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초, 2.0초, 3.3초···‘시간 혁명’ 손성빈 앞의 ‘도루’는 ‘도박’이다
프로야구 LG 사이드암 정우영은 올시즌 슬라이드스텝(퀵모션)의 변화를 주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정우영은 슬라이드스텝 시간을 일단은 1.40초까지 당겼다. 다만 완전한 성공 부호를 붙이려면 조금 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1루주자의 도루 저지를 위해 투수에게 할당된 슬라이드스텝 시간 1.30초 이내다. 여기에 포수가 공을 받은 순간부터 2루 송구 동작을 거쳐 야수 글러브로 배달 종료하는 시간(팝타임)이 2.0초 이내면 합격이다.
도루는 과학이고 수학이다. 아무리 빠른 주자가 뛰더라도 투수와 포수가 각각에 부여된 시간을 충족해 3.30초 이내에 동작을 마무리하면 도루 성공은 불가능에 가깝다.
롯데 포수 손성빈(21)이 안방을 지키는 날이면, 도루 성패에 얽힌 시간 개념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손성빈이 혁명적 팝타임을 찍고 있다.
손성빈은 지난 9일 사직 LG전에서 선발 포수로 나와 상대 주자를 두 차례 잡아내면서 KBO리그에서는 드문 수준의 팜타임을 기록했다. 5회 무사 1·2루에서 스킵 동작을 하다가 귀루하는 2루주자 오지환을 잡아내며 1.87초를 찍은 데 이어 7회 1사 1루에서 2루로 뛰는 문보경을 낚아내면서도 1.86초를 기록했다. 손성빈은 송구 구속도 각각 135.4㎞와 133.1㎞를 기록했다. 마운드의 투수처럼 몸에 익은 딜리버리 동작을 활용하지 못하고 상황별로 대처해야 하는 송구다. 그런데도 손성빈은 130㎞ 중반대의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KBO리그 포수들의 평균 송구 구속은 120㎞ 초반대를 오간다.
이에 슬라이드스텝 시간이 평균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투수가 마운드를 지키는 가운데 손성빈이 안방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2루 도루를 시도하는 것은, ‘도루’가 아닌 ‘도박’에 가까운 행위가 되고 있다.
2021년 신인으로 상무에서 지난 6월 전역한 손성빈은 아직 1군 출전 횟수가 많지 않지만 올시즌 4차례 도루 저지로 성공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잠실 LG전 5회 2사 1·3루에서는 더블 스틸상황에서는 과감히 2루 송구를 해 1루주자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시속 138.3㎞의 강속구를 뿌렸다. KBO리그 패스트볼 평균구속(143~144㎞)에 근접한 수준의 구속이었다.
손성빈이 마스크를 쓸 때면, 도루 저지를 숙제로 투수가 할당받는 시간 개념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기존 기준선인 1.30초가 아닌 1.40초대에 투구 동작으로 마무리해도 도루 저지 확률이 높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시즌 80경기에서 139차례 도루 시도로 용감한 베이스러닝을 하는 LG 역시 손성빈 앞에서는 얌전한 야구를 하고 있다. 지난 9일 맞대결에서도 경기 상황으로는 여러 차례 도루 찬스가 있어 보였지만, 시도는 한 차례뿐. 결과는 아웃이었다.
손성빈은 지금 KBO리그 안방에서 2루를 향해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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