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전이면 더 자신감 생겨요" 패기의 키움 2년차, '8연승' 두산 클린업에도 주눅들지 않는 이유
키움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두산에 2-9로 대패했다. 0-10, 2-5, 2-9로 이번 3연전 내내 투·타 모두 변명의 여지 없는 완패였다. 4연패에 빠진 키움은 38승 2무 43패로 리그 7위가 됐고, 두산은 8연승으로 7월 들어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파죽지세를 보이면서 리그 3위까지 뛰어 올랐다.
이날도 선발 정찬헌이 3⅔이닝 6실점(5자책)으로 무너지면서 일찌감치 승기는 두산이 가져갔다. 호세 로하스의 적시타로 0-6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4번 양의지-5번 김재환-6번 양석환으로 이어지는 클린업급 타선에 키움은 전날(8일) 등판했던 이명종을 재차 올렸다.
이명종은 2사 1루에서 양의지를 상대로 초구부터 한가운데 직구를 씩씩하게 던졌다. 2구째 높은 직구는 좌익수 뜬 공이 돼 단 2구만에 이닝 종료. 5회에도 올라와 김재환을 상대로 초구부터 바깥쪽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이후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어 풀카운트를 만들었고 마지막 7구째 김재환의 몸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 삼진을 잡아냈다. 이후에도 구종을 다양하게 가져가면서 양석환, 강승호를 공 6개로 처리해 4회 4득점으로 타오른 두산의 타선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날 1이닝 무실점에 이은 호투.
어린 동생의 호투에 무색하게 타선은 침묵하고 이후 6회 다시 3실점 하면서 키움은 패했지만, 배짱 있는 이명종의 호투는 올 시즌 키움이 건진 수확 중 하나다. 석교초-세광중-세광고를 졸업한 이명종은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6순위로 키움에 입단했다. 데뷔시즌인 지난해 27경기 평균자책점 5.27로 좌충우돌하더니 올해는 20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3.28로 순조롭게 프로 무대에 연착륙 중이다.
올 시즌 이명종의 역할은 마당쇠에 가깝다. 고교 시절 선발로 활약했던 만큼 이닝 소화와 연투 능력이 뛰어나 선발이 일찍 무너지거나 키움이 투수를 아껴야 할 때 등판한다. 상대가 클린업이든 만루 상황이든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 최소 실점으로 막고 내려간다.
그렇다고 이명종이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 흔히 올라오는 희소성이 높은 좌완이거나 공이 빠른 구위형 투수인 것도 아니다. 올 시즌 이명종의 평균 직구 구속은 스탯티즈 기준 시속 140㎞로 리그 평균(시속 143㎞)보다 낮다. 하지만 특유의 디셉션(숨김 동작)과 제구력으로 리그 수위급 타자들을 상대한다. 또 하나 장점으로 꼽히는 것이 21세의 나이 답지 않은 담대함이다. 최근 고척에서 만난 이명종에게서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이명종은 "난 오히려 타이트하고 점수 차가 적은 상황이 편하다. 그때는 투수뿐 아니라 타자도 긴장을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타자도 여유 있을 때와 득점권에서 스윙이나 접근 방법이 다르다"면서 "타자들에게 있어 평소에 내 공이 그렇게 치기 어려운 공은 아니다. 난 제구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인데 접전에서는 타자들 얼굴만 봐도 긴장하는 것이 보여서 오히려 더 자신감이 생긴다"고 밝혔다.
세광고 시절부터 다져온 강철 멘탈이다. 구속이 빠르지 않은 그가 찾아낸 자구책이기도 했다. 이명종은 "고등학교 때도 최고 구속이 145㎞ 정도 나왔는데 나보다 공이 빠른 투수가 학교마다 서너 명씩은 있었다. 내가 자신 있는 것은 변화구와 제구인데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고 타자를 상대하는 마음가짐을 새로이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명종의 성장도 끝나지 않았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몸 관리에 철저한 선배들 덕분에 그 역시 차근차근 몸을 키우고 있고 구속도 최고 147㎞를 찍을 정도로 힘이 붙었다. 후배들에게 알려주길 좋아하는 선배들의 도움도 컸다.
이명종은 "캐치볼 메이트인 (김)재웅이 형이랑 가장 이야기를 많이 한다. 캐치볼할 때 항상 내 공의 컨디션을 확인해주시고, 시합 때는 나가기 전에 형에게 내가 먼저 물어본다. 타순을 보고 '이렇게 풀어가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하면 재웅이 형이 경험을 살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창민 선배님은 구위와 구속보단 변화구 위주의 피칭과 제구로 타자와 승부한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한 유형이다. 그래서 선배님이 어렸을 때 했던 노하우를 많이 알려주신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이지영은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그를 잡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명종은 "어떤 공을 던지기로 마음 먹었으면 자신 있게 던져야 하는데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타자를 의식하게 되면서 던지기 직전까지 생각이 많아졌다"면서 "우리 포수들은 내가 컨디션이 좋을 때는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게 해준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이)지영 선배님이 요구하는 대로 던지는데 어느 순간 지영 선배님이 '왜 네가 던지고 싶은 공 안 던지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냐. 너답지 않다'고 한 마디 하셨다. 그때부터 생각을 비우고 던지려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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