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내일 개막…우크라전 장기화속 `동맹결속` 시험대

강현철 2023. 7. 1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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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전선' 리투아니아에 집결…우크라 '나토 가입 약속' 수위 주목
유럽 방위계획·방위비 확대 합의 관측…스웨덴 가입 매듭 목표
2년 연속 아태 4개국 초청…尹대통령, 한일 정상회담 등 '장외 외교전'
나토 본부.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1개국 정상들이 오는 11일(현지시간) '동부전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집결한다.

우크라이나의 더딘 반격과 러시아의 내분 조짐 속에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대처 전략을 두고 나토 회원국 간에 이견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개최되는 이번 연례 정상회의는 동맹 결속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핵심 의제는 우크라이나가 자국에 대한 안전보장 차원에서 요구해온 '종전 뒤 가입 약속'이 어느 정도 수위로 합의될지다. 냉전 종식 뒤 처음으로 러시아의 전면전을 가정한 유럽 및 대서양 방위계획이 새로 수립되는 한편 9년 만에 방위비 지출 확대 가이드라인 개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회의에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 정상들도 참석할 예정으로, 한일 정상회담 등 장외 외교전도 예고됐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끝나는 대로 나토에 가입할 수 있다는 분명한 정치적 합의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도출되기를 바라고 있다.

나토는 이미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조지아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천명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당시를 뛰어넘는 구체적인 약속을 요구한다.

그러나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나토 내부 고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점도 일부 회원국들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

가령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되찾지 못한 채 러시아와 휴전 혹은 종전 협상에 나설 경우, 섣부른 가입 약속이 오히려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확답'을 주거나, 가입 요건을 완화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이번 회의에서 당장의 가입 약속보다는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자는 데 방점을 둘 것으로 외신은 내다봤다.

회의 기간 무난하게 합의될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다년간 지원 프로그램, 나토-우크라이나 평의회 신설 등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에 비해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유럽 회원국들은 자국의 안보 우려와 맞물려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맞이하는 데 더 적극적이다.

이번 회의에 초청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같은 동유럽 국가 지지에 힘입어 나토 모든 회원국에 더욱 선명한 약속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나토는 정상회의에서 북극 및 대서양, 발트해 지역 및 유럽 중부, 지중해·흑해 등 유럽 남부 등 3개 구역에 대한 방위계획에 최종 합의할 예정이다.

지역계획(regional plans)으로 불리는 새 방위계획은 러시아 및 테러공격에 대한 대비태세 강화를 목표로 한다.

유사시 나토 병력 30만명을 유럽 동부전선 일대에 30일 이내에 배치하는 한편, 회원국 간 상호 운용능력 강화 및 육해공 전반에 걸친 전력 증강이 추진된다.

차질 없는 방위계획 이행을 위한 방위비 지출 확대도 논의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방위비 지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겠다고 이미 예고한 바 있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지출'로 돼 있는데, 나토는 이번 개정을 통해 2% 기준선을 '최소치'로 명시한다는 계획이다.

방위비 지출 가이드라인에 강제성은 없지만,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함으로써 각국의 자발적 방위비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당시만 하더라도 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한 회원국은 3개국에 그쳤으나, 그해 현행 가이드라인으로 개정된 이후 올해 기준 11개국이 2%를 달성하거나 초과했다고 나토는 설명했다.

역내 방산역량 생산 확대를 가속하기 위한 이른바 '방위생산 액션 플랜'도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의 유럽 회원국 상당수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데다 EU 차원의 탄약 생산 확대도 추진되고 있는 만큼, 정책 중복을 피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토-EU 협력 강화가 모색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정상회의의 또 다른 주인공은 '나토의 이단아'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다. 그가 지연되고 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를 매듭지을 사실상의 '캐스팅보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오랜 군사중립 정책을 폐기하고 핀란드와 함께 같은 해 5월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이후 핀란드는 기존 30개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 11개월 만인 지난 4월 31번째 회원국이 됐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 제동에 아직 합류하지 못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에 반(反)튀르키예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대응 강화를 요구한 데 이어 최근에는 스웨덴에서 벌어진 이슬람경전인 쿠란 소각 시위 등 돌발 상황을 문제 삼아 최종 동의를 미루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튀르키예, 스웨덴, 핀란드 간 고위급 회동이 성사된 데 이어 이날 중 나토 중재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빌뉴스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와 직접 대면한다.

가입 비준안 처리 등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이번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을 32번째 회원국으로 맞이하는 건 물리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지만, 에드로안 대통령의 결단만 끌어낸다면 가입 문제가 빠르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나토는 튀르키예의 동의를 받아내면 덩달아 최종 동의를 미루고 있는 헝가리도 자연스레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토는 작년 마드리드 정상회의에 이어 올해도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 정상을 초청했다. '잠재적 도전'으로 규정한 중국의 부상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정치적 유대를 강화하려는 행보의 연장선이다.

윤 대통령은 참관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해 나토와 비확산, 사이버 안보 등 11개 분야의 양자 협력 문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나토 정상회의 계기로 열리는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의 사회도 맡아 진행한다.

막판 일정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일 정상회담도 관전 포인트다.

예정대로 열린다면 기시다 총리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의제로 올리고, 자체 감시 계획과 안전성 등을 적극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원칙을 강조할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나토 사무총장 면담을 비롯해 10개국 이상 정상들과 연쇄 정상회담을 하는 등 회의 이틀간 장외 외교전에도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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