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이 AI 기업 인수한 이유…브루노 마스가 뉴진스 노래를

서정민 2023. 7. 1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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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로 넘어온 인공지능 창작
국내 최초의 에이아이(AI) 작곡가 이봄 작업 현장. 크리에이티브마인드 제공

“에이아이(AI) 기술은 하이브의 다음 핵심 전략 중 하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키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 음악 잡지 <빌보드> 4월호 표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하이브는 인공지능 오디오 기업 수퍼톤을 인수하고 여러 실험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듯 지금 전세계에서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이 음악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그 수준과 효과 등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곳은 역시 창작 분야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작곡·편곡하거나 사람의 창작 활동을 돕는 것이다. 제일 잘 알려진 사례는 국내 최초의 에이아이 작곡가 이봄이다. 광주과학기술원 에이아이 대학원의 안창욱 교수가 이끄는 음악 기술 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마인드가 2016년 개발했다. 이봄은 화성학, 대위법 등 음악 이론을 학습해 클래식부터 전자음악, 트로트까지 여러 장르 음악의 선율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가수 홍진영의 ‘사랑은 24시간’, 삼성전자 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에이아이’ 광고 배경음악을 만들었다.

국내 최초의 에이아이(AI) 작곡가 이봄. 크리에이티브마인드 제공

이봄은 사람의 창작 활동을 돕기도 한다. 크리에이티브마인드는 지난 5일 이봄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음악 작곡·편곡 소프트웨어 ‘뮤지아 원’을 출시했다.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에이아이 프로듀싱 서비스다. 사용자는 인공지능 자동 생성 기능을 통해 멜로디·반주·베이스·비트로 이뤄진 4개의 트랙을 만든 뒤, 편집 기능을 통해 다양하게 변경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할 수 있다. 현재 베타 서비스 기간이라 공식 누리집에서 누구나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에이아이(AI) 작곡가 이봄을 기반으로 한 에이아이 프로듀싱 서비스 ‘뮤지아 원’. 크리에이티브마인드 제공

음악 플랫폼 기업 지니뮤직도 지난해 인공지능 스타트업 주스를 인수하고 다양한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웹툰 원작 드라마 <가우스전자> 로고송, 오디오 드라마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오에스티(OST), 홈쇼핑 채널 케이티(KT)알파쇼핑 배경음악, 저작권료 걱정 없이 틀 수 있는 크리스마스 캐럴 등을 만들었다.

지니뮤직과 주스는 이용자가 음악 파일을 올리면 인공지능이 디지털 악보로 변환해주는 서비스 ‘지니리라’를 지난달 28일 선보이기도 했다. 이용자는 이 악보를 기반으로 손쉽게 편곡 작업을 할 수 있다. 올해 안에 이용자들이 편곡한 음원을 출시하는 건 물론, 수익이 만들어지면 원작자에게도 배분되도록 하는 정산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원작자 권리를 보호하면서 리메이크 음악 시장 성장에도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지니뮤직과 주스가 지난달 28일 인공지능 서비스 ‘지니리라’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김형석 작곡가가 발언하고 있다. 지니뮤직 제공

앞으로 음악 창작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분석업체 마켓닷어스는 “세계 음악 생성 에이아이 시장 규모는 2022년 2억2900만달러(약 2900억원)에서 10년 뒤인 2032년 26억6천만달러(약 3조3800억원)로 11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음악을 직접 창작하기보다 노래를 부르는 음성을 변조하거나 생성하는 인공지능 기술도 활발하게 쓰인다. 하이브가 인수한 수퍼톤이 대표적이다. 그룹 에이트의 이현이 ‘미드낫’이란 이름으로 지난 5월 발표한 신곡 ‘매스커레이드’에는 수퍼톤의 두가지 기술이 적용됐다.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을 통해 이현의 목소리를 여자 목소리로 바꿔 음원 중간에 삽입한 것이 그 하나고,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을 활용해 음원을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6개 언어로 동시 발매한 것이 나머지 하나다. 이현은 지난달 11일 위버스콘 페스티벌 ‘엄정화 트리뷰트’ 무대에서 엄정화의 ‘하늘만 허락한 사랑’을 부르면서 전반부는 자신의 목소리로, 후반부는 인공지능으로 변환한 엄정화 목소리로 노래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지니뮤직과 주스가 지난달 28일 인공지능 서비스 ‘지니리라’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연주자들이 지니리라로 새롭게 편곡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지니뮤직 제공

유튜브에서는 기존 노래를 다른 가수가 부른 것처럼 음성을 변조한 콘텐츠가 인기다. ‘후앰아이 에이아이커버’(WhoAmI AiCover)라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브루노 마스 버전 ‘하이프 보이’는 7일 현재 17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이는 실제 브루노 마스가 부른 것이 아니라 그의 목소리를 학습한 에이아이 가수가 뉴진스의 원곡을 부른 것이다. 이 채널에는 마이클 잭슨이 부른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 에미넴이 부른 지코의 ‘아무 노래’ 등도 있다. 유튜브의 ‘2023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올해 1~5월 인공지능 관련 영상 조회수는 17억회를 넘었다.

이처럼 음악 분야에 인공지능이 활발하게 쓰이면서 저작권 문제 등도 대두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기존 음악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인공지능 창작물이 현행법상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지적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에이아이 작곡가 이봄이 만든 홍진영의 노래 ‘사랑은 24시간’에 대해 저작권료를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봄을 개발한 안창욱 교수는 “현행법상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면, 이름표를 달아주는 성명표시권이라도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올라간 브루노 마스 버전 ‘하이프 보이’ 영상. 유튜브 갈무리

현재 국회에는 주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인공지능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찬동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은 “과거 사진이라는 매체가 처음 생겼을 때 이를 저작물로 인정할 것인지 논란이 됐다가 결국은 인정받게 된 것처럼 인공지능 저작물도 추후 보호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다만 프로그램 개발자, 이용자, 인공지능 그 자체 가운데 누구를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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