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 나토 가입 시기상조…아직 준비 안돼"

바이든 CNN 인터뷰서 "전쟁중이어서 만장일치 어려워"
"우크라 받아들이면 나토와 러시아 간 직접 전쟁 의미"
우크라에 '이스라엘식 안보 보장' 장기 제공 제안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논의는 시기상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방영된 CNN방송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쟁의 한 가운데 있는 이 순간에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편입할 것인지를 두고 (나토 내) 의견 일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소한 러시아와 전쟁을 멈춘 뒤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논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나토 가입 요건엔 ‘국경 분쟁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아울러 나토에 신규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선을 그은 이유에 대해 “나토 회원국은 서로를 방어할 책임이 있는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는 것은 나토가 러시아와 직접적인 전쟁을 벌이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나토 헌장 5조에선 ‘회원국 가운데 한 곳이 공격을 받을 경우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집단 대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정전 또는 종전 후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열려 있음을 재확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합리적인 길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확약을 요구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선 미래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기 위한 조건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미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4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당시 숄츠 총리도 “우크라이나는 전시 상태에 있으며, 전시 동안엔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없다. 나토 가입 기준엔 ‘국경 분쟁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군사 지원 등 ‘안보 보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것과 같은 식의 안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휴전이나 평화 협정을 체결한다는 전제로 이같은 이스라엘식 안보 보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이나와 장기적인 양자 안보 보장을 협상한다는 개념”이라며 미국이 다양한 형태의 군사 지원, 첩보·정보 공유, 사이버 지원, 다른 형태의 물자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유럽 회원국들은 2008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가입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어도 우크라이나를 향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동의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폴란드·체코·북마케도니아·몬테네그로·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 9개국 정상들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편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도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스웨덴은 지난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으나 튀르키예의 반대로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해선 “낙관적”이라고 내다봤다.

방성훈 (ba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