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학생이 창업한 무신사, 패션 꿈나무에게 '경험'을 나눈다
"브랜드 운영 과정에서 나의 부족함을 느낄 때는 어떻게 하나요?" (무신사 패션 장학생 사전 질의)
"저는 먼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이면 메이크업이든, 세무든 일단 배웠어요. 할 수 없는 일은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찾아서 협업을 요청합니다." (서주형 어나더오피스 실장)
지난 6일 오전 서울 성동구 소재 무신사 캠퍼스 N1.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강연에도 20여명의 패션 장학생들의 눈빛은 빛났다.
컨템포러리 캐주얼 브랜드 '어나더오피스'를 전개하는 서주형 오버레이 실장은 학생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하고 창업 스토리, 운영 전략, 마케팅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전달했다. 창업 멤버는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처음 시작할 때 생산 물량을 얼마나 만들어야 하는지, 판매 채널은 어떻게 꾸리는 게 좋은지 학생들의 질문은 구체적이었고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얘기가 오갔다.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인 데 아는 것이 너무 부족하다. 준비 과정을 알려 줄 수 있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서 실장은 "업무 프로세스를 그려보는 게 중요하다"며 세부 준비 과정을 들려줬다. 이날 서 실장은 2016년 자본금 2000만원으로 창업해 브랜드를 성장시키기까지 고군분투하며 겪은 날것의 경험을 나눴다.
멘토링 강연 이후에는 어나더오피스가 운영하는 편집숍인 '스왈로우라운지 성수'를 찾았다. 3층 규모의 건물의 1층은 편집숍, 2~3층은 물류창고로 운영 중이다. 서 실장은 학생들에게 물건이 입고 중인 물류 창고를 보여주며 창고 운영에 중요한 온도, 층고, 안전 유의 사항 등을 설명했다. 1층 편집숍을 방문한 학생들은 앞선 강연 시간에 서 실장이 소개한 스왈로우 라운지의 상품 진열(VM·Visual Merchandising) 방식을 눈여겨봤다.
이후 무신사 캠퍼스 N1에 마련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어나더오피스의 원단 소재 협력 업체인 예진 에프엔지를 찾았다. 이곳에서 서 실장은 패션 제품별 소재의 종류, 좋은 원단을 고르는 방법 등을 소개했다. 다음 코스는 서울 금천구 소재 셔츠 생산 공장이었다. 실제 셔츠가 생산되는 공정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날 투어를 통해 학생들은 한 벌의 옷이 기획돼서 만들어지고 매장에 진열되는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어를 마친 윤성진 한성대학교 글로벌패션산업학부 학생(3학년)은 "브랜드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가졌던 고민을 서 실장님도 똑같이 했다는 사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쉽게 얻을 수 없는 구체적인 수치에 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약 7시간여 동안 무신사가 진행한 행사의 이름은 '브랜드 팩토리 투어'다. 차세대 디자이너 인재 양성을 위해 무신사가 선발한 패션 장학생에게 패션 업계 유명 브랜드의 물류, 생산 공장 등 인프라 현장을 답사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신사 자체가 패션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으로 시작한 학생 창업 기업인만큼, 잠재력 있는 디자이너를 양성해 패션 생태계 선순환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무신사 패션 장학생은 지난해 2월 1기를 시작으로 1년에 2기수씩 뽑는다. 현재 지난 3월 모집된 20여명의 3기 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브랜드 팩토리 투어에서 멘토 역할을 한 어나더오피스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부부 사이인 신동수 대표, 서주형 실장이 2016년 론칭한 브랜드다. 어나더오피스는 설립 초기 무신사와 29cm에 입점했고 무신사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온라인몰 외에도 성수, 한남,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자사 편집숍인 '스왈로우라운지'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론칭 첫해 4억 원 수준이었던 어나더오피스의 연 매출은 지난해 100억 원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서 실장은 본인이 브랜드 창업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 등을 떠올리며 흔쾌히 팩토리 투어에 멘토로 참여했다. 서 실장 역시 대학 시절 한 대기업에서 제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패션업계에 발을 들였고, 그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는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을 조금만 도와줘도 금방 성장해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패션업계 상생 문화를 이끌고자 하는 무신사의 뜻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조한송 기자 1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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