했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냐는 뉘앙스” “여자가 하면 괜찮다는 건가. 속옷검사에 반발한 팬이 유난떠는 것처럼 보이나” “어떤 식으로 보상할거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건지는 없다” 등 잘못을 축소하려는 듯한 사과문 내용에 더욱 반발했다. 또한 결과적으로 ‘아티스트가 곤란해지는 상황’ 때문에 신체수색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사과문 내용에 대해 “대화 내용이 유출되면 곤란해지는 상황이 없도록 소속 가수를 교육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과도한 몸수색에 폭행까지…논란 일어도 변하는 건 없어
문제는 아이돌그룹 관련 과도한 몸수색과 심지어 폭행까지 이어지는 과잉 경호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대책 마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6년 그룹 엑소의 콘서트에서 “보안요원이 가슴에 카메라를 숨기고 들어올지도 모르니 가슴을 만져봐야 한다고 했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엑소는 다른 아티스트에 비해서 팬덤이 젊어서 관리가 세게 들어간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후속 조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8년 워너원 싱가포르 콘서트에서는 팬들이 과잉 경호에 피해를 입어 현지 매체가 기사화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매체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는 “콘서트 담당 경호업체 측이 영상, 사진을 찍은 팬들 머리채를 잡는 등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여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공연 주최 측은 “공연 중 사진, 영상 촬영은 금지다. 규칙을 어긴 관객에게는 그 자리에서 삭제를 요구했다”며 “만일 폭력적인 직원이 있다면 징계하겠다”고 했다. 이후 징계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최근에는 NCT드림의 경호원이 공항에서 여성팬을 밀쳐 골절상을 입힌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뒤늦게 비행기에서 내린 경호원이 먼저 입국심사장으로 빠져나간 NCT 멤버들에게 가기 위해 팬들과 승객을 밀치며 지나갔고, 이 과정에서 30대 여성팬이 벽에 부딪혔다. 피해자는 늑골이 골절되어 전치 5주의 진단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논란이 터져도 경호업체를 바꾼다거나 징계를 내리지는 않는 분위기다. 소속사는 문제가 생기면 공연 진행 업체 탓으로 미루고, 아티스트에게까지 피해만 가지 않으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위버스샵의 사과문도 이런 업계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팬들은 “매번 이런 일 있을 때마다 피해자들이 불이익이 두려워 신고를 안 하니 21세기에 계속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다”며 “아이돌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성추행에 가까운 일이 반복되는 행태가 이번에는 확실히 고쳐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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