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보석 홍도 원추리로 갈아입다
맑고 푸른 바다, 기암절벽, 난온대림 및 싱싱한 해산물 등이 어우러진 전라남도 신안군 홍도는 1965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됐고, 1981년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홍도는 풍란 등 270여 종의 희귀식물과 230여 종의 동물 및 곤충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 보고다. 홍도를 둘러싼 10여 개의 크고 작은 섬과 여(만조 시 바닷물에 잠기는 바위)는 장관을 연출하며,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군락은 모양과 형태가 마치 사람이 만들어낸 분재를 연상시킨다.
최고의 절경 '홍도 33경'
한국의 섬들 중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곳은 백령도 두무진, 거문도, 백도와 함께 홍도가 손꼽히지만 홍도가 단연 압권이다. 섬 주변을 수놓은 기암괴석들은 신들의 정원처럼 신비롭기 이를 데 없다. 홍도 33경으로 불리는 '신들의 정원'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유람선에 올라야 한다. 배에서 보는 기암절벽은 탄성을 자아낸다.
이 바위들이 잉태한 전설과 이름들을 모두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1경은 홍도 남쪽 바위섬이라 해서 남문바위다. 예전에 텔레비전 방영 시간 종료를 알리는 애국가의 첫 장면을 장식한 적도 있다. 국가대표급 경치라는 얘기다. 이 남문바위에는 작은 고깃배가 드나들 수 있는 구멍 뚫린 돌문이 있는데 홍도의 관문으로 불린다. 이 문을 무탈하게 통과하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고 재앙이 없으며 어선이 만선을 이룬다고 전해진다. 홍도 33경을 모두 도는 데 2시간30분쯤 걸리며 아침 7시30분, 12시30분, 16시30분 하루에 세 번 운항한다.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자리잡는 게 경치를 감상하는 데 유리하다.
코로나 족쇄 풀린 후 첫 원추리 축제
석양이 기암괴석을 붉게 물들여 홍도라 했다. 붉은색 홍도가 7월이면 노란색으로 갈아입는다. 원추리의 한 종류인 홍도원추리가 피는 계절이기 때문. 홍도원추리의 학명은 Hemeroc allis hongdoensis. 홍도 자생종이다. 근심을 잊게 한대서 망우초忘憂草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원추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홍도원추리는 다른 원추리에 비해 꽃이 크고 질감이 고와 관상용 가치가 높다고 한다.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예전에 홍도 주민들은 원추리로 나물을 만들어 먹으며 보릿고개를 넘었다고 하니 섬사람들에게는 목숨을 지탱해 준 고마운 식물이다. 꽃이 지면 잎을 잘라 새끼를 꼬고 띠 지붕을 만들고 밧줄과 광주리 등 섬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요긴했다.
홍도에서 원추리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지만 유람선을 타고 바닷가 작은 바위틈에 자란 샛노란 원추리를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운치가 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노란 원추리꽃이 만발한 모습은 국내 다른 곳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이다. 2019년 처음 열린 '홍도 원추리 축제'가 올해로 다섯 해를 맞았다. 해안선을 따라 노란 물결을 이루는 원추리꽃은 홍도의 7월을 원추리 정원으로 만든다. 코로나 족쇄가 풀린 후 처음 열리는 이번 축제는 7월 7일부터 16일까지 열흘간.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많은 이들이 7월의 홍도를 찾을 것이다.
100대 명산에 뽑힌 깃대봉
홍도 여행의 마지막 퍼즐은 홍도 최고봉인 깃대봉(고치산·해발 365m)이다. 정상에 서면 이 산이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선정된 이유에 수긍이 간다. 일망무제. 홍도와 서해 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쾌하기 그지없는 조망이다. 외지 배가 들어오는 항구가 있는 홍도1구에서 깃대봉까지는 편도 2.5㎞로 왕복 1시간쯤 걸린다. 홍도1구에서 깃대봉을 거쳐 홍도2구까지 가고자 한다면 3.5㎞. 깃대봉 산행길은 홍도1구와 2구를 이어주는 유일한 길이다. 홍도2구에는 서해 최고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홍도등대가 있다. 목포항과 서해안의 남북항로를 오가는 선박들이 주로 이용하던 연안등대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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