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미 정찰기, 군사분계선 침범···충격적 사건 발생할 것” 한반도 긴장 고조

유새슬·박광연 기자 2023. 7. 1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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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전협정 70주년 전후 긴장 심화 전망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0일 “미국 간첩 비행기들이 아군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침범하군 하는 우리 경제수역 상공 그 문제의 20~40㎞ 구간에서는 필경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둔 한반도에서 긴장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밤 9시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 군대는 이미 미군 측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상태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전 시간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미국 정부를 겨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이날 오전 “특히 조선 동해에서는 몇차례나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공을 수십㎞나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며 미 정찰기 격추를 시사한 상황을 거론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국방성 대변인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한 한국군을 향해 “이제는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가 미 국방성이나 미 인디아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이라도 되는듯 자처해 나서고 있다”며 “천하의 엄연한 사실을 어떻게 백주에 눈섭 하나 까딱 없이 부인할 수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바로 오늘 새벽 5시경부터도 미 공군 전략정찰기는 또 다시 울진 동쪽 270여㎞~통천 동쪽 430㎞ 해상 상공에서 우리 측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동부지역에 대한 공중정찰을 감행하였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우리 공군의 대응 출격에 의해 퇴각하였던 미 공군 정찰기는 8시50분경 강원도 고성 동쪽 400㎞ 해상 상공에서 우리 측 해상 군사분계선 상공을 또다시 침범하면서 공중정찰을 하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걸어왔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미군이 우리 측 경제수역을 침범하지 않고 그 바깥에서 정탐행위를 하는데 대해서는 직접적인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또다시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측 경제수역을 침범할시에는 분명하고도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위임에 따라 반복하여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이 ‘위임’을 거론한 것은 미군 정찰활동에 대한 강력한 대응 방침이 사실상 김 위원장 뜻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아직까지도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어떠한 위험이 저들에게 마주 오고 있는가를 감득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우리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더우기(더욱이) 참변까지 당한다면 분명 그것은 자작지얼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이날 오전 담화를 내고 “조선 동해에서 몇 차례나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령공(영공)을 수십㎞나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영공까지 무단 침범하며 광란적으로 벌리고 있는 미국의 도발적인 공중정탐행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국방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한 직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1969년 주일미군의 정찰기 EC-121가 동해 상공에서 격추당한 사건, 1994년 주한미군 헬리콥터 OH-58이 군사분계선(MDL) 이북의 북한 영공에서 격추당한 사건, 2003년 동해 상공에서 미국 정찰기 RC-135에 북한 전투기들이 가까이 접근한 사건을 나열한 뒤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 동해상에 격추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위협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 군은 즉각 반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미 공중감시정찰자산의 한반도 주변 비행은 통상적인 정찰 활동이다. 영공을 침범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허위 사실 주장으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미는 오는 27일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두고 양국 정상의 ‘워싱턴 선언’ 합의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국은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차관급으로 격상해 오는 18일 서울에서 1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미 국방부는 구체적인 시기를 공개하지는 않으면서 ”미국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SSBN의 한국 기항은 1981년 이후 42년 만이다.

7월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하는 북한은 역내 긴장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면서 군사 도발에 대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방성 대변인은 SSBN 방한에 대해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위태한 상황에로 한층 격상시키고 핵충돌 위기라는 최악의 국면까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매우 위험한 사태의 실상”이라며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극단의 상황이 조성되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미국의 차후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고 했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다음 주 NCG와 8월 한·미연합훈련 등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에 대한 전형적인 책임 전가와 자신들의 군사 행동에 대한 명분 쌓기“라며 “한·미 일정이 이미 예정되고 공개된 점을 감안하면 긴장 고조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격추 사건을 나열한 것으로 볼 때 앞으로 드론이나 미국 정찰기를 격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찰 위성 실패의 충격을 탈피하기 위해 조만간 긴장 조성에 시동을 걸고 7·27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과 연설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주도권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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