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지고 금 가고…시민안전 위협하는 광주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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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곳곳에 설치한 '광주폴리'(도시 특성을 담은 공공 구조물)가 훼손된 채 방치돼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작품뿐 아니라 광주 곳곳에는 훼손된 폴리 작품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문화도시' 광주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폴리를 설치했지만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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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곳곳에 설치한 ‘광주폴리’(도시 특성을 담은 공공 구조물)가 훼손된 채 방치돼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대비가 내린 지난 7일 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동의 서석초등학교 앞. 시민들이 고개 숙여 바닥을 살피며 조심히 걸었다. 이곳에는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 마스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어린이 놀이터로 고안한 작품 ‘아이 러브 스트리트’가 있다. 2017년 9월에 설치된 이 작품은 훼손된 상태였다. 분수대와 제자리 뜀틀은 고장 나 안전 고깔이 세워져 있고 대형 낙서판은 금이 가고 표면에 칠한 페인트가 벗겨졌다. 나무마루는 파손돼 보행자들이 걸려 넘어질 위험이 컸고, 모래밭·잔디밭 등에는 물이 고여 통행을 방해했다.
서석초 관계자는 “작품이 설치된 곳은 학교 정문 앞으로,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라며 “학생들이 등하교할 때 다칠까 우려가 돼 이른 시일 내에 안전조치를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 작품뿐 아니라 광주 곳곳에는 훼손된 폴리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광주 동구 충장로에 있는 광주 폴리2 ‘투표’는 2년째 방치되고 있다. 독일 잉고 니어만과 네덜란드 렘 콜하스 건축가가 2013년에 제작한 이 작품은 사각 틀 안 ‘예’ ‘아니오’ ‘중립’으로 나뉜 길을 걸어가면 자동으로 투표되는 방식이다. 그동안 “양성평등 병역 복무제에 찬성하십니까” 등 다양한 사회 쟁점을 다뤘고 질문당 평균 4만~5만명의 시민이 참여해 호응을 얻었다. 2021년 6월 질문을 보여주는 전광판이 고장 났지만 “엘이디(LED) 전면교체 공사 예정으로 잠시 쉽니다”라는 펼침막만 걸려 있을 뿐 개선되지 않고 있다.
남구 구동 광주공원에 있는 작품 ‘유네스코 화장실’ 철문은 원래 자리를 벗어나 입구 쪽 벽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다. 이 작품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의 상임위원 화장실을 복제한 것이다. 개방성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철문을 분리했다는 게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설명이지만, 현재 철문 주위에 아무런 안전조치가 없는 상태다.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은 2011년 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행사 중 하나로 ‘광주폴리’ 프로젝트를 추진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116억원을 들여 31개 작품을 설치했다. 지난해부터 내년까지는 50억원을 투입해 5차 광주폴리도 추진한다.
하지만 ‘문화도시’ 광주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폴리를 설치했지만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주홍 작가는 “광주폴리는 교과서에 나올 만한 세계적인 건축가가 참여했지만, 광주 시민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5차 폴리를 계획하기 전 기존 폴리는 어떻게 활용하고 개선할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는 인력 문제 등으로 신속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광주폴리 담당 인력은 광주비엔날레재단 소속 직원 7명으로, 이 중 유지·관리는 1명이 맡고 있다.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연간 예산은 2억~3억원이다.
양선옥 광주비엔날레재단 광주폴리부 부장은 “‘아이 러브 스트리트’는 인근에서 진행된 전선 지중화 사업이 조만간 끝나면 조치할 계획이고, ‘투표’ 작품도 올해 안에는 개선하겠다”며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미디어아트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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