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내내 싸운’ 그들 대신 국가가 할 일[취재 후]
‘양심적 병역거부’를 두고 사회적 관심이 정점에 이른 건 아마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 2018년쯤일 것이다. 당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양심에 근거한 병역거부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간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됨으로써 ‘병역거부의 양심’을 입증했던 이들은 비로소 범죄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2020년 1월 도입된 대체복무제도 설계 과정에서도 ‘36개월·교정시설·합숙’ 형태가 ‘징벌적 성격’을 띠는지를 두고 사회적 논쟁이 뜨거웠다.
다만 ‘대체역심사위원회’의 존재와 역할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 심사위는 개인의 대체복무 여부를 심사해 최종 결정하는 기구인데도 그랬다. 지난 6월 말 대체역심사위 출범 3년을 맞아 심사위원 4명이 모인 집담회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3년 내내 싸웠다.” 한 위원의 발언에는 심사위 내부 상황이 집약돼 있었다. 심사에서 인용 결정을 받아 양심의 자유를 보장받더라도, 심사 과정에선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했다고 한다.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기피자’로 여기는 시각이 앞선 결과라고 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심사위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기구’라는 점을 망각했다는 것이다.
대체복무제도는 정부와 국회가 ‘병역거부의 양심’을 제도적으로 인정한 결과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대체로 싸늘하다. 단적인 예가 “그러면 군대를 간 사람은 비양심적이냐”라는 말을 지금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사안에서 일컫는 양심은 ‘도덕적이거나 올바르다’는 개념이 아닌데도 몰이해는 여전한 것이다. 부정적인 여론은 정부와 국회가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구실로 작용하고 있다. 순서가 바뀌었다. “국가는 인권보장을 위해 시민들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 여론에 휘둘려 부화뇌동하고 정치적 이념에 따라 흥정의 대상으로 여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의 가치를 함부로 부정하는 것이다.” 집담회에 참여한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지난 6월 28일 위원 임기 만료)의 말이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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