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사람이 최우선인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기대하며
올해 3월 도로교통공단에서 2021년 발생한 교통사고를 대상으로 인·물적 피해 비용과 사회기관 비용을 화폐가치로 환산한 사회적 비용이 약 27조 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4만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경찰청 연간 예산 약 13조 원의 2배를 뛰어넘을 정도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교통사고의 막대한 사회적 비용 감축과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경찰을 비롯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계속되어 2012년 5300여 명이었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인 2735명까지 감소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하위권 수준이고, 특히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율은 35.5%로 29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교통안전을 위한 모두의 관심과 노력을 통해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통문화 정착이 필요한 시점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통상 교통안전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교통안전 3E 원칙을 든다. 3E 원칙은 Engineering(교통안전시설), Education(교통안전교육), Enforcement(교통단속)을 말한다. 각 경찰관서,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기관에서 교통안전대책을 수립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교통안전대책의 이 세가지 기본 원칙 중 어떤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나 교통안전교육(Education)을 통한 국민들의 의식 개선은 더더욱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들도 대한민국의 경제력 상승과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산 투입을 통한 교통안전시설 개선은 상당 부분 진전됐다고 평가한다. 교통단속도 매년 꾸준한 단속을 해오고 있어 이제는 교통안전 의식 개선이야말로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필자는 1년의 영국 유학 기간 동안 교통문화에 대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영국은 오래된 도시가 많다 보니 도로가 좁고, 여러 곳에서 도로와 교량에 대한 보수공사가 늘 진행되고 있어 우리나라보다 도로사정은 좋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운전문화와 언제나 사람을 우선하는 교통문화가 인상적이었다. 도로 곳곳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세요(Think of Others)'와 같은 표지판을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의 주택가 도로는 제한속도가 20마일(시속 약 32㎞)에 불과하지만 어느 누구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또한 횡단보도 신호가 적색으로 변경되더라도 사람이 완전히 건널 때까지 기다리는 차량이 많았고, 심지어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나타났을 때 모든 차량들이 정지하여 보행자가 건너고 나서야 통행을 재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경찰청 교통국장을 하면서 보행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통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기 위해 횡단보도 보행자 통행 시 일시정지 의무를 확대한 도로교통법 개정 등 제도개선과 교육, 홍보활동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했다. 올해 대전경찰청장으로 부임하여서도 교통안전의식 개선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교통안전문화 한마당을 개최하고, 대전시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적극적인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그리고 절대 잊어서는 안될 사고가 대전 둔산동 일대에서 일어났다. 바로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한 명의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고 후속조치로 대전시와 함께 어린이 보호구역에 설치된 안전시설물을 일제 점검한 후 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시설 보강 개선안을 마련하고,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도 한층 강화했다. 다만 안전시설이 완벽히 보강되고 단속이 강화되더라도 국민들의 교통안전을 위한 의식개선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故 배승아양의 명복을 빌며, 대전경찰청장으로서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대전시민들의 교통안전의식 개선을 통해 사람이 우선인 교통문화가 대전지역에 깊이 뿌리내리는 발판을 마련해 나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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