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위탁제도 도입 20년, 법적으로 ‘가정 위탁’ 보완해야..."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동권리 보장 및 보호를 위해 '시작해요, 아동기본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숙원과제인 아동기본법 제정을 통해 아동을 보호 대상이 아닌 권리 주체로 보는 인식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한 아동권리보장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말
우리나라 보호대상아동의 주요 보호 체계인 「가정위탁보호제도」가 올해로 도입 20주년을 맞았다. 「가정위탁보호제도」는 부모의 사망·질병, 수감 등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18세 미만을 일정 기간 위탁 가정에서 안전하게 양육하는 아동복지서비스다.
필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위탁 아동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안정적인 자립을 준비 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가정 위탁 아동들을 만날 때면, 때론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지극히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조차도 사치가 되는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친부모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아동 곁에 함께하는 위탁부모들의 현실도 마주하게 된다. 법정 의무 교육과 상담 등에 참여하고, 위탁 아동 양육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늘 제삼자로서 위탁 아동들을 돌봐야 하는 위탁부모들의 한계가 안타까울 때가 많다.
2017년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진아(가명)는 태어난 날과 출생 당시 몸무게가 적힌 쪽지, 그리고 '군대에 다녀오겠으니 우리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짧은 메모만을 품에 안은 채 일시보호소에 맡겨졌다. 세상과 가족관계등록부에 덩그러니 혼자가 된 아이.
진아는 일시보호소에서 생활하던 중 '바터증후군'이라는 희귀 질환 판정을 받았다. 이름도 생소한 '바터증후군'은 칼륨과 나트륨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신장 질환으로 저신장증, 근력 약화, 경련 등의 증상으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질병이다. 또래에 비해 키도 몸무게도 매우 작았지만, 위탁부모는 진아에 대한 모든 위험부담을 안고 '가정위탁보호'를 결정했다.
그러나 위탁부모는 법적으로 보호자가 아닌 동거인이기 때문에 진아의 의료검진이나 약물 처방을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치원 입학 준비 시 여러 증명서 발급 제한, 해외 가족 여행을 위한 여권 발급과정에서조차 '가정위탁보호확인서' 공증을 거쳐야 했다.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고자 진아의 후견인이 되기로 한 위탁부모는 스무 장에 달하는 서류들을 준비하여 후견인을 신청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원에서는 여러 차례 서류보완만을 요청할 뿐 '위탁부모를 후견인으로 지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답변만을 반복하고 있다. 여전히 위탁부모는 매달 진아의 의료검진 시 진아와의 관계를 이해시키기 위한 구구절절한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UN아동권리협약 20조』에 따라 '부모가 없거나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이롭지 않아 부모와 헤어져 살아야 하는 경우 아동은 특별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특별한 도움'을 받기까지 위험부담과 한계가 따른다.
때문에 필자는 위탁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위탁 가정' 시스템의 한계를 법률과 제도로써 보완하기 위해 「아동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동권리보장원'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 가정위탁지원센터와의 협력하에 적극적으로 위탁 아동의 후견인 선임 법률지원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자격 소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아동기본법」으로 보장된다면, 가정위탁아동의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 속 행복 역시 지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동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모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임을 의심치 않으며, 「아동기본법」 제정의 가속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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