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택시장' 일본처럼 '거품붕괴'라구요?[박원갑의 집과 삶]
"인구위기론 지나친 공포…단기급락 악재는 아니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이제 우리나라 부동산은 곧 일본을 따라갈 텐데, 함부로 집 사면 큰일 납니다.”
한동안, 아니 20년 전부터 유행한 부동산시장의 괴담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 붕괴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양치기 소년처럼 헛말이 되고 말았다. 이런 실수를 한 가장 큰 이유는 먼 미래와 가까운 미래를 구분하지 못해서다. 지금처럼 인구가 줄었다가는 언젠가는 일본보다 더 심한 충격이 올 것이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주택시장이 수급불균형으로 갑자기 붕괴하지는 않는다. 과거보다 주택 수요층이 튼실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인구와 가구가 동시에 줄어드는 2040년…주택시장 충격 본격화
주택시장 수요는 인구보다 가구 수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분석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부터 줄고 있지만, 가구 수는 2039년에 정점을 찍고 그다음 해부터 줄어든다. 1인 가구 중심으로 가구 수가 늘긴 하지만 그래도 주택시장을 버티게 하는 힘이다. 부동산시장은 2030년대부터 인구감소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인구와 가구 수가 동시에 줄어드는 2040년 이후에는 충격이 본격화할 것이다.
인구 위기 속에서도 향후 부동산시장에는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이번처럼 아파트 갭투자 붐이 일어날 수 있고, 금융위기로 집값이 풍비박산 날 수도 있다. 아주 먼 미래만을 생각하면 가까운 미래는 생략된다. 먼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날이다. 당장은 가까운 미래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게 더 현실적인 미래가 아닐까.
사실 인구는 한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이다. 인구는 유효수요를 측정하는 가장 신뢰도 높은 도구이다. 인구는 거부할 수 없는 도도한 물결처럼 경제를 움직이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한다. 인구가 늘어나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집값도, 땅값도 계속 오를 수 없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국내 부동산시장의 지형도를 바꿀 것이다. 인구는 향해 선박을 인도하는 등대처럼 부동산시장의 향후 방향을 제시한다. 인구의 흐름을 읽어야 부동산시장의 중장기 트렌드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구가 부동산시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고령화·저출산에서 촉발될 인구 위기는 미래 우리나라 경제를 짓누르는 중대한 위협이다. 다만, 인구 위기가 현실화하는 ‘시점’과 ‘강도’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부동산시장에서 거론되는 인구 위기의 2가지 오류를 지적하고 싶다.
먼저 인구의 큰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만, 너무 깊게 빠지면 또 다른 판단 실수를 부른다. 인구는 먼 미래를 바라보는 망원경이다. 망원경을 꺼내 돋보기로 사용해보라. 바로 앞의 사물을 보려고 하면 초점이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보고 싶은 데로 해석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 문제를 모두 인구 잣대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인구보다는 정책이나 금리 등 다른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값이 내려간다는 신문 기사만 봐도 혹시 국내 부동산시장이 일본 거품 붕괴 방식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인구 위기가 내일이라도 닥칠 것처럼 조급증에 빠지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인구위기론 지나친 공포 유발…단기적 사안 아니야
그리고 인구 위기론의 또 다른 맹점은 지나친 공포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고령화·저출산의 위기는 언젠가는 우리 앞에 닥칠 것이다. 그러나 인구 위기는 새벽안개처럼 스멀스멀 다가온다. 새벽안개에 오랫동안 노출돼 있으면 옷이 젖는 것처럼 고령화·저출산의 위기는 우리나라 경제를 서서히 옥죌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인구 위기를 단기간에 확 쏟아지는 한여름의 소낙비로 잘못 생각한다. 그래서 인구 얘기만 꺼내도 세상이 금세 끝날 것처럼 종말론적인 우울증세를 보인다.
이제 개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구분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마음을 접는 게 속이 편하다. 막연한 불안보다는 차라리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도 좋다. 인구 쇼크를 피할 수 있는 절대적 안전 지대는 없다. 덜 피해를 보는 상대적 안전지대만 있을 뿐이다. 지나친 공포론에는 휘둘리지 않되 서서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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