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유상증자, 잔액인수 계약 맺은 증권사.. 또 떠안을까?
지난해 공모전환사채…흥행실패로 주관사가 물량 떠안아
유상증자 피로감 높아…주관사들 실권주 떠안을지 주목
CJ CGV가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증자 주관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이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에 이어 또한번 실권물량을 떠안을지도 관심이다.
CJ CGV(이하 CGV)는 지난달 20일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 물량은 7470만주로 현재 CGV의 총 발행주식수(약 4800만주)보다 1.5배 많다. 사실상 제2의 CGV를 추가로 세우는 수준의 신주발행규모다.
한때는 '대흥행' 했던 CGV 자금조달
주가하락이 대변하는 주주들의 투자심리 이탈은 단지 유상증자 규모가 커서만은 아니다. 이미 CGV는 코로나19 이후 지난 2020년 2210억원의 유상증자, 2021년과 2022년 각각 3000억원과 4000억원 규모의 공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주주 및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때만 해도 시장은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 다시 영화관사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많은 증권사들이 CGV에 매수의견을 내며 코로나19만 끝나면 관객 수 회복으로 회사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봤던 것이다.
주주들도 기대감을 갖고 지난 2020년 22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했다. 당시 기존주주들의 유상증자 청약률은 99.43%에 달했다.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CGV 전환사채를 주관한 증권사들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21년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전환사채의 만기이자율은 1%에 불과했다. 계약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받는 표면이자율은 아예 0%였다.
지난해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전환사채 역시 표면이자율 0.5%, 만기이자율은 0%로 CGV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당시 전환사채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들은 총액인수 방식으로 CGV전환사채를 인수했다.
참고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총액인수는 처음부터 증권사가 물량을 모두 인수한 뒤 기관 또는 불특정 다수의 공모투자자에게 수요예측, 청약, 배정 등의 절차를 밟는 방식이다.
반면 잔액인수는 회사가 내다 팔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기관 또는 불특정 다수의 공모투자자에게 판 뒤 남은 것을 증권사가 인수하는 방식이다.
애초에 증권을 모두 사들인 뒤 팔아야하는 총액인수가 증권사에겐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3000억원 및 4000억원 공모 전환사채를 주관한 증권사들은 모두 총액인수 방식에 동의했다. 그만큼 CGV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공모 전환사채를 모두 팔수 있다고 자신했거나 혹시라도 남은 물량을 떠안더라도 주식전환을 통해 차익실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2021년 발행한 3000억원 공모전환사채는 기존주주 청약률은 29.55%에 그쳤으나 남은 물량을 일반투자자에게 공모한 결과 청약률 5440.02%를 달성했다. 압도적인 흥행으로 당시 3000억원 공모 전환사채 주관 및 인수를 맡은 미래에셋증권과 하이투자증권, 신영증권은 인수수수료만 거둬가고 물량을 떠안지 않았다.
작년부터 분위기 돌변.. 물량 떠안은 증권사들
하지만 CGV가 지난해 발행한 4000억원 공모 전환사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때도 주관 및 인수업무를 맡은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은 총액인수 방식으로 전환사채 발행을 주관했다.
4000억원 공모 전환사채를 시장에 내놓은 결과 기존 주주 청약률은 3.64%에 불과했다. 이후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판매에서도 청약률 7.78%에 그쳤다. 앞선 3000억원 공모 전환사채의 청약률(기존주주 29.55%, 일반투자자 5440.02%)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전환사채 흥행 참패가 현실화하면서 미래에셋증권 등 4개 증권사들은 계약 당시 약속한 배정금액대로 남은 물량을 모두 떠안았다. 미래에셋증권이 2305억원, NH투자증권이 829억원, KB증권이 461억원, 유진투자증권이 92억원의 물량을 가져갔다.
가장 많은 물량을 떠안은 미래에셋증권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매각이나 주식전환을 하지 않고 그대로 채권을 가지고 있다. 해당 공모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가격은 2만2000원인데 채권 발행 이후 CGV주가가 전환가격보다 계속 낮은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주가하락에 따른 전환가격 조정(하향 리픽싱)도 없는 조건이다. 미래에셋증권 등은 주식전환을 해도 손실을 보니 시장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임에도 이자 0.5%만 받고 CGV에 돈을 빌려주고 있는 상황이다.
피로감 쌓인 주주들... 증권사 또 떠안을까?
5700억원의 신주를 발행하는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에게 먼저 지분율만큼 신주인수권을 배정해 팔고, 남은 물량(실권주)을 일반투자자에게 재차 팔고, 그래도 남는 물량은 증권사들이 가져가는 잔액인수 방식이다. 유상증자 주관을 맡은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3곳으로 이들은 실권주가 나오면 팔고 남은 물량을 3분의 1씩 나눠 떠안아야 한다.
문제는 이번 유상증자가 낙관론보단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유상증자 흥행 자체가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와 공모 전환사채를 통해 연이어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온 CGV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상황이다.
지분율 48.5%인 최대주주 CJ㈜의 유상증자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점도 악조건이다. CJ㈜가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현물출자 외에 이번 유상증자에 투입키로 한 자금은 600억원이다. 신주배정비율 대로 100%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CJ㈜가 부담해야할 비용은 2488억원에 달한다.
결국 영화티켓 값보다 저렴해진 CGV주식과 부채를 갚기 위해 주주에게 다시한번 손을 내미는 회사에 자금을 댈 주주가 얼마나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부채상환 등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부실 경영의 책임을 회피하고 그 책임을 결국 주주에게 전가하며 기업과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안전장치 마련했지만... "이미 실권주 상당"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총액인수보다 책임감이 덜한 잔액인수 방식으로 유상증자 인수업무를 맡았음에도 실권주를 떠안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는 좀처럼 미달사태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던 코스닥 상장사 엔지켐생명과학도 기존주주 및 일반투자자 청약을 모두 거쳤지만 실권주가 나오면서 신주발행물량의 72%를 당시 대표주관사 KB증권이 잔액인수 방식으로 떠안기도 했다.
CGV 유상증자를 주관하는 증권사들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나름의 장치를 만들어 놨다.
주관수수료 및 인수수수료(각각 모집총액의 0.2% 및 0.7%)를 제외하고 추가로 실권주를 인수하면 CGV로부터 9%의 수수료를 받기로 한 것이다. CGV와 대조적으로 최근 유상증자를 발표한 SK이노베이션에는 실권수수료가 없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이번 주관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은 CGV유상증자가 좀 더 리스크(위험)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증권사 IB담당 고위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에는 실권수수료가 없는 것은 그만큼 유상증자 실권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실권수수료를 9% 정도로 책정한 것도 대기업 치고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통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는 미달이 거의 나지 않지만 이번 CGV는 연속적인 자금조달로 주주의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고 지주사인 CJ㈜도 대부분 참여하지 않아 이미 실권주가 상당하다"며 "모든 유상증자는 실권이 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정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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