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레이먼드 카버 · 정유정은 스티븐 킹… 작가들도 ‘작가 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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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도 '작가 덕질'을 한다.
'작가들의 작가'인 카버를 '번역'하며 덕질하는 건 하루키만이 아니다.
정 작가가 '한국의 스티븐 킹'이라 불리게 된 것은, 바로 성실한 '덕질' 때문일 것이다.
하루키 덕질을 바탕으로 에세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을 쓰기도 한 임경선 작가는 하루키의 꾸준한 글쓰기에 대해 종종 경의를 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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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도 ‘작가 덕질’을 한다. 잘 알려진 예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하루키는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에 대한 ‘각별한 사랑’으로 유명하다. 그는 카버에 대해 “가장 소중한 문학적 스승. 가장 위대한 문학적 동반자”라고 고백했는데, 주요 작품을 직접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고 알리는 데도 기여했으니, ‘궁극의 덕질’이다. 미국의 체호프로 불리는 카버를 하루키가 ‘키운’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최애’(좋아하는 아이돌을 일컫는 팬덤 용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은 세상의 모든 순전한 덕후와 다를 바 없다.
‘작가들의 작가’인 카버를 ‘번역’하며 덕질하는 건 하루키만이 아니다. 등단 후에도 한때 생계를 위해 번역일을 했던 김연수도 카버의 팬으로 유명하다. 김 작가는 이제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카버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그는 “번역만의 맛과 효용이 있다”고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는데, 그보다는 ‘최애’인 카버에 대한 사랑이 여전하고, 그를 읽고 번역하던 ‘시절’과 그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작가들이 덕질하는 ‘작가’는, 어딘지 작가 자신과 닮기도 했다. 스티븐 킹을 “문학적 스승으로 삼고 공부했다”는 ‘K-스릴러 여왕’ 정유정 작가. 정 작가는 킹의 작품을 읽고 배우며, 자신만의 창조적 활동을 풍부하게 만들어 나갔다.
인간 심연의 공포를 드러내는 참신한 방식, 소름 돋는 심리 표현, 여기에 단숨에 읽히는 속도감과 재미까지. 정 작가가 꼽는 킹의 장점은 고스란히 정유정의 것이 됐다. 정 작가가 ‘한국의 스티븐 킹’이라 불리게 된 것은, 바로 성실한 ‘덕질’ 때문일 것이다.
작가 덕질은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하루키 덕질을 바탕으로 에세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을 쓰기도 한 임경선 작가는 하루키의 꾸준한 글쓰기에 대해 종종 경의를 표해왔다. 자신도 멈추지 않고 계속 쓰고 싶다면서. 최근 일본 도쿄 와세다대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에서 ‘한국에서의 하루키’를 주제로 강연을 한 그는 스스로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말한다.
작가 덕질에도 기쁨과 슬픔이 있다.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를 향한 오랜 덕력을 자랑하는 조경란 소설가는 로스가 좋아했던 작가 ‘버나드 맬러드’를 알게 돼 훌륭한 작품을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는 큰 기쁨. 그러나 조 작가는 “독자로서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알게 되는 건 씁쓸하다”고 했다. 예컨대, 로스의 대표작 ‘나는 공산당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전처가 쓴 회고록에 분노해 쓴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것 등이다. 그러면서도 “위대한 작가도 결국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덕질’의 배움, 위안, 즐거움, 매력, 그리고 인생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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